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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좀 아는 고수들이 위스키를 마시는 법

기자
김대영 사진 김대영
[더,오래] 김대영의 위스키 읽어주는 남자(10)
bar에 있는 수많은 위스키를 보고 있으면, 어떤 순서로 마셔야 할지 고민된다. 딱 한 잔만이라면 평소 궁금했던 위스키를 마시면 된다. 하지만, 두 잔 이상의 위스키를 마신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먼저 마신 위스키가 뒤에 마실 위스키 맛에 훼방을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긴 시간 여러 번 입을 헹구면서 천천히 마시면 될 일이지만, 늘 우리의 밤은 짧다. 개인적인 위스키 경험과 국내외 위스키 마니아들로부터 들은 내용을 토대로 위스키 마시는 순서를 정리해봤다.
 
이 많은 위스키 중에서 뭘 먼저 마실 것인가? [사진 김대영]

이 많은 위스키 중에서 뭘 먼저 마실 것인가? [사진 김대영]

 
우선 고려할 대상은 알코올 도수
소주를 마시다 맥주를 마시면 다소 맛이 밋밋하게 느껴진다. 맥주가 물처럼 느껴진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위스키도 마찬가지. 60도에 가까운 위스키를 마시다 40도 위스키를 마시면 상대적으로 맛과 향이 연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가능하면 낮은 알코올 도수의 위스키로 시작하는 게 좋다.
 
하이볼로 시작하는 것도 좋다. 위스키에 탄산수를 섞은 칵테일을 하이볼이라고 하는데, 알코올 도수는 맥주보다 조금 높은 정도다. 위스키보다 알코올 도수는 훨씬 낮으면서, 위스키의 풍미는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또 탄산수의 톡톡 튀는 촉감이 혀를 깨워, 뒤에 마실 위스키를 준비케 하는 역할도 한다.
 
블렌디드 위스키 ‘화이트 호스’로 만든 하이볼. 위스키의 시작을 하이볼로 하는 것도 꽤 괜찮다. [사진 김대영]

블렌디드 위스키 ‘화이트 호스’로 만든 하이볼. 위스키의 시작을 하이볼로 하는 것도 꽤 괜찮다. [사진 김대영]

 
위스키 숙성에 몇 번째로 사용된 오크통인가
하나의 오크통에서만 숙성한 위스키는 오크통이 몇 번째로 위스키 숙성에 쓰였는지 표기하곤 한다. 처음으로 위스키 숙성에 쓰인 오크통을 '퍼스트 필(first fill) 오크통'이라 하고, 두 번째는 '세컨드 필(second fill) 오크통' 또는 '리 필(re-fill) 오크통'이라 한다. 숙성에 쓰이는 횟수가 늘수록 오크통의 풍미가 위스키에 미치는 영향은 적어진다.
 
롱몬 1964 퍼스트 필 쉐리 혹스헤드(좌)와 롱로우 1998 리필 쉐리 벗(우). [사진 김대영]

롱몬 1964 퍼스트 필 쉐리 혹스헤드(좌)와 롱로우 1998 리필 쉐리 벗(우). [사진 김대영]

 
퍼스트 필 오크통에서 숙성한 위스키가 세컨드 필 오크통에서 숙성한 위스키보다 오크통의 풍미가 강한 편이다. 첫 잔부터 퍼스트 필 오크통에서 숙성한 위스키를 마시면, 강한 자극을 받은 혀가 다음 위스키 맛을 느끼기 곤란해진다. 따라서 될 수 있으면 퍼스트 필 오크통 숙성 위스키는 마시는 순서를 뒤로 미루는 것이 좋다.
 
피트향이 있는가 없는가
위스키 제조 과정 중 맥아 건조에 피트(이탄)를 사용하면, 소독약이나 지푸라기 태운 향이 나는 위스키가 된다. 스코틀랜드 아일라 섬에서 만드는 위스키가 주로 피트를 사용해 맥아를 건조하는데, 심할 경우 피트향이 위스키의 다른 맛을 모두 흡수해버린다. 이 향은 호불호가 극명해서, 좋아하는 사람은 마니아가 되고 싫어하는 사람은 향을 맡는 것조차 꺼린다.
 
실제 피트 사진. 양치식물, 이끼류, 풀, 관목 등이 퇴적되어 만들어진다. [사진 김대영]

실제 피트 사진. 양치식물, 이끼류, 풀, 관목 등이 퇴적되어 만들어진다. [사진 김대영]

 
만일 당신이 피트향을 좋아한다 해도 첫 잔으로 피트향 나는 위스키는 피하자. 워낙 강렬한 향이라 마신 지 꽤 지나도 입 안에 머물기 때문이다. 알게 모르게 다음 위스키를 마실 때도 피트향이 관여할 것이다.
 
위스키를 신나게 마시고 잠든 다음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입에서 피트향이 풍긴 적도 있을 정도니까. 그래서 피트향이 있는 위스키는 후반부에 마시는 걸 추천한다.
 
피트향 가득한 라가불린. 아주 좋아하는 위스키지만, 첫 잔으로 마시는 일은 잘 없다. [사진 김대영]

피트향 가득한 라가불린. 아주 좋아하는 위스키지만, 첫 잔으로 마시는 일은 잘 없다. [사진 김대영]

 
꼭 이렇게 위스키를 마시란 법은 없다. 여기서 설명한 세 가지는 지금까지 위스키를 마시면서 터득한 나만의 방법일 뿐이다. 누군가는 알코올 도수가 높고, 퍼스트 필 오크통에서 숙성했으며, 피트향이 강한 위스키를 처음부터 마시는 게 더 좋을 수 있다. 중요한 건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신에게 맞는 순서를 찾는 것. 오늘 밤도 수많은 위스키가 당신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김대영 중앙일보 일본매체팀 대리 kim.dae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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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