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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화의 생활건축] 교회 건물, 꼭 화려해야 할까

한은화 건설부동산팀 기자

한은화 건설부동산팀 기자

최근 한 건설업계 관계자들과 함께한 식사 자리에서 한창 신축 중인 서울의 새문안교회 건물이 화제로 떠올랐다. “어마어마하다”로 일축되는 이야기다. 광화문 광장 인근에 있는데, 가림막 위로 모습을 드러낸 건물의 뼈대가 정말 거대했다. 조감도(사진)를 보니 13층으로 지어질 건물(건물 높이 67.6m)은 황금색이었다. 게다가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 일대에서 가장 화려한 건물이 될 것”이라며 밥 동무들은 수런거렸다.
 
철거된 옛 교회 건물은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세손 이구(1931~2005)의 작품이었다. 그는 미국 MIT를 나와 중국계 미국인 건축가 이오 밍 페이(I. M. Pei)의 사무실에서 일한 건축가였다. 페이는 루브르 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를 설계한 이다. 마지막 모더니스트 건축가라 불리는 그의 제자답게, 이구가 지었던 교회는 담백했다. 그리고 겸손했다. 대로에서 한껏 물러나 앉았는데 십자가 첨탑도 세우지 않았다. 건물 전면의 아(亞)자 창의 색을 달리해 십자가로 보이게 했다. 현대적인 교회 건물에 한국의 미를 감각적으로 더했다. 한국의 예배당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건축가는 무수히 고민했을 것이다. 새 건물의 인허가 단계에서 “기존 건물을 조금이라도 보존하라”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남김없이 철거됐다.
 
새문안교회 조감도

새문안교회 조감도

옛 새문안교회     [사진 새문안교회]

옛 새문안교회 [사진 새문안교회]

옛 새문안교회 [사진 안창모 교수]

옛 새문안교회 [사진 안창모 교수]

이 교회에서 직선거리로 400m 떨어진 곳에 다른 노력을 한 예배당이 하나 있다.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이다. 영국 건축가 아더 딕슨의 작품이다.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이 서양 건물은 조선의 풍경 속에 살포시 앉으려 애썼다. 건축가는 뾰족한 고딕 양식 대신 로마네스크 양식을 택했다. 지붕에 기와를 얹고, 스테인드글라스는 전통의 오방색에 창도 한국의 전통 띠살창을 응용했다. 조화롭고 친근하다. 아더 딕슨을 건축가로 지명한 트롤로프 주교의 주문 사항대로다. 교회 건축의 모범이 되게 할 것, 한국인에게 용기를 줄 것, 한국 전통 건축과 조화를 이룰 것.
 
주교의 유해는 지하 성당에 안치되어 있다. 작지만 아름다운 공간이다. 그는 그 공간에서도 사람들이 밟고 다니는 복도 아래에 있다. 사후에도 낮은 곳으로 임한 그의 정신을 되새길 수 있다. 지하 성당에 종종 간다. 앉아 있는 것만으로 위로가 된다. 이게 예배당 그리고 공간의 힘이 아닐까 싶다. 
 
한은화 건설부동산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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