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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서울시, 일용직 입원하면 최대 121만원 준다

내년부터 서울의 저소득 근로자나 자영업자가 질병으로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거나 건강검진을 받으면 하루 8만1184원의 생활비를 최대 15일까지 받는다. 서울시는 이런 내용의 ‘서울형 유급병가제’를 도입할 방침이라고 12일 밝혔다. 서울시는 여기에 드는 41억원을 내년도 예산안에 편성했고, 시의회 예산결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14일 본회의에서 확정할 예정이다. 질병·부상으로 몸이 아파도 유급휴가가 없어 쉬지 못하는 저소득 근로자나 자영업자의 소득을 지원한다. 국내에서 처음 도입하는 것이다. 하지만 건강보험 재정이 아니라 지자체 세금으로 이런 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두고 ‘선심성 복지’며, 저소득 직장인 차별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대상자는 서울 지역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가운데 중위소득 100% 이하인 근로소득자(일용직·인턴 등)와 자영업자다. 여기에 해당하는 9만7398명(2016년 기준) 중 입원자 1만4610명이 혜택을 볼 것으로 추정된다. 하루 8만1184원, 최대 15일 121만7760을 받는다. 도입 시기는 내년 3월 이후다. 5일씩 입원하는 것을 가정하면 서울시는 매년 60억원 가량을 생활비로 지급하게 된다. 지원 대상은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서울형 유급병가는 질병수당 또는 상병수당으로 불리며 주로 유럽 복지국가에 도입돼 있다. 조세로 사회보장 제도를 운영하는 영국·스웨덴 같은 나라는 조세로 상병수당을 지급한다. 하지만 한국처럼 사회보험(건강보험·고용보험 등)을 운영하는 독일·프랑스·네덜란드 등은 사회보험에서 운영한다. 지자체가 자체 재정으로 시행하는 데를 찾기 힘들다.
 
저소득자 입원 지원, 해외선 국가가 실시…“박원순 대선용 복지”“중앙정부 자극 효과”
 
나백주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건강보험·산재보험 등이 커버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질병으로 인한 소득 상실”이라면서 “특히 유급휴가가 없는 노동자층(자영업자 포함)에게 소득 감소로 인한 피해가 집중되고 있어 최소한의 사회보장을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제도는 12일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라 보건복지부의 승인을 받았다.
 
평가가 엇갈린다. 신동면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는 “한국이 복지국가로 나아가기 위해 기존 의료서비스에 없는 상병수당을 지자체가 선제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진전”이라며 “향후 다른 지자체에서 벤치마킹하고 중앙정부 차원에서 시행하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상병수당이 없는 데가 별로 없는데, 서울시가 도입함으로써 중앙정부를 자극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건보 직장가입자 중에도 유급휴가를 쓸 수 없는 저소득 근로자가 적지 않은데, 서울시 제도는 이들을 차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원 등의 타당성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소양 서울시의회 의원은 “서울시가 유급병가제를 100% 세금으로 운영하면서 건강보험 직장가입자들을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명백한 역차별”이라며 “박원순 시장이 대선에 나가기 위해 하는 선심성 복지이자 대표적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이라고 비판했다.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사는 “상병수당은 중앙정부가 일정 기준을 정해 건강보험 등의 사회보험 재정으로 도입해야 하는데, 지자체 한 곳이 시작하면 지역 사업으로 변질되고 지역 격차를 유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역가입자는 소득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아 실제보다 살림이 좋을 수 있다”며 “입원 생활비를 지원하게 되면 입원을 부추기는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다. 스웨덴 같은 나라가 그래서 기준을 강화했다”고 지적했다.
 
최병대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현금 복지는 한번 시행하면 줄이기 어렵고 계속 확대되게 마련”이라면서 “당장은 40억~60억원이 들지만 대상자 등이 확대되면 심각한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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