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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체스와 바둑 싸움을 닮은 미·중 무역 전쟁

김흥규 아주대 교수 중국정책연구소장

김흥규 아주대 교수 중국정책연구소장

아르헨티나에서 최근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격화돼온 미·중 무역 갈등을 90일간 유예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번 합의에도 불구하고 미·중 무역 분쟁은 경제 전쟁으로, 전략과 군비 경쟁으로, 더 나아가 이념 경쟁으로까지 확산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트럼프는 체스하듯 공격력 과시
시진핑은 바둑처럼 장기적 포석
‘위대한 미국’과 ‘중국몽’ 충돌
전략경쟁의 폭풍우에 대비해야

미·중 갈등이 예전과 달리 이렇게 심각하게 인식되는 것은 강대국 간 세력 전이(Power transition)의 양상과 깊게 결부돼 있기 때문이다. 세 가지 요인이 중요했다. 우선 중국의 급속한 부상이다. 중국의 경제발전은 대부분의 예상을 뛰어넘는 대성공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14년 이후 구매력 평가지수(PPP) 기준으로는 중국은 이미 세계 최대 경제 대국으로 올라섰다. 나아가 ‘중국 제조 2025’를 통해 차세대 선진 과학기술산업의 선두주자가 되려고 한다.  
 
둘째는 2008~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의 영향이다. 미국은 이 위기를 스스로 수습하지 못했고, 중국이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이 와중에 미국의 국제적 위신은 크게 추락했다. 반면에 중국의 자존감과 위상은 크게 높아졌다. 중국은 ‘개발도상국’이 아닌 ‘강대국’으로 국가 정체성을 변모시켰다. 셋째는 시진핑과 트럼프의 리더십이다.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구호로 내세우면서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는 중화제국의 위용을 오늘의 세계에 재현하려는 의지를 연상하게 하는 시진핑의 중국몽(中國夢) 목표와 상충한다.
 
미·중의 갈등 양상을 보자면 마치 서양의 체스와 동양의 바둑 게임을 보는 듯하다. 체스는 막강한 공격력으로 상대의 수장을 제압하면 경기가 끝난다. 바둑은 포석을 잘 두는 것이 중요하다. 전투는 질 수도 있다. 수세라도 최종 전쟁에서는 이길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마오쩌둥이 국민당 군과 싸울 때 적용했던 방식이다. 강한 적이 공격해오면 접전을 피하고 후퇴하고, 적의 약점을 계속 괴롭혀 지치게 한다. 그리고 사람의 마음(연성 매력)을 장악해 점차 명분 측면에서 적을 궁지로 몰아간다. 결국은 농촌 지역에서 도시의 적을 에워싸서 도시에서 최종전을 승리하는 전략이다. 그렇다면 트럼프의 거칠고 막강한 화력은 게릴라전으로 응수하며 바둑식 포석을 두는 시진핑을 굴복시킬 수 있을까. 결과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시론 12/11

시론 12/11

미국은 국민당 군이 아니며, 여전히 국제질서를 주도했던 에너지가 강하게 남아있다. 미국은 역대 어느 도전자라도 거칠게 밀어붙여 승리를 쟁취했다. 영국의 파운드화 대신 달러화의 주도권을 확립했고, 소련과의 냉전에서 승리했고, 일본 및 독일의 경제적 도전을 단숨에 저지했다. 이제는 중국을 주저앉힐 차례다. 그런데 중국 역시 과거의 영국·소련·일본·독일이 아니다. 중국은 자체의 문화·역사적 역량 외에도 누구보다 규모가 크고, 배움의 속도가 빠르며, 과거의 경험에서 충분한 교훈을 얻고 있다.
 
향후 세계는 미·중 전략경쟁의 결과로 ‘팍스 아메리카나’ 또는 ‘팍스 시니카’가 아닌 미·중이라는 거대한 두 축을 중심으로 양분될 수도 있다. 이 경우 이들 간의 승패는 세계를 구성할 각자의 내적 역량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미·중 경쟁은 일상화되고, 미·중은 경쟁의 프리즘으로 세계를 바라볼 것이다. 다만 과거 냉전 시대와 달리 미·중은 서로를 말살하는 전쟁을 전제하지는 않는다. 미·중의 흡인력이 과거 미·소의 흡인력에는 못 미치는 것이 현실이고, 여타 국가들은 당장 미·중의 궤도에 올라타기보다는 자신의 생존 전략을 고심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신 두 소용돌이가 부딪쳐 쏟아내는 파편과 폭풍우는 주변 누구에게도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미·중 전략경쟁의 폭풍우는 한반도 하늘도 뒤덮을 것이다. 북한 비핵화 문제도 덮어 버릴 것이다. 모든 자원을 외부로부터 들여오는 대외 의존형 국가인 한국은 그 폭풍우에 적나라하게 노출된다. 눈앞의 이익을 구하고, 비를 피하는 데 급급할 것이 아니라 몰려오는 폭풍우에 대비해야 한다. 국가의 내적 균형을 강화해야 한다. 공동체적인 삶의 근거를 강화하고, 국내 초당파적 합의를 끌어내면서, 모든 영역에서 전문가를 존중해야 한다.
 
남북한 간에는 대립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에 합의해야 한다. 외적 균형은 성급한 결정보다는 심사숙고하면서, 시대의 흐름을 읽고, 도전을 기회의 공간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도전의 엄중함을 고려할 때, 남북한이든 여야든 보수·진보든 다 같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 중국정책연구소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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