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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팔부터 인공두뇌까지…진화의 끝은 사이보그?

전기 기술자였던 제시 설리번(왼쪽)은 사고로 두 팔을 잃었지만 미국 시카고 재활연구소의 도움으로 인공 팔을 갖게 됐다. 오토바이 사고를 당한 클라우디아 미첼(오른쪽)도 설리번처럼 로봇 팔을 장착했다. 팔은 뇌의 신호로 움직인다. [시카고 재활연구소]

전기 기술자였던 제시 설리번(왼쪽)은 사고로 두 팔을 잃었지만 미국 시카고 재활연구소의 도움으로 인공 팔을 갖게 됐다. 오토바이 사고를 당한 클라우디아 미첼(오른쪽)도 설리번처럼 로봇 팔을 장착했다. 팔은 뇌의 신호로 움직인다. [시카고 재활연구소]

“미래엔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사라지고 인류는 로봇 신체를 갖게 됐다.”
 
영화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의 첫 장면은 이런 문구로 시작합니다. 로봇에 인간의 뇌를 이식한 첩보요원 ‘메이저(스칼렛 요한슨 役)’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죠.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던 메이저는 어느 날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습니다. 정부가 가출 청소년들을 납치하고 이들을 사이보그 실험에 투입해 살인병기로 키운 사실을 알게 된 거죠. 이때부터 메이저는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은 거대 권력을 향해 복수를 시작합니다.
 
영화는 온갖 상상력으로 2029년 미래를 수놓습니다. 메이저뿐만 아니라 극중 대다수의 사람들이 인간과 로봇이 결합된 사이보그로 묘사됩니다. 인공 간을 이식해 여한 없이 술을 마실 수 있어 좋다는 메이저의 남자 동료부터, 돈을 벌어 로봇 신체로 업그레이드 하는 게 꿈인 청년 등이 나오죠. ‘포스트휴먼(Post Human·과학기술의 발달로 이전보다 더 뛰어난 신체, 정신적 능력을 갖게 된 인간)’이 대중화 된 미래 사회입니다.
 
물론 이전에도 사이보그를 다룬 영화는 있었습니다. 1970~80년대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던 ‘600만 달러의 사나이’가 대표적이죠. 훈련 중 사고로 다리와 팔을 잃게 된 파일럿 스티브 오스틴은 시속 100㎞로 달릴 수 있고 보통 인간보다 6배나 힘이 센 인공 신체를 갖게 됩니다. 후속 시리즈인 ‘바이오닉 우먼’에선 여성 사이보그 소머즈의 활약을 다뤘죠.
 
최근엔 마블 시리즈에서도 사이보그 캐릭터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데드풀2’의 케이블이나 ‘어벤져스’의 윈터솔져는 모두 군인이었다 불의의 사고로 사이보그가 된 사례죠. 2015년 개봉한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에도 로봇 팔을 가진 주인공이 나오는데요. 바로 샤를리즈 테론이 연기한 퓨리오사입니다. 작품에서 그는 인류 구원을 책임지는 강한 여전사로 묘사됩니다.
 
 
현실이 된 로봇 팔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런데 이처럼 인간 신체의 일부가 기계로 대체되는 것은 단지 영화 속의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2010년 워싱턴포스트는 로봇 팔을 갖게 된 제시 설리번이라는 남성의 사연을 보도했습니다. 사고로 두 팔을 잃은 그는 미국 시카고 재활연구소의 도움으로 로봇 팔을 장착했는데요. 뇌의 신경신호를 전기 자극으로 전달해 팔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게 됐습니다. 연구소는 “생각만으로 인공 팔을 제어할 수 있게 된 최초의 인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해군 전역 후 오토바이 사고로 왼 팔을 잃은 여성 클라우디아 미첼도 로봇 팔을 갖게 됐습니다. 당시 워싱턴포스트는 “조만간 로봇 팔의 감촉을 뇌로 전달해 느끼게 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국내도 비슷한 사례가 있습니다. 2016년 스타트업 ‘만드로’는 3D 프린터로 전자의수를 제작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팔의 절단면에 의수를 연결해 손가락 15개 관절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3D 프린터로 생산하면서 제품의 단가(150~200만원)도 훨씬 낮아졌죠. ‘만드로’의 이상호 대표는 “지금 기술로는 30% 정도의 사람들만 사용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필요한 모든 이들이 쓸 수 있도록 완벽한 의수를 만들겠다”고 합니다.
 
 
머리에 칩 심는 뇌 임플란트
 
최근에는 재활 목적이 아니라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신체의 일부를 변형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스웨덴에서는 지난 3년 간 3000여 명의 사람들이 쌀알 크기의 마이크로 칩을 손에 이식했습니다. 칩은 집·사무실의 카드 키와 신분증, 교통카드 역할을 합니다. 지난해 스웨덴국영철도는 손에 심은 칩을 스캔해 검표하는 기술을 도입하기도 했죠.
 
