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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는 반도체·표적항암제 올해 빛낸 과학기술로 선정

‘2018 한국과학상’을 수상한 이탁희 서울대 교수가 개발한 휘어지는 분자 소자. 벤젠 분자를 반도체로 활용할 수 있는 원천 기술이 적용됐다. [사진 서울대]

‘2018 한국과학상’을 수상한 이탁희 서울대 교수가 개발한 휘어지는 분자 소자. 벤젠 분자를 반도체로 활용할 수 있는 원천 기술이 적용됐다. [사진 서울대]

“분자는 물질의 기본이 되는 단위여서 가장 작고 다루기가 까다로워요. 그래서 일종의 장인정신이 필요해요.”
 
올해 한국과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이탁희(49)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13일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교수는 물질을 이루는 기본 단위인 분자를 활용해 트랜지스터 등을 만드는 ‘분자 소자’ 전문가다. 그는 “25년 간 분자 소자를 연구했는데 한 우물을 판 덕분에 수상자로 선정된 것 같다”며 “물질의 기본인 분자를 이용해 소자를 만드는 과정이 까다롭다 보니 연구에 참여했다가 떠난 학생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2009년 벤젠 단일 분자 한 개가 트랜지스터 소자로 작동할 수 있음을 과학 저널 네이처에 발표했다. 2012년에는 이를 응용해 휘어질 정도로 얇은 분자 소자를 개발했다. 이 분자 소자는 두께가 1~2㎚(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로 매우 얇은 분자 막을 이용한다. 1000회 이상 반복적으로 휘거나 비틀어도 최초에 설정된 전기적 기능을 유지한다. 이는 이쑤시개 등에 분자 소자를 돌돌 말아도 성능이 유지되는 수준이다. 일반적인 전자소자는 딱딱한 기판 위에 만들기 때문에 자유자재로 휠 수 없다.
 
‘2018 한국과학상’을 수상한 이탁희 서울대 교수가 개발한 휘어지는 분자 소자. 벤젠 분자를 반도체로 활용할 수 있는 원천 기술이 적용됐다. [사진 서울대]

‘2018 한국과학상’을 수상한 이탁희 서울대 교수가 개발한 휘어지는 분자 소자. 벤젠 분자를 반도체로 활용할 수 있는 원천 기술이 적용됐다. [사진 서울대]

이 교수는 “그동안 분자를 활용해 전자회로에서 기본이 되는 다이오드와 트랜지스터 등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며 “분자 소자는 당장 상용화가 어려운 기초 연구지만 반도체 효율을 높이거나 성능을 향상하는 데 꼭 필요한 연구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에게 향후 연구 계획에 관해서 묻자 “최근 주목받고 있는 그래핀 등 2차원 물질과 분자 소자를 결합하는 연구에 집중할 계획”이란 대답이 돌아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은 이 교수를 포함한 ‘2018 한국과학·공학상’ 수상자 4명을 선정해 이날 발표했다. 이탁희 교수와 함께 한국과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이영숙(53) 포항공대 교수는 생물체가 에너지 방출을 하는 데 활용하는 ABC 수용체의 원리를 밝혔다. 이를 응용하면 미래 식량 부족 문제 등을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한국과학상 이탁희·이영숙 교수, 한국공학상 심태보·최원용 교수(왼쪽부터)

한국과학상 이탁희·이영숙 교수, 한국공학상 심태보·최원용 교수(왼쪽부터)

한국공학상 수상자로는 심태보(51) 고려대 교수와 최원용 포항공대 교수가 각각 선정됐다. 심 교수는 고형암 표적치료제 및 급성골수성백혈병 표적치료제 후보 물질을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KIST 책임연구원을 겸직하고 있는 심 교수는 표적항암제 전문가로 꼽힌다.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의 미국 샌디에이고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심 교수는 “급성골수성백혈병은 전체 백혈병의 43%를 점유하고 있는데 백혈병 중에서도 생존율이 가장 낮아 치료제 개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가 개발한 급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후보 물질은 전임상 단계를 거쳐 국내 제약사에 기술 이전을 마친 상태다. 심 교수는 “글로벌 혁신 신약 창출에 기여해 한국이 신약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원용(53) 교수는 20여년 간 환경에너지 분야에 응용할 수 있는 광촉매 개발에 앞장섰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기술인 광촉매는 빛을 쪼였을 때 반응하며 환경오염 물질을 분해하는 데 쓰인다.
 
이와 별도로 연구재단은 젊은과학자상 수상자로 이지운 KAIST 교수, 우성훈 IBM 왓슨연구소스탭, 변혜령 KAIST 교수, 김호민 KAIST 교수 등 4명을 선정했다.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인상에는 박복희 목포대 교수, 김정여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김명옥 경상대 교수가 각각 수상자로 선정됐다. 시상식은 14일 오후 2시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열린다. 시상식에선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2018년 하반기 수상자에게도 상이 수여된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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