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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값 28% 폭등” 주장에 “자판기 커피보다 싸다” 뿔난 농민들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 앞에서 열린 ‘전국농민대회’에 참가한 농민들이 ‘밥 한 공기 쌀값 300원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 앞에서 열린 ‘전국농민대회’에 참가한 농민들이 ‘밥 한 공기 쌀값 300원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농민 6000여 명이 ‘밥 한 공기 300원 쟁취’ ‘쌀 목표가 24만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이 상의 위에 걸쳐 입은 쌀포대에는 ‘쌀값 폭등, NO’ ‘멈춰, 개혁 역주행’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날 전국에서 모여든 농민들은 격앙된 표정으로 정부와 국회에 쌀값 인상을 촉구했다. 박행덕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쌀값 때문에 물가가 오른다고 말하고, 재고미를 방출하는 국회의원들은 사기꾼”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의 공공비축미 5만t 방출 결정과 쌀 목표가격 통과를 앞두고 농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일부 소비자단체와 언론 등에서 “쌀값이 폭등하면서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어서다. 일각에선 ‘정부가 북한에 쌀을 퍼주는 바람에 곡간이 비었다’는 가짜 뉴스까지 나도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정말로 쌀값이 폭등한 것일까.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쌀 한 가마(80㎏)의 산지 가격은 19만3696원이다. 20㎏당 4만8424원꼴로 밥 한 공기(100g)로 따지면 242원이다. 밥 한 공기의 가격이 자판기 커피 1잔 평균(300원)을 밑도는 셈이 된다. 이를 정부가 발표한 쌀 목표가격(19만6000원)으로 환산하면 한 공기당 245원이 된다. 농민들이 이날 상경 집회의 목표를 ‘밥 한 공기 300원 쟁취’로 잡은 이유다.
 
농민들은 “자판기 커피 한 잔보다 못한 쌀값을 두고 ‘폭등’이라는 말들을 쓴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석하 전국농민회 광주전남연맹 사무처장은 “밥 한 공기(100g) 쌀값이 300원은 돼야 최소한의 쌀 생산비를 맞출 수 있다”며 “매년 치솟는 생산비나 물가를 고려하면 개 사료보다 못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사무처장은 “정부와 여당이 제시한 올해 80㎏당 쌀 목표가격(19만6000원)은 5년 전보다 후퇴했다”며 “물가는 매년 3%씩 오르는데 2013년 발의한 법안(21만7719원)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했다. 전농 측은 쌀 목표가격 인상을 요구하며 지난달 민주당 전남도당에서 점거 농성을 한데 이어 두 차례에 걸쳐 국회 앞에서 농민대회를 벌였다.
 
쌀 목표가격은 정부가 농민에게 변동직불금을 지급하기 위한 기준값이다. 쌀값이 내려갈 경우 목표가격과 산지 가격 차액의 85%를 농민에게 보전해 준다. 이 때문에 농민들 사이에서는 ‘농민들의 최저임금’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쌀 산지가는 농민으로부터 벼를 수매한 미곡종합처리장(RPC)이 대형마트나 농협마트 등에 공급하는 도매가를 말한다.
 
그렇다면 “쌀값이 너무 많이 뛰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는 이유는 뭘까.  
 
쌀 수매를 앞두고 전남 해남군 화원면 미곡종합처리장(RPC)을 찾은 장수익씨가 올해 수확한 쌀을 들어보이는 모습. [프리랜서 장정필]

쌀 수매를 앞두고 전남 해남군 화원면 미곡종합처리장(RPC)을 찾은 장수익씨가 올해 수확한 쌀을 들어보이는 모습. [프리랜서 장정필]

산지 쌀값이 1년 전인 지난해 10월(15만1013원)보다 28%(4만2683원) 높아져서다. 이 때문에 일부 소비자들과 식당 업주 등은 “쌀값이 물가인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농민들은 “쌀값이 적정수준을 회복하는 과정일 뿐”이라고 반박한다. “과거 5년 동안 비상식적으로 하락했던 쌀 가격이 제값을 찾아가고 있다”는 주장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연평균 산지 쌀값은 최근 4년간 23%(4만171원) 하락했다. 2013년 80㎏당 17만5261원이던 쌀값은 2014년(16만9490원), 2015년(15만8316원), 2016년(13만9883원), 2017년(13만5090원) 등으로 떨어졌다. 이 사이 상당수 농민들 사이에선 “쌀값이 개 사료 가격보다 못하다”는 말이 쏟아져 나왔다. 박형대 민중당 전남농민위원장은  “4년간 곤두박질하던 쌀값이 반등하자 마치 폭등한 것처럼 보이는 착시효과”라며 “지난해 쌀값은 20여 년 전인 1996년(13만4871원)과 비슷할 정도로 바닥을 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여전히 “국내 물가안정을 위해서는 쌀값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쌀값이 오를 경우 농민들의 벼 재배 면적이 늘어나 쌀이 과잉생산될 우려가 크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올해 전국의 벼 재배 면적은 2008년 93만6000㏊에서 73만8000㏊로 10년새 21%(19만8000㏊)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국의 쌀 생산량도 487만t에서 올해 387만t으로 20%(100만t) 줄어든 상태다.
 
김호 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쌀값이 오르더라도 고령화나 자연감소분이 있기 때문에 농지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며 “100g당 240원대인 쌀 목표가를 300원까지 올리더라도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쌀값 3배 오를 때 버스비 10배, 짜장면 7배 올라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지난 30년 동안의 쌀값 변동을 주요 품목과 비교해보면 쌀값이 얼마나 올랐는지 쉽게 알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0월 말 현재 서울의 평균 쌀 판매가(소매가 기준)는 20㎏당 6만1467원이다. 이를 30년 전인 1987년 평균 쌀값(20㎏,2만858원)과 비교하면 2.9배 올랐다.
 
같은 기간 국내 물가변화의 지표격인 짜장면값은 6.9배(707원→4885원), 서울의 시내버스요금과 목욕요금이 은 각각 10.8배(120원→1300원), 7.2배(968원→6962원)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유독 쌀값 만이 치솟은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뭘까. 산지 쌀값이 1년 전보다 28% 올랐기 때문이란 지적이 높다. 이에 대해 농민들은 “과거 4년 동안 23%나 하락했던 쌀 가격이 제값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라는 주장한다.  
 
농민들은 쌀값 비교를 소비자들이 체감하기 쉽게 5㎏이나 10㎏ 단위로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지 쌀값 등락폭을 전통적인 ‘1가마=80㎏’ 단위로 책정하면서 상대적으로 쌀값이 비싼것처럼 보인다는 주장이다.  
 
지난달 현재 평균 쌀값(19만3696원)의 경우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포장단위인 10㎏으로 바꾸면 2만4212원이 된다.
 
무안=최경호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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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