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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한 춤은 가라, 승부는 첫 2분에 끝난다

안성수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은 ’관객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현대무용이 어려운 관념과 해설을 앞세워선 안된다“는 것이다.

안성수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은 ’관객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현대무용이 어려운 관념과 해설을 앞세워선 안된다“는 것이다.

국립현대무용단이 달라졌다. 어둡고 어려운 현대무용의 이미지를 친근하고 재미있게 바꿔놨다. 지난 2016년 12월 취임한 안성수(56) 예술감독이 “첫째도 관객 저변 확대, 둘째도 관객 저변 확대”를 강조하고 나선 덕이다. 지난 7~9일 ‘댄서 하우스’를 끝으로 올 시즌을 끝낸 안 예술감독을 12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내 현대무용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올 한 해 국립현대무용단이 무대에 올린 일곱 작품의 총 객석 점유율은 98%, 유료 객석 점유율은 89.7%에 달한다. 티켓 조기 매진으로 공연 횟수를 추가한 경우도 두 차례나 있었다.
 

국립현대무용단 안성수 예술감독
올해 일곱 작품 객석점유율 98%
신작 ‘스윙’‘봄의 제전’ 등 큰 인기
“현대무용은 난해” 선입견 깨뜨려

미국서 영화 공부하다 무용 전공
일반인 실습, 연습실 개방 등 시도
“새해 한국의 미 세계에 알릴 것”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현대무용에 특별한 가치를 두는 까닭은 무엇인가.
“현대무용의 스펙트럼은 굉장히 넓다. 세계 현대무용계의 특정한 트렌드를 짚어낼 수 없을 정도다. 현대무용의 다양성을 유지하려면 우선 관객들을 끌어들여야 한다. 언제 보러와도 즐거운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신뢰를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예술감독이 된 뒤로 관객을 돌려보낼 정도의 난해한 작품은 무대에 올리지 않았다. 안무가의 고민이 관객과 공유가 안 되면 관객들은 처음엔 이해하려고 노력하겠지만 결국은 멀어지게 된다.”
 
‘쓰리 스트라빈스키’중 ‘봄의 제전’. 그가 안무한 올해 신작들이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쓰리 스트라빈스키’중 ‘봄의 제전’. 그가 안무한 올해 신작들이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지난 2년을 돌아보며 그가 가장 잘했다 꼽는 일은 무대 바깥에 있었다. 관객들에게 현대무용의 가치와 매력을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마련한 ‘오픈 업 프로그램’이다. 일반인 대상 무용 클래스 ‘무용학교’와 연습실을 개방해 작업 과정을 보여주는 ‘오픈 리허설’, 공연의 춤곡을 들려주는 ‘무곡 콘서트’, 현대 무용의 역사와 주요 인물·작품을 소개하는 특강 ‘춤추는 강의실’ 등의 프로그램이다. 지난해와 올해 국립현대무용단의 관객 프로그램에는 각각 3895명, 5204명이 참여했다. 그는 특히 중·고교를 직접 찾아가 진행하는 원데이 워크숍 ‘찾아가는 현대무용’에 기대가 컸다. “이들이 금세 대학생 된다”면서 “미래 관객과 무용수를 발굴하는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 관객에게 현대무용과 가까워진다는 게 어떤 의미가 있나.
“생각의 자유로움을 얻을 수 있다. 현대무용은 전통춤과 음악 등을 재료 삼아 순전히 사람의 머리로 만들어낸 창작물이다. 현대무용을 보면서 관객들에게 ‘나도 내 창작물을 만들고 싶다’는 동기가 생긴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답답한 현실을 타개할 길 역시 자유로운 생각을 통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스윙’ 공연 장면. 그가 안무한 올해 신작들이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스윙’ 공연 장면. 그가 안무한 올해 신작들이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그는 올해 두 편의 신작을 새로 안무해 무대에 올렸다. 스웨덴 스윙재즈밴드 ‘젠틀맨 앤 갱스터즈’의 반주에 맞춰 리드미컬하고 경쾌한 춤을 선보인 ‘스윙’과 ‘쓰리 스트라빈스키’의 한 작품인 ‘봄의 제전’이다. 팔과 손목의 움직임을 강조하고 잠시도 지루할 틈 없이 밀도 있게 구성한 그의 안무 스타일은 여전했다.
 
안무에 원칙이 있다면.
“2분 안에 뭔가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는 ‘2분 룰’이다. 영화 편집 방식과도 비슷하다. ‘2분’은 나의 ‘인내 수치’이기도 하다. 2분이 지났는데도 진전이 없으면 관객으로서 참을 수가 없다. 다시는 안 보러 간다.”
 
그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1년 남짓 다니다 자퇴한 뒤 미국 마이애미 대학교에서 영화를 공부했다. 영화 공부 역시 3학기밖에 이어지지 못했다. 무용과로 전과했고, 1989년 뉴욕 줄리어드 학교로 옮겨 무용을 계속 배웠다. 1997년 귀국한 이후 활동 무대를 한국으로 옮기면서 국내 춤 평론계에서 ‘욕’도 많이 먹었다. 지난 4월  ‘스윙’ 공연 후  “메시지 없이 재미로만 채워졌다”는 쓴소리를 들은 것도 그 중 하나다. 그는 “그때마다 ‘당신 말씀도 맞습니다. 하지만 나는 내 갈 길이 있으니…’란 마음이었다”면서 “나는 선배도 없고 선생님도 없으니 내 맘대로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20대 중반 나이에 처음 춤사위를 익히고도 줄리어드 학교까지 진출한 재주꾼이지만 무용수로는 오래 활동하지 않았다. 10여 년 전부터는 춤 연습도 하지 않는다. 다만 하루 40분씩 집 부근 양재천을 걷고, 부상 방지를 위해 팔 운동을 한다. 일주일에 네 차례씩 시즌 무용수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발레 클래스에서 시범을 보이다 혹 다칠까 염려해서다.
 
현대무용에서 테크닉은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가.
“발레 동작은 복잡한 현대무용 안무의 기준점이 된다. 하지만 테크닉보다 무용수에게 더 중요한 것은 ‘몸의 개념’이다. 머리가 원하는 걸 몸이 얼마나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냐는 것이다. 우리나라 현대무용수들의 자질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김영진 등 몸의 수축과 이완에 특별한 재능을 지닌 무용수들이 많다.”
 
내년에도 새 안무작을 내놓을 계획인가.
“한국의 미를 세계에 알릴 작품을 만드는 게 목표다. 지난해 신작 ‘제전악-장미의 잔상’을 함께 만든 라예송 감독과 다시 공동작업을 추진 중이다. 제목은 미정이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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