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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오영식 가도 ‘노조 왕국’ 코레일 남는다

오영식 코레일 사장이 11일 잇따른 철도 사고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뉴스1]

오영식 코레일 사장이 11일 잇따른 철도 사고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뉴스1]

 "후임 사장을 찾기도 어렵겠지만 누가 돼도 고생길이 훤할 겁니다."
 
 11일 오영식 코레일 사장의 사퇴 소식을 접한 한 철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앞서 오 사장은 이날 오전 "잇따른 열차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장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연이은 사고로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사죄의 뜻과 함께 책임을 통감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정인수 코레일 부사장이 사장 대행을 맡아 당분간 코레일을 이끌게 됐다. 그리고 이 사이 후임 사장 선임을 위한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사장 공모와 심사, 임명 등의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최소 5~6개월은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지난해 8월 홍순만 전 코레일 사장이 사퇴한 이후 오영식 사장이 올 2월 취임할 때까지 6개월가량이 소요됐다.  
 
 그러나 문제는 후임 사장 선임이 쉽지 않을 거란 점이다. 무엇보다 강성 노조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코레일 간부는 "지금 코레일은 '노조 천국'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노조가 득세해 있다"며 "후임 사장이 이런 상황을 헤쳐나가기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 사장 취임 이후 시행한 친 노조 정책으로 인해 철도 노조의 영향력이 너무 세졌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철도노조 홈페이지 캡쳐]

오 사장 취임 이후 시행한 친 노조 정책으로 인해 철도 노조의 영향력이 너무 세졌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철도노조 홈페이지 캡쳐]

 그는 또 "오 사장이 노조에 급진적인 친화정책을 쓰면서 고위 간부들은 물론 현장에 그릇된 신호를 보낸 결과, 현장은 완전히 노조 왕국이 되어버렸다"며 "현장 간부들은 노조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오 사장은 취임 직후 철도노조의 오랜 요구사항이었던 해고자 98명의 복직에 전격 합의했다. 그동안 정부는 해고자 가운데 아직 법적 판단이 끝나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고, 다른 공기업에 미치는 영향들을 고려해 해고자 복직과 특채에 반대해 왔지만, 오사장이 이를 뒤집은 것이다. 
 
 오 사장은 또 KTX 해고 여승무원들을 본사 역무직으로 특채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올해 임금 협상을 통해 기본급 2.6% 인상과 정원 3064명 증원에도 합의했다. 모두 노조가 요구해 온 사항들이다. 
지난 2월 오영식 사장(왼쪽)은 철도노조와 해고자 복직에 전격 합의했다. [사진 코레일]

지난 2월 오영식 사장(왼쪽)은 철도노조와 해고자 복직에 전격 합의했다. [사진 코레일]

 이 때문에 코레일 내부에선 “오 사장이 노조가 하자고 하는 대로 다 해준다. 전임 사장들과 달리 노조 요구를 거부하지 못하고 다 수용하고 있다"는 불만도 나왔다. 
 
 다른 철도업계 관계자는 "코레일 간부들을 사석에서 만나면 직원들 통제가 안 된다고 하소연을 자주 한다"며 "아무도 간부 지시를 안 듣는 데다 어떤 지시를 내리면 오히려 거꾸로 노조를 통해서 압박이 들어온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과거 코레일 사장과 간부들이 노조에 맞설 때는 정부가 뒤에서 힘이 되어 줬지만, 현 정부는 노동 친화적이라서 그런 지원을 기대하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강릉선 KTX 탈선 사고와 KTX 오송역 단전 사고 등으로 인해 실추된 코레일의 이미지를 개선하려면 상당히 강도 높은 내부 혁신이 필요하지만, 노조 반발을 이겨내기가 쉽지 않을 거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8일 발생한 강릉선 KTX 탈선 사고 현장. 우상조 기자

8일 발생한 강릉선 KTX 탈선 사고 현장. 우상조 기자

 게다가 논란이 끊이질 않는 SR(수서고속철도) 통합과 남북철도 연결 등도 후임 사장이 풀어야 할 어려운 숙제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후임 사장 선임 자체가 상당한 난항을 겪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코레일 사장이 평소에도 고생을 많이 하는 자리로 소문난 데다 최근 여러 문제가 불거진 상황이라 선뜻 지원하는 인사가 없을 거란 얘기다. 오 사장도 당초 코레일 사장 제의에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당 기간 코레일 사장이 공석이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번에는 철도를 제대로 아는 인사를 사장으로 영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시곤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후임 사장은 무엇보다 철도를 아는 전문가로 특히 철도 안전 분야를 제대로 챙길 수 있어야 한다"며 "정치 등 외부 사안에 신경 쓰지 않고 철도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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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