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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어진 이 안보이려 조심조심 말하던 그 총각

기자
유원희 사진 유원희
[더,오래] 유원희의 힘 빼세요(3)
입안에는 또 하나의 우주가 있다. 그 신비한 조화와 자연미를 찾아내 미적 감각으로 치료하는 치과의사가 들려주는 힘을 빼는 삶의 이야기. 힘을 빼면 치과 치료가 쉬워지는 건 물론 가족, 친구 사이, 비즈니스도 잘 풀려간다. 한국보다 외국에서 더 잘 알려진 치과의사가 힘을 뺀 인생이 더 멋진 이유를 들려준다. <편집자>
 
우리 집 근방에 목욕탕이 있다. 이 목욕탕에 3년 동안 매주 거르지 않고 다니다 보니 세신사 총각과 친해졌다. 어느 날 총각이 자못 심각한 표정으로 내게 말을 걸었다(내용과 연관 없는 사진). [사진 프리큐레이션]

우리 집 근방에 목욕탕이 있다. 이 목욕탕에 3년 동안 매주 거르지 않고 다니다 보니 세신사 총각과 친해졌다. 어느 날 총각이 자못 심각한 표정으로 내게 말을 걸었다(내용과 연관 없는 사진). [사진 프리큐레이션]

 
우리 집 근방에 목욕탕이 있다. 집에서 하는 것과 목욕탕에 가서 하는 것은 다르다. 뭔가 더 개운한 느낌이라서 나는 자주 간다. 목욕탕에서 일하는 사람이 있다. 흔히 말하는 때밀이지만 한자로는 세신사라고 한다. 어감이 다르고 하나의 직업으로 존중하는 마음이 생겨서 세신사라는 말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이 목욕탕의 세신사는 40대의 총각이다. 요즘이야 결혼적령기라는 것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닌 시대가 되었다. 내가 결혼하면 그것이 적령기이고 혼자 사는 사람도 많이 생겼으니 40대 총각이라고 해서 창피할 것도 없고 기죽을 필요도 없다.
 
총각이라는 말은 한자어인데 총은 ‘묶다’라는 뜻이고 각은 ‘머리카락’을 나타낸다. 결혼하지 전에 머리를 땋아 묶고 다니는 모습을 나타낸 한자이다. 총각김치를 담그는 무를 총각무라고 하는데 무청을 총각 머리처럼 땋아 묶을 수 있다는 것에서 이어진 말이다(총각김치를 총각이 담근다고 착각하고 괜히 이상한 생각을 하지 마시길).
 
이 목욕탕에 3년 동안을 매주 거르지 않고 다니다 보니 세신사 총각과 친해졌다. 총각에게 몸을 맡기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어느 날 총각이 자못 심각한 표정으로 내게 말을 걸었다.
 
“원장님, 저 장가가야 하는데요.”
“가면 되지. 그만하면 미남이고 일도 성실히 잘하는 훌륭한 총각인데.”
“그런데요. 고민이 하나 있어요.”
“무슨 고민? 말씀해 보게.”
 
그러자 그 총각은 내 얼굴 앞으로 오더니 입을 크게 벌려 보여준다. 뭐 크게 벌릴 것도 없었다. 총각의 앞니 사이가 벌어진 것이 바로 보였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 말도 잘 하지 않고 얼굴을 정면으로 잘 보여주지 않았던 것을 알아차렸다. 꼭 해야 할 말이 있을 때도 입을 크게 벌리지 않고 조심스럽게 말한 것이 생각났다. 3년 동안 말이다. 내가 치과의사니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하기야 다른 사람에게도 그런 앞니를 보여주기가 싫었겠지.
 
마돈나의 살짝 벌어진 앞니. 그는 한 잡지에서 앞니를 포토샵으로 교정하자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중앙포토]

마돈나의 살짝 벌어진 앞니. 그는 한 잡지에서 앞니를 포토샵으로 교정하자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중앙포토]

 
“어떻게 해야 하나요? 간단한 방법 없을까요?”
“이런! 그걸 왜 이제 이야기해요? 간단하게 고칠 수 있는데.”
 
나는 내일이라도 치과로 오라고 했다. 2주 정도가 지났나? 말끔하게 옷을 입은 총각이 치과로 들어섰다. 몰라볼 정도였다. 목욕탕에서 보던 모습과는 다르다. 탕에서야 서로 벌거벗고 보니 그럴 수밖에. 역시 옷이 날개다.
 
예전부터 말하길 앞니가 벌어지면 그 틈새로 복이 빠져나간다고 했다. 젊은 애들은 그 사이로 침을 찍찍 뱉기도 한다. 불량하게 보인다. 그걸 멋으로 아는 애들도 있으니, 원.
 
가지런하고 반듯한 치열은 미인의 조건이다. 관상학에서는 치아의 모습으로 성격이나 건강은 물론, 재물 운과 애정 운, 부모나 조상과의 관계까지도 알 수 있다고 한다. 치아가 희고 튼튼하며 특히 틈새가 없고 곧으면 길상이라고 하고 이런 치아를 가진 사람은 건강하고 장수한다고 한다.
 
틈새가 있는 치아를 가진 사람은 끈기가 없고 화를 잘 내는 성격을 가지며 특히 대문에 해당하는 앞니가 벌어져 있으면 복도 빠져나가고 말도 새어 나간다고 하니 이는 반드시 고쳐야 한다. 우선 보기에도 안 좋지 않은가.
 
나는 레진으로 총각의 앞니 모양을 정상적으로 보이게 치료 했다. 이런 교정치료는 비교적 간단한다. 교정을 마친 후 거울을 보고 웃는 총각은 행복해 보였다(내용과 연관 없는 사진). [사진 pixabay]

나는 레진으로 총각의 앞니 모양을 정상적으로 보이게 치료 했다. 이런 교정치료는 비교적 간단한다. 교정을 마친 후 거울을 보고 웃는 총각은 행복해 보였다(내용과 연관 없는 사진). [사진 pixabay]

 
나는 레진으로 총각의 앞니 모양을 정상적으로 보이게 치료를 했다. 이런 교정치료는 비교적 간단하다. 교정을 마친 후 거울을 보고 씩 웃는 총각은 행복해 보였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총각이 병원을 찾아와 청첩장을 내밀었다, 환하게 웃으면서. 그동안 알고 지내던 처녀와 결혼을 하기로 했다고!
 
그날 나는 유난히 환자를 많이 보고 피곤했는데 총각의 청첩장과 그 행복한 얼굴을 보고는 피곤이 눈 녹듯이 사라지는 걸 느꼈다. 나는 축하의 악수를 청했다. 내 이 입에서 저절로 노래가 나왔다.
 
나란히 나란히 나란히
밥상 위에 젓가락이 나란히 나란히 나란히
댓돌 위에 신발들이 나란히 나란히 나란히
짐수레의 바퀴들이 나란히 나란히 나란히
학교 길에 동무들이 나란히 나란히 나란히
나란히 나란히 나란히
 
이것이 치과의사가 누리는 행복의 하나다.
 
유원희 WY 치과 원장 whyoo@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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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