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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내고 더 받는 국민연금…기금 고갈 ‘폭탄 돌리기’ 여전

복지부 국민연금 개편안 분석 
정부의 국민연금 개편안이 드러났다. 네 가지다. 1안은 현행 소득대체율 40%(2028년)-보험료율 9%를 유지하는 안이다. 2안은 현행 제도를 유지하되 기초연금만 25만원에서 40만원으로 올린다. 3안은 소득대체율 45%-보험료율 12%, 4안은 소득대체율 50%-보험료율 13% 안이다. 소득대체율이란 향후 받게 되는 국민연금액이 가입자 생애평균소득과 비교해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비율이다. 보험료율은 소득에서 부담하는 보험료 비율이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이번 4차 개편안은 국민연금법에 따라 5년마다 시행하는 재정재계산이다. 올 들어 출산율이 0.95명으로 급락하고, 성장률이 하락하는 등의 환경 변화를 반영하려 했다. 더 부담하든지, 덜 받든지, 아니면 좀 더 받든지 등을 논의해 국민연금법을 고친다. 원래 10월까지 국회에 제출해야 하는데, 두 달 지각했다. 지난달 7일 문재인 대통령이 “전면 재검토”를 지시한 지 5주 만에 나왔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근 문 대통령에게 이번 개편안을 보고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 데 보다 용이하겠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박 장관이 전했다.
 
1안은 개혁안이라고 볼 수 없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개편안은 사실상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셋 다 문 대통령의 의중이 강하게 들어가 있다. 문 대통령은 “연금개혁의 원칙은 국민이 동의해야 하고, 노후소득 보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몇 차례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2안은 개혁의 대상인 국민연금은 손대지 않고 기초연금만 25만원에서 40만원으로 올리는 것이어서 그리 많은 고민을 한 안으로 보기 힘들다. 예산만 들이면 되는 안이어서 선택이 쉬워 보인다. 하지만 14일 브리핑에서 박 장관은 ‘2안이 유력해 보인다’는 질문에 대해 “전혀 그렇지 않다. 여론을 수렴했더니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다”고 말했다.
 
3, 4안은 노후소득 보장 강화 방향에 들어맞는 안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2~4안을 통해 ‘월 100만원 연금’을 보장하겠다”고 말한다.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이 학자 시절 주장해 온 안이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1인 은퇴 가구의 최소 생활비는 95만~108만원이다. 이번 개편은 여기에 맞췄다. 국민연금 가입자는 59세까지 평균 25년 가입한다. 월소득 평균이 250만원인 사람이 25년 보험료를 낼 경우 2안대로라면 국민연금 62만5000원, 기초연금 39만2000원을 더하면 101만7000원을 받는다. 3안은 91만9000원, 4안은 97만1000원이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 관계자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으로는 최소한의 노후소득을 보장하고, 나머지는 퇴직연금·개인연금·주택연금·농지연금 등의 다양한 사적연금으로 다층 노후소득 보장체계를 짜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개혁은 두 가지다. 재정 안정과 노후소득 보장이다. 2007년 연금개혁을 했지만 성장률·출산율 하락 등의 변수 때문에 재정이 여전히 불안하다. 이번 재정재계산 결과, 기금 고갈 시기가 2060년에서 2057년으로 앞당겨졌다. 그대로 방치하면 후손들이 소득의 24.6%를 보험료로 내야 한다. 그래서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는 8월 소득대체율을 2028년까지 40%로 법대로 내리되 보험료를 10년 내에 13.5%까지 올리자고 제안했다. 이것도 모자라 이후에도 국민연금 지급 개시 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늦추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 권고안을 무시했다. 대신 위원회가 제시한 ‘소득대체율 45%-보험료율 11% 안’을 핵분열해 3개로 늘렸다. 당초 복지부는 지난달 11월 초 문 대통령 첫 보고 때 ‘소득대체율 40%-보험료 15%’ 안을 가져갔다가 퇴짜를 맞았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보험료 인상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런 탓인지 이번에는 재정 안정 방안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장은 “재정재계산의 법률적 취지가 현행 재정의 문제를 진단하고 장기 재정 규모를 개선하는 것인데, 정부의 네 가지 개편안이 모두 재정불안 해소를 담지 않았다”며 “이러면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의 재정재계산과 다름없다. 국정운영자로서는 대통령의 책임감이 보여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3안, 4안은 2021년부터 5년마다 보험료율을 1%포인트 올리게 돼 있다. 이는 재정 안정에 필요한 인상이 아니라 소득대체율 인상에 따른 필수적 절차일 뿐이다. 정부는 3안대로 하면 기금 고갈 시기가 2057년에서 2063년으로, 4안은 2062년으로 늦춰진다고 추정한다. 오히려 재정이 호전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 위원장은 “2062년, 2063년 후를 봐야 한다. 기금 고갈 이후에 필요한 돈이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3안, 4안으로 가는 데 필요한 보험료가 각각 12%,13%보다 훨씬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과소 추계했다는 것이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사는 “이번 정부안은 당근과 채찍 중 당근을 제시한 것 같은데, 재정 계산에 문제가 많다. 소득대체율을 40%로 낮춰도 보험료율은 17%가 돼야 한다. 만일 소득대체율을 45%로 하면 보험료율은 19%, 소득대체율 50%라면 21%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 개편안이 ‘폭탄 돌리기’를 끝내거나 완화하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초연금 인상도 쉬워 보이지만 재원이 문제다. 2022년 40만원으로 올리면 그해만 당장 5조2000억원이 더 필요하다. 2026년께 노인 인구가 전체의 20%가 되면서 6조1000억원으로 늘어난다. 게다가 기초연금이 40만원이 되면 국민연금이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 9월 기준 월평균 국민연금이 37만8918원이다. 월소득 230만원인 사람이 올 1월 연금에 가입해 10년 보험료를 부어도 24만원밖에 안 나온다. 15년 부어도 36만원이다. 김상균(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장) 서울대 명예교수는 “가만히 있어도 기초연금이 40만원 나오는데 누가 애써 10년, 20년 보험료를 내려고 들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가 처음으로 ‘70년 후 재정목표 1배(1년치 연금기금 보유)’를 설정한 걸 이번 개편안에 반영하지 않은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정부 안이 국회에서 어느 정도 반영될지 의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보험료를 올리는 것을 꺼린다. 내년 하반기가 되면 총선 모드에 들어가게 돼 연금개혁이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이승호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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