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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균 칼럼] 시속 20㎞ 철도의 영도자 깨우치기

박보균 칼럼니스트·대기자

박보균 칼럼니스트·대기자

철도는 상징이다. 철길은 자유와 억압을 표출한다. 북한 사회는 공포의 통제다. 열차 여행은 감시망 속에 있다. 철도는 국가 경영의 건강성을 농축한다. KTX 강릉선 탈선사고는 건강 악화를 드러낸다.
 

일제 때 개성~평양보다 못해
철도원 출신 이봉창, 통탄한다
극일커녕, 북한의 한심한 퇴화
‘우리 민족끼리’ 철도는 불길
개방·경제성 갖춰야 기사회생
김정은에게 철도 본능 알려줘야

철길은 나라의 형편이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 사정을 말했다(4월 판문점). “교통이 불비해 민망하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그 실상을 확인했다(11월 국회 경협특위). “북한 철도는 굉장히 심각한 상태다. 평양 이후 국제선 부분은 50㎞(시속) 정도 되는데 개성부터 평양까지의 구간은 20㎞ 정도 속도다.” 그 구간은 경의선 철로다. 경의선은 한반도의 핵심 철길이다. 12월 초 남측 철도 공동조사단은 그 실태를 현장점점했다. 국제선은 평양~베이징 노선이다. 지난 3월 김정은의 중국 방문 때 철로다.
 
열차 시속 20㎞. -그것은 어이없는 충격이다. 철도의 기능 포기 상태다. 그 정도 속력은 마라톤(42.195㎞) 이야기다. 이봉주의 달리기(최고 2시간7분20초) 정도다. 북한은 왜 이 지경까지 추락했는가. 나는 경기도 의왕 철도박물관을 찾았다. 야외전시장의 증기·디젤기관차는 호기심을 자극한다.
 
실내 전시장에 ‘대형 도표’(열차 속도의 변천)가 있다. 1899년 경인선부터 2010년 ‘KTX 산천’이 적혀 있다. 일제 강점기 열차 속력이 눈길을 끈다. “1933년 4월 부산~봉천 히카리 17시간45분(소요시간). 평균 시속 60㎞(최고 90㎞).” 봉천은 지금의 선양이다. 히카리(光)는 조선총독부 열차다. 일본 고속철 신칸센(新幹線)은 그 이름을 계승했다.
 
김현미 장관은 이렇게 회고했다. “손기정 선수는 경부선을 타고 서울역에 도착해 열차를 타고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 참석했다.” 손기정은 히카리 노선을 거쳐 유럽에 갔다. 그 길은 부산~경성(서울)~개성~평양~신의주~단둥(당시 만주국)~선양~창춘~하얼빈~만저우리(滿洲里)다. 이어서 그는 시베리아 열차를 탔다. 그 시절 신문에 히카리 속도(국제열차 운행)가 실렸다. 경성은 동북아 철도망의 허브 역이었다. “경성=오전 3시5분발(發)/ 개성=오전 5시3분발/ 평양=오전 8시8분발.” 개성~평양은 3시간쯤이다. 그 구간 철길은 187.3㎞. 시속 62㎞다.
 
박보균칼럼

박보균칼럼

그 도표는 탄식을 일으킨다. 2018년 북한 철도는 부끄럽다. 82년 전보다 못하다. 북한 철로는 낡고 녹슬었다. 속도를 내면 탈선하고 고장 난다. 그 감정은 분노로 이어진다. 그 옆 전시물에서다. 전시 제목은 ‘철도원이었던 이봉창 항일독립투사’. 이봉창은 경이로운 용기다. 그는 히로히토 일왕에게 폭탄을 던졌다.
 
이봉창은 용산역 철도원 출신이다. 그는 19세(1919년)에 만철(滿鐵, 남만주철도주식회사) 견습생으로 들어갔다. 만철의 한반도 철도 위탁경영 시절이다. 그는 전철수(轉轍手)로 승진했다. 전철기는 선로전환기다. 그는 돌연 철도를 떠난다. 사직 배경은 한국인 차별에 대한 저항이었다.  
 
그 심리의 바탕은 극일(克日)이다. 일제를 타도, 능가하기 위한 결의였다. 하지만 지금의 북한 철도는 절망적인 퇴보다. 극일은커녕 역사의 퇴화다. 이봉창 의사는 그 한심한 쇠락을 통탄할 것이다.
 
1945년 해방 직후 북한 철도는 남한보다 앞섰다. 철길은 1000㎞쯤 길고(전체 3797㎞) 정밀했다. 그런 철도가 골병든 원인은 간단하다. 철도의 본능은 개방이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 하지만 북한의 폐쇄 경제는 본능을 억눌렀다. 북한 교통체계는 철주도종(鐵主道從)이다. 주력은 철도. 자동차는 다음이다. 남한과 반대다. 정재정 서울시립대 명예교수의 설명은 실감난다. “거기엔 체제 운영 방식이 깔렸다. 도로 위 자동차는 자유롭다. 철도는 개인 이동을 쉽게 단속한다. 폐쇄 경제와 주민 이동의 통제 시스템이 상호 얽히면서 철도 체계가 엉망이 됐다.”
 
북한 철도의 재기 출발선은 명확하다. 철도의 경제성 확보다. 이를 위해 철길의 개방 본능을 살려야 한다. 정재정은 12일 “사람·물자 이동이 자유로운 개방경제 체제로 전환해야만 북한 철도가 기사회생할 수 있다”고 했다. 그 지름길은 김정은의 비핵화 약속 실천이다.
 
남북 철도사업은 천문학적 자금을 요구한다. 돈줄의 대부분은 한국이다. 그 돈뭉치에 서민 혈세도 있다. 하지만 경제성이 없으면 치명적이다. 그런 철도 지원은 밑 빠진 독에 퍼주기다.  
 
개방 없는 철도는 세습 독재의 장식물로 타락한다. 그런 철길은 북한 주민의 미움과 불만을 낳는다. 문재인 정부의 철도회담 접근 자세는 달라져야 한다. 우리 민족끼리의 발상만으론 위험하다. 북한 측을 깨우쳐야 한다. 경제성 없는 철도의 비극적 미래를 강조해야 한다.
 
박보균 칼럼니스트·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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