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노트북을 열며] 독일제 크리스마스 선물의 추억

김승현 정치팀 차장

김승현 정치팀 차장

아내가 작심하고 산 크리스마스 선물은 감당이 안 됐다. 유럽 출장 중에 들른 쇼핑몰에서 독일 유명 브랜드의 점퍼가 눈에 띄었다고 했다. 파격적인 할인가에 ‘지름신’이 발동했고, 비행기를 탄 점퍼가 내 눈앞에 놓였다. 부부의 설렘은 거기까지였다. 감동과 기대 속에 입은 옷은 소매가 너무 길었다. 한국 평균 체형의 아재는 게르만 후예들의 팔 길이를 감당할 수 없었다. 10여 년 전 일인데도 멋쩍게 웃던 아내의 표정이 생각난다. 옷은 수선해서 입었지만, 그 독일 브랜드를 보면 지금도 위축된다. 연말 정치권의 구태를 지켜보다 독일이라는 연결고리로 그때가 떠올랐다.
 
① ‘광주형 일자리’는 독일 자동차 회사 폴크스바겐이 2001년 설립한 ‘아우토 5000’을 따라 한 상생 모델이다. 폴크스바겐 본사가 있는 독일 볼프스부르크는 인구 12만 명 중 5만 명이 폴크스바겐과 그 협력사에서 일했다. 1990년대의 경기 침체로 공장 해외 이전이 검토되자 노조가 반발했고, 경영진은 “공장을 안 옮기면 뭘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실업자 5000명을 채용하고 월급은 5000마르크(연봉으로는 3500만~4000만원) 수준에 맞추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배경이다. 당시에도 임금의 하향 평준화, 새 공장의 비전 등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정치권의 설득, 20% 낮은 임금에 대한 사회적 대타협, 신차종 개발 약속 등의 디테일이 합의를 끌어냈다. 지금의 광주엔 기업과 일자리 모두 살리겠다는 절박함과 지혜가 있는가. 호남 표밭에서 일자리로 점수 좀 따겠다는 정치인의 목소리, 이를 이용하는 노동계의 계산기 소리만 들리는 것 같다.
 
②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놓고 독일이 거론됐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일주일째 단식 중인 이유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하자는 얘기냐. 실현 가능한 ‘한국형’을 함께 찾자”고 단식 중단을 호소했다. 그들의 단식과 하소연을 이해하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각 정당의 속셈을 따지는 건 또 얼마나 복잡한 ‘수학’인가. 명분은 물론 국민이다. 당 지지율에 비해 소수당 의석수가 적어서 국회의원의 대표성과 비례성이 훼손된다는 논리다. 독일식은 당 지지율이 의석수에 고스란히 반영되는 배분 방식이다. 그러나 어떤 제도이든 의원 중 누군가가 지역구를 포기하거나(300석) 비례대표 수를 늘리는(300+α석) 난제를 풀어야 한다. 내년도 예산 심사도 날림으로 가까스로 끝낸 여야가 그 무모한 도전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김승현 정치팀 차장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