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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보헤미안 랩소디’가 준 선물

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대학교 때 난 퀸의 정규앨범 15개를 모두 소장하고 사람들이 잘 모르는 2집과 3집을 특히 좋아한다는 ‘덕후’로서의 자부심에 넘치고 있었다. 급기야 어느 날 “요즘 게나 고둥이나 퀸 좋아한다고들 한다, 겨우 히트곡 몇 개 알면서”라고 퀸 정교회 사제라도 된 듯 일갈했다. 그러자 당시 썰렁한 농담을 많이 해 펭귄이라 불리던 친구가 “다행이다, 게와 고둥만 있고 펭귄은 없어서”라고 했다.  그 순간 미안하고 민망했고, 그 후 배타적 팬 자부심의 우스움을 서서히 깨달아 망발을 삼가게 되었다.
 
지난 한 달간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열풍을 보면서 저런 추억과 함께 많은 생각이 일어났다. 얼마 전, 퀸을 몰랐다던 후배가 영화를 봤다며 내게 추천 앨범을 물었을 때 감개무량함과 함께 문득 든 생각은 ‘이래서 디즈니가 자꾸 클래식 애니메이션의 실사판을 만드는구나’였다. 지난해 ‘미녀와 야수’ 실사판이 나왔을 때, 왜 굳이 리메이크해서 탁월한 원작 애니메이션(1991)의 아우라를 해치나 싶었다. 그런데 내게는 ‘인생 영화’인 그 애니를 어린 세대 중에는 모르는 이들도 많다는 걸, 오히려 영화를 보고 애니를 찾아보는 이들도 많다는 걸, 나중에 깨달았다. 아무리 훌륭한 작품이라도 여러 매체로 재탄생하며 계속 사람들 사이에 널리 이야기되지 않으면, 세대를 넘기며 서서히 잊혀져 전문가의 논문과 마니아의 비전(秘傳)으로만 남게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그런 이야기판을 깔아준 영화다. 개봉 첫날 아이맥스 영화관으로 달려가면서도 퀸 팬으로서 걱정이 앞섰는데, 영화가 끝날 때 큰 선물을 받은 느낌이었다. 사실 영화로서는 평론가들의 짠 점수가 이해 갈 만큼 지나치게 단순·무난했지만, 위대한 밴드에 바치는, 이야기와 음악이 섞인 트리뷰트 콘서트로서 훌륭했다. 퀸 팬도, 몰랐던 사람도 다 함께 이야기할 수 있게 되고, 무엇보다도 막판에 벅차올라 떼창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콘서트 말이다.
 
그리고 영화를 통해 퀸의 특성이자 매력인 혼종성(hybridity)이 더욱 빛을 발했다. 록에 그치지 않는 음악의 장르적 혼종성, 프레디 머큐리의 양성적 목소리와 인종적·성적 혼종성. 그것이 남녀노소 각자 다른 이유로 퀸에 열광할 수 있게 한다. 세대별·성별·이념별로 갈갈이 분열돼 있는 이 나라에서 함께 이야기하고 노래하게 해주는 것이다. 퀸 팬으로서 이게 참 기쁜 선물이다.
 
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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