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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100만원 연금’ 좋지만 폭탄 돌리기가 문제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정부의 국민연금 개편안이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면 재검토”를 지시하는 등의 우여곡절 끝에 나온 것 치고는 아쉬운 점이 많다. 그나마 해를 넘기지 않은 점이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정부는 이번에 노후 연금 100만원이라는 개념을 내놨다. 그동안 ‘국민연금=용돈연금’이라는 비난을 받아온 점을 감안하면 100만원은 혹할만한 금액이다. 네 가지 안 중에서 ‘현행 유지’안을 제외한 세 가지 안이 100만원에 맞춰져 있다. 은퇴한 1인 가구의 적정 월생활비(137만~154만원)에는 못 미치지만 최소생활비(95만~108만원)에는 근접한다. 중산층이 이 정도 받으면 용돈연금이라고 볼 수는 없다.
 
국민연금 지급 보장 명문화, 여성 차별 조항으로 지적돼온 유족연금의 과도한 중복조정 개선, 노후연금 분할 대신 이혼 즉시 가입 이력을 분할하는 점, 저소득 자영업자나 일용직 근로자 보험료 지원 등은 가입자 신뢰를 높이고 제도를 정상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보험료나 소득대체율 개선 같은 덩치 큰 문제점을 바꾸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게 뻔하기 때문에 유족연금 등 급한 것부터 먼저 법률을 고치는 것도 고려할만하다. 유족연금·분할연금 개선은 여성의 빈약한 노후 소득을 올리기 위해 절실하게 필요하다.
 
이번에 정부는 네 개의 안을 내놨다. 지난 8월 전문가집단인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가 두 개의 안을 제시했는데 이번에는 네 개로 늘었다. 위원회가 단일안을 내놓으려고 그렇게 노력했는데, 정부가 그렇게 못할지언정 네 개로 늘린 것은 책임 회피로 보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제도발전위원회가 연금 개혁의 핵심적 한 축으로 제시한 재정 안정 방안이 사라짐으로써 반쪽 개혁안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국민연금은 유례없는 저출산·고령화 때문에 경고등이 켜진 지 오래다. 이대로 가면 2057년 기금이 사라진다. 후세대가 소득의 4분의 1을 연금보험료로 내야 한다. ‘100만원 연금’ 방안을 자세히 뜯어보면 기초연금을 25만원에서 40만원으로 올리는 게 들어있다. 기초연금에는 지금도 연 11조 5000억원이 들어가는데 40만원이 되면 매년 2022~2026년 연간 5조~6조원이 더 든다. 이런 게 다 미래세대 부담으로 돌아간다.
 
법률에 5년마다 재정재계산을 하도록 못 박은 이유는 이런 점을 반영해서 균형을 잡으라는 뜻이다. 이런 점은 눈 감고 기초연금·소득대체율 인상 등의 소득보장 강화안만 내놨다. ‘현행 유지’를 개편안으로 내놓은 것도 우습다. 정부안대로 용돈연금을 벗어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재정 안정도 중요하다. 균형점을 찾아서 국회에 제시할 책무가 정부에 있다. 물론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보험료를 올리기 쉽지 않긴 하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그래서 문 대통령의 연금 인식이 너무 안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금 개혁 논의의 한 축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도 소득보장 강화에 기운 안을 낼 우려가 있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간다. 2020년 총선이 점점 다가오면서 국회의 입지가 점점 좁아질 것이다. 이 점을 감안하면 국회가 한시바삐 움직여야 한다. 2015년 국회 사회적 기구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을 완수했듯이 조속히 이런 기구를 구성해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 거기서 정부안의 미흡한 점을 반드시 보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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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