이처럼 몸속에 컴퓨터 칩을 심는 건 영국 레딩대 케빈 워윅 교수가 최초입니다. 그는 1998년 자신의 왼쪽 팔에 RFID(무선인식) 칩을 이식했습니다. 컴퓨터로 자신의 동선을 추적하고 집과 연구실 문이 자동으로 열릴 수 있게 했죠. 그는 자신이 쓴 책 『나는 왜 사이보그가 되었는가』에서 “인간의 뇌와 컴퓨터가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생물학적 인공지능이 머지않아 개발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공각기동대’의 메이저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죠.
 
드라마·영화 속 사이보그들

드라마·영화 속 사이보그들

실제로 테슬라·스페이스엑스의 CEO 일론 머스크는 인간의 뇌와 AI를 결합한 ‘뉴럴 레이스(Neural Lace)’를 연구 중입니다. 워윅의 말처럼 뇌에 칩을 심어 컴퓨터와 연동하는 것이죠. 이른바 ‘뇌 임플란트’ 기술입니다. 머스크는 미래의 인간이 인공지능(AI)과 경쟁하기 위해선 컴퓨터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그는 2016년 ‘뉴럴 링크(Neural Link)’라는 기업을 설립해 관련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2030년이면 인간과 AI가 결합한 ‘하이브리드 두뇌’가 실현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만일 이런 시대가 다가온다면 미래엔 많은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나은 능력을 갖기 위해 신체의 일부를 기계로 대체하거나 컴퓨터와의 연결을 시도할 것입니다. 워윅은 “사이보그가 되길 거부하고 순수 인간으로 남을 순 있다. 하지만 그것은 인간으로 진화하지 않고 침팬지로 남아있겠다는 것과 같은 말”이라고 주장합니다.
 
비슷한 예로 성형수술은 원래 1·2차 세계대전에서 부상병들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대부분이 미용을 목적으로 성형수술을 하고 있죠. 『사피엔스』와 『호모데우스』의 저자인 유발 하라리는 “미래에는 단순히 신체적 장애 때문이 아니라 좀 더 월등한 능력을 갖고 싶어 몸의 일부를 기계로 대체하는 포스트휴먼이 생겨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그렇다면 미래에 인간의 경계는 어디까지일까요. 팔과 다리, 장기의 대부분을 기계로 대체했다면 그는 로봇일까요, 사람일까요. 많은 이들이 사람과 기계의 구분을 ‘영혼’의 유무라고 생각합니다. 육체와는 다른 정신이 있기 때문에 로봇과는 구별된다는 거죠. 특히 종교에선 영혼이 육신보다 우위를 점하기도 합니다.
 
 
영혼도 기계로 대체될까
 
그러나 과학에선 우리가 영혼이라고 믿고 있는 생각과 감정, 기억 등의 실체도 육체와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뇌의 화학 작용일 뿐이라는 이야기죠. ‘뇌 임플란트’ 기술의 발전으로 뇌 속의 데이터를 컴퓨터와 연동할 수 있게 된다면 이런 생각은 더욱 굳어질 테고요.
 
만일 이런 시대에 ‘공각기동대’처럼 인간의 뇌를 로봇에 이식한다면 그는 사람일까요, 로봇일까요. 비록 외형은 기계지만 뇌 속에 영혼이 깃들어 있으니 인간이라고 봐도 괜찮지 않을까요. 또 몸 전체를 쓸 수 없게 된 A라는 사람의 뇌를 뇌사한 B의 신체에 이식해 살아난다면, 그는 A일까요 B일까요?
 
영화 ‘트랜센던스’는 이 물음에 대한 진지한 답변을 내놓습니다. 천재 과학자 윌(조니 뎁 役)은 성능이 매우 뛰어난 슈퍼컴퓨터를 개발합니다. 그러나 얼마 후 윌은 테러 단체의 공격으로 뇌사 상태에 빠집니다. 그러자 윌의 동료이자 연인인 에블린은 그의 뇌를 컴퓨터에 업로드 해 의식을 살려냅니다. 컴퓨터는 육체만 없을 뿐 윌과 똑같은 기억과 생각, 감정을 갖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에블린은 이 컴퓨터를 윌이라고 생각하죠.
 
물론 ‘트랜센던스’의 이야기처럼 되려면 아주 오랜 시간이 흘러야겠죠. 하지만 신체의 일부를 로봇으로 대체하는 게 이미 현실인 것처럼,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일도 조만간 실현될 수 있습니다. 워윅과 하라리의 예측처럼 미래에 ‘포스트휴먼’이 등장한다면, 그들은 마치 우리가 침팬지를 대하듯 생각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공각기동대’의 마지막 장면은 다음과 같은 주인공의 독백으로 끝납니다. “나의 영혼은 인간이고, 몸은 로봇이다. 내가 첫번째지만 마지막은 아니다.” 앞으로 ‘포스트휴먼’이 더욱 많아질 거란 이야기죠. 그 때 우리는 인간의 정의를 어떻게 내려야 할까요?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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