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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재건축 비리 334명 입건…조합원 1400명 전과자 될 뻔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10일 서울 강남 재건축 시공사 선정 비리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조합원에 제공된 상품권 등 증거물. [연합뉴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10일 서울 강남 재건축 시공사 선정 비리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조합원에 제공된 상품권 등 증거물. [연합뉴스]

사업비가 총 10조원에 달하는 서울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재건축 사업과 관련해 시공권을 따려는 건설사나 홍보대행업체에서 금품을 받은 아파트 조합원 수가 1400명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재건축 단지인 신반포15차 아파트 조합원 중 9명은 금품 액수가 많아 피의자로 정식 입건됐다. 입건 된 조합원 중 1명은 시공권을 따기 위해 경쟁하던 롯데건설과 대우건설 양측에서 2000만원과 400만원을 각각 받은 사실이 적발됐다. 이 조합원은 다른 조합원에게 영향력을 가진 소위 ‘빅마우스’로, 모친을 통해 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롯데·대우건설, 홍보업체 등
시공권 따내려 조합에 금품 제공
받은 액수 큰 조합원 9명은 입건
경찰 “다음엔 예외없이 모두 처벌”

이는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반포주공1단지, 신반포15차, 잠실 미성·크로바 재건축 시공사 선정 과정의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경찰은 지난 11일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을 위반한 혐의로 현대·롯데·대우건설 법인과 임직원, 홍보대행업체 관계자, 조합원 등 총 334명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이 재건축 비리 수사 과정에서 금품을 받은 조합원까지 입건한 것은 이례적이다. 경찰 관계자는 “금품을 받은 1400여 명을 전부 전과자로 만들 수 없어 이번만 자수를 한 경우 선처하기로 했다”며 “법에선 받은 사람도 처벌하도록 돼 있는 만큼 앞으로는 모두 입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에 따르면 시공사 선정 등 재건축 조합의 주요 계약 과정에서 금품이나 향응 등을 제공(의사 표시나 약속도 포함)하거나 이를 받은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경찰 조사 결과 현대건설이 반포주공 1단지(2200여 가구) 재건축 시공사로 선정되기 위해 조합원에게 1억1000만원 상당의 고급 가방과 현금을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롯데건설은 신반포15차와 잠실 미성·크로바(1300여 가구) 재건축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경쟁하는 과정에서 조합원에게 2억원을, 대우건설은 신반포15차 재건축과 관련해 2억3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했거나 제공하려고 시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건설사들은 시공사 선정을 위해 고용한 홍보업체에게 용역비를 부풀려 지급하고, 이 홍보업체가 조합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로비를 했다.
 
경찰은 또 현대건설 담당 직원이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사업 수주를 도와준 대가로 조합총회 대행업체(정비업체) 대표에게 유령법인의 계좌로 5억5000만원을 준 것을 찾아냈다. 조합총회 대행업체는 재건축조합과 계약을 하고 총회 진행을 위해 조합원에게 연락하거나 각종 컨설팅을 하는 곳이다. 경찰 관계자는 “조합총회 대행업체는 시공사 선정 과정에 감시단 역할을 해야 함에도 오히려 특정 건설사를 홍보하고 돈까지 받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그러나 대행업체에 넘어간 돈이 재건축 조합으로 흘러간 정황은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편 업계에서는 이번 비리가 법원에서 유죄로 확정될 경우 반포주공1단지(1·2·4주구)의 시공사로 현대건설이 선정된 것의 적법성 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태우 법무법인 예헌 변호사는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입찰 지침이나 조합원 정관 등에 따라 준수해야 할 사항이 있다”며 “심각한 부정행위가 있었고 이것이 총회 결과에 영향을 끼쳤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7월에는 반포주공1단지 조합원 16명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조합을 상대로 지난해 9월 27일 진행한 시공사 선정 총회를 무효로 해달라는 ‘총회결의 무효 확인 소송’을 내기도 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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