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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웜비어까지 거론했다…최용해 때린 미국의 '뒤끝'

 미국 재무부가 10일(현지시간) ‘최악의 인권’을 이유로 북한의 2인자인 최용해를 비롯한 최고위층 3명에 대한 독자 제재를 발표했다.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날 북한의 최용해 노동당 부위원장, 정경택 국가보위상, 박광호 노동당 부위원장 겸 선전선동부장 등 3명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제재 대상이 되면 미국 내 여행, 미국 업체와의 거래 등이 금지되고 미국 내 자산 등도 동결된다. 북한 요인들이 미국 내 공개적으로 쌓아 놓은 재산은 없는 만큼 실효적 효과는 적다. 하지만 북ㆍ미 대화가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북한이 가장 금기시하는 인권 문제를 미국이 꺼내 들어 북한을 정면으로 압박했다는 점에서 미국이 계속 기다리고만 있지는 않는다는 메시지를 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이번 제재는 북한에 빨리 협상 테이블로 나와서 비핵화 대화를 충실히 하라는 미국의 요구”라며 “시간 끌기를 계속하면 제재를 강화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북한 여행중 억류됐다가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지난달 본국으로 송환될 당시의 모습 [AP=연합뉴스]

북한 여행중 억류됐다가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지난달 본국으로 송환될 당시의 모습 [AP=연합뉴스]

 
특히 미국 정부는  최용해를 제재하면서 이를 오토웜비어의 생일(12일) 직전에 발표했다.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은 보도자료에서 “오늘 조치는 18개월 전 숨진 미국 시민 오토웜비어가 북한 당국으로부터 당한 잔혹한 처우를 다시 상기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만약 오토(웜비어)가 살아 있다면 그는 오는 12일 생일을 맞아 24살이 됐을 것이며, 그의 부모와 가족들은 여전히 슬픔에 잠겨있다”고 언급했다. 오토웜비어는 2015년 말 북한을 방문했다가 억류돼 1년 만에 혼수 상태로 미국으로 송환됐다가 사망했다. 미국 조야와 여론이 당시 들끓었다.
지난해 10월 미국의소리방송(VOA)에서 공개된 웜비어 북한 억류 전 치아 모습(위)과 엑스레이 사진(가운데). 본국에 송환된 이후 찍은 엑스레이(아래)에서는 치아가 안쪽으로 함몰된 모습이 확연하다. [VOA 캡처]

지난해 10월 미국의소리방송(VOA)에서 공개된 웜비어 북한 억류 전 치아 모습(위)과 엑스레이 사진(가운데). 본국에 송환된 이후 찍은 엑스레이(아래)에서는 치아가 안쪽으로 함몰된 모습이 확연하다. [VOA 캡처]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은 이날 발표자료에서 “오늘의 제재는 북한의 최악의(abysmal) 인권 상황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못박았다. 미국의 비핵화 대화 요구에 무응답으로 일관하는 북한을 향해 오토웜비어사망 때 미국이 느꼈던 분노와 참담함이 결코 잊혀지지 않았음을 상기시키며 뒤끝 있는 미국으로 경고한 셈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번에 제재 명단에 오른 3인은 북한 장마당 등에서 정부 비판 여론을 검열하고 정치수용소 운영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다. 재무부는 최용해를 지목해서 “당ㆍ정ㆍ군을 총괄하는 북한 내 ‘넘버 투’ 공직자로 보고되고 있다”며 그가 김정은 위원장의 오른팔임을 알렸다. 이번 제재는 2016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서명한 대북제재강화법에 따른 것이다. 김 위원장과 여동생 김여정 부부장도 이 명단에 올라있다. 같은 법에 따라 국무부는 180일마다 북한 인권 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하게 돼 있다. 최 부위원장 등에 관한 국무부 보고서도 이날 국회에 제출됐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북한 인권 문제가 포함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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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이날 세계인권의 날(12월 10일)에 맞춰 제재를 발표한 대상은 북한이 유일하다. 지난해 1월부터 미국이 인권과 관련해 집중적으로 제재를 가한 시리아ㆍ남수단ㆍ콩고민주공화국ㆍ베네수엘라ㆍ이란 등은 이날 발표에선 제외됐다. 
이용호 북한 외무상(오른쪽)은 이달 6~8일 방중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왕이 외교부장을 만났다. 사진은 지난 5월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두 사람이 만난 모습. [AP=연합뉴스]

이용호 북한 외무상(오른쪽)은 이달 6~8일 방중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왕이 외교부장을 만났다. 사진은 지난 5월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두 사람이 만난 모습. [AP=연합뉴스]

 
이날 노동신문은 ‘낡은 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논평을 내고 최근 미국의 인권 압박에 관해 “싱가포르 수뇌회담 정신에 배치되는 극악한 적대 행위”라고 강경 반발했다. “미국은 다 깨어져 나간 반공화국 인권 모략의 북통을 아무리 두드려대야 망신밖에 당할 것이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최우선 국립외교원 교수는 “이미 김 위원장 등에 대한 제재가 들어간 상태기 때문에 이번 조치가 북·미 정상회담 등의 판 전체를 깰 정도는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당분간은 북한이 ‘화내며 버티기’를 하는 명분이 될 수 있어 북·미 대화 재개에 부정적인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서울=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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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