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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개혁·개방의 초심

예영준 베이징 총국장

예영준 베이징 총국장

중국의 개혁·개방이 40주년을 맞는다. 덩샤오핑(鄧小平)은 1978년 12월 18일 공산당 중앙위원회(11기 3중전회)에서 죽(竹)의 장막을 걷고 개혁·개방을 선포했다. 처음부터 개혁이 순탄했던 건 아니다. 근 30년 중국을 통치하며 절대 평등을 꿈꾼 마오쩌둥(毛澤東)의 교시는 여전히 중국을 지배하는 철칙이었다. 덩샤오핑이 외친 ‘사상해방’은 강고한 교조주의와 번번이 충돌했다.
 
선전(深圳)에 외국 자본과 제도를 받아들이는 서커우(蛇口) 특구가 만들어졌다. 명색이 특구였지만 실적을 초과 달성한 노동자에게 보너스를 주는 것조차 간단치 않았다. 인센티브 지급에 따른 분배의 차등은 불평등과 노동 착취로 이어져 사회주의에 어긋난다는 반론이 만만찮았다. 결국 후야오방(胡耀邦) 총서기의 결재가 떨어지고서야 노동자들은 보너스 봉투를 손에 쥘 수 있었다. 1981년 12월 인민일보에 “서커우 공업구는 더 이상 한솥밥(大鍋飯·다궈판)을 먹지 않는다”는 기사가 실렸다. ‘다궈판’이란 모든 사람이 공동 식당에 모여 대형 솥으로 지은 밥을 나눠 먹던 관행, 즉 모든 사람이 똑같이 일하고 똑같이 나눠 갖던 것을 말한다.
 
선전 특구보다 먼저 ‘다궈판’을 깨뜨린 사람들이 있었다. 안후이(安徽)성 샤오강(小崗)촌 농민 18명은 인민공사의 논밭에서 내 것 네 것 구별 없이 일하고 똑같이 나눠 갖는 방식으로는 영원히 가난을 벗어날 수 없음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그들은 비장한 각오로 비밀 각서에 손도장을 찍었다. 인민공사의 땅을 나눠 각자 농사짓고 수확도 각자 챙기기로 한 것이다. 반(反)혁명분자로 낙인찍혀 패가망신할 위험을 무릅쓴 결단이었다. 그 결단이 옳았음은 이듬해 두 배로 늘어난 생산량이 입증했다. 눈에 보이는 성과를 누가 마다하랴. 당국은 3년 뒤 샤오강촌의 개별 영농을 공식 인정했다. 농촌 개혁은 그렇게 시작됐다. 공산당 이론가들은 ‘실천은 진리를 검증하는 유일한 기준’이란 현학적 표현을 썼지만, 샤오강 농민들은 몸으로 진리를 터득하고 실천으로 사상해방을 이뤘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지난 10월 선전에서 “개혁·개방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 선언했다. 하지만 6년 전 같은 발언처럼 속 깊이 파고드는 울림이 이번엔 없었다. 그동안 개혁의 후퇴로 평가되는 일들이 적지 않았던 탓이다. 과도한 권력 집중이나 1인 숭배 움직임은 차치하더라도, 디지털 기술과 결합해 강력해진 검열과 ‘시진핑 사상’ 학습 운동은 과거의 사상통제를 떠올리게 한다. 요즘 베이징 거리에서 가장 많이 보는 표어는 불망초심(不忘初心)이다. 잊지 말아야 할 초심 속엔 오늘의 중국을 있게 한 개혁·개방의 초심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역사가들이 지적하듯 개혁·개방의 초심은 ‘사상해방’이었다.
 
예영준 베이징 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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