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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인듯 북카페인듯…문화가 흐르는 패션몰 '스페이스 H'

일본인 건축가 오호리 신씨가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해지스 매장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일본인 건축가 오호리 신씨가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해지스 매장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컴퓨터로 물건을 사고파는 일은 이제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세상에서도 럭셔리 브랜드들은 도시마다 새로운 오프라인 매장을 열고, 기존 공간을 재단장하는 일에 많은 공을 들인다. 소비자가 브랜드의 철학과 이야기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제 브랜드 매장은 단순히 상품을 파는 공간을 넘어 생활의 취향을 제안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지난달 23일 서울 명동에 새로운 랜드마크가 문을 열었다. 라이프스타일 전문기업 LF의 대표 브랜드 헤지스의 플래그십 스토어 ‘스페이스 H’다. 기존에 있던 건물을 리뉴얼한 것인데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의 개념을 뛰어넘어 브랜드의 콘셉트를 체험하는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는 헤지스의 설명처럼 지상 1층부터 6층의 루프톱까지 약 1200㎡ 규모의 건물은 명동에 위치한 여타의 매장들과는 많이 다르다.
매장에 들어서 제일 먼저 마주하는 1층 메인 플로어는 일종의 전시장 같다. 깨끗하게 비운 흰색의 벽면 한쪽에선 흥미로운 동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시즌별 특색 있는 아이템과 설치물들이 놓인 중앙 홀은 언제든 문화행사를 치를 수 있도록 계획된 공간이다. 지난 4일에도 시인 박준과 김민정을 초대해 북토크를 열었고, 오는 23일에는 소설가 김영하와 함께하는 북토크가 열릴 예정이다. 작가들과의 이런 특별한 만남은 문학동네가 운영하는 ‘카페꼼마’가 매장 1층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천장까지 닿는 높은 책장과 수백 권의 책으로 꾸며진 이 공간에선 독서와 함께 커피 한 잔의 여유가 가능하다.                
LF_헤지스 '스페이스 H' 내부. 1층부터 6층 정원까지 시야가 탁 트여 있는 구조라 실내는 밝고 따뜻한 느낌이다.

LF_헤지스 '스페이스 H' 내부. 1층부터 6층 정원까지 시야가 탁 트여 있는 구조라 실내는 밝고 따뜻한 느낌이다.

테이블에 앉아 커피 향과 함께 눈을 들어 매장을 둘러보면 얇은 검정 철제 프레임으로 구성된 계단이 시선을 위로 이끈다. 6층 루프톱 한쪽 정원에 들어선 나무들이 보일만큼 건물 전체의 시야가 탁 트여 있어서 시선이 머무는 곳마다 밝고 시원하다. 층계를 따라 오르면 1층과 2층 사이에 1.5층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2층과 3층 사이엔 2.5층이, 매 층마다 이런 식의 구성이다. 건물 각 층의 바닥 높이를 일반적인 건물과 같이 1층분의 높이만큼씩 높이지 않고, 각 층계참마다 반층차 높이로 설계하는 ‘스킵 플로어(skip floor)’ 방식이다.  
시선을 자연스레 위로 이끄는 계단, 스킵 플로어 구성, 패션 매장 안에 들어선 북카페, 햇빛이 잘 들어오는 넓은 창. 이 모든 컨셉트를 설계한 이는 제너럴 디자인(GENERAL-DESIGN)을 운영하는 일본인 유명 건축가 오호리 신(51)이다. 무사시노 예술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한 그는 도쿄의 프레드 페리 매장, 고베의 이자벨 마랑 매장, 다이칸야마의 로그 로드, 오키나와의 기노자 리조트&웨딩 채플 등 다양한 형태의 공간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다음은 스페이스 H 오픈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오호리 신과의 일문일답이다.          
일본인 건축가 오호리 신. 김경록 기자

일본인 건축가 오호리 신. 김경록 기자

 
건물의 구체적인 콘셉트는 뭔가.  
리뉴얼 전 이 건물 실내는 흔히 볼 수 있는 ㄷ자 형태의 매장이었다. 층마다 각 플로어가 있지만 계단으로 막혀서 위층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는 구조. 이걸 바꾸고 싶었다. 스킵 플로어 방식을 이용하면 한 층씩 바닥을 어디에서 끊느냐에 따라 자연스럽게 고객이 이동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예를 들어 2층에서 3층이 보인다든지, 3층 물건을 보면서 4층 물건이 보인다든지. 하나의 집처럼 자연스럽게 시선이 이동할 수 있는 동선을 만들고 싶었다.  
 
‘하나의 집처럼’ 구성했다는 의미는.  
집에는 여러 공간과 물건들이 있지만 동선이 자연스럽다. 말하자면 이 건물 안에 들어서면 내 집처럼 모든 구조가 한눈에 들어오도록 설계한 거다.  
 
건축가 오호리 신의 대표작 중 하나인 도쿄의 프레드 페리 매장. 역시나 철제 프레임의 층계와 스킵 플로어 방식을 이용했다.

건축가 오호리 신의 대표작 중 하나인 도쿄의 프레드 페리 매장. 역시나 철제 프레임의 층계와 스킵 플로어 방식을 이용했다.

계단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고객의 건물 체험 방법을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계단 디자인 자체는 특별한 미학적 고민 없이 심플하게 만들지만 위치와 구조는 매우 신중하게 하는 편이다.  
 
패션 매장 안에 북카페를 두는 것도 당신의 아이디어인가.  
헤지스가 처음부터 원한 게 단순한 패션 매장이 아닌 문화체험공간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쉽게 들어오고 또 편하게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접속 공간’을 생각했고, 큰 책장이 있는 카페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그런 점에서 1층 중앙 홀은 일종의 ‘이벤트 공간’인데 각종 문화이벤트를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집합장소를 만들려고 했다.  
 
건축가 오호리 신의 대표작 중 하나인 오키나와 기노자 리조트 내 웨딩 채플. 탁 트인 바다와 밝은 햇살이 잘 들어오도록 통창으로 벽을 설계했다.

건축가 오호리 신의 대표작 중 하나인 오키나와 기노자 리조트 내 웨딩 채플. 탁 트인 바다와 밝은 햇살이 잘 들어오도록 통창으로 벽을 설계했다.

건축가로서 시그니처 스타일이 있다면.
너무 개성적인 것보다는 은근한 것을 좋아한다. 물건으로 비유하자면 ‘누가 만들었는지 한눈에는 알아볼 수 없지만 질감이 느껴지는 그릇’같은. 좋아하는 책 중에 건축 장인이 나오는 소설이 있는데 ‘건축은 예술이 아니고 현실이다’라는 대사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 건축물은 건축가의 것이 아니라 그 공간에 사는 사람들의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건축가 오호리 신의 대표작 중 하나인 '사진가의 집'. 모던하면서도 고요하고, 심플하면서도 빛으로 꽉찬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건축가 오호리 신의 대표작 중 하나인 '사진가의 집'. 모던하면서도 고요하고, 심플하면서도 빛으로 꽉찬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스위스 건축가 페터 춤토르가 했던 ‘건축은 형태가 아니고 분위기’라는 말이 떠오른다.  
결국 공간도 사람들의 경험으로 가치가 판단된다고 생각한다. 그 안에서 얼마나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미래의 빈티지가 될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말을 한다. 40~50년 후 시대의 트렌드가 바뀌었을 때도 기본구조와 콘셉트는 가치가 있어서 그대로 두고 설비나 마감재 변경만으로 더 좋은 분위기를 낼 수 있는 그런 공간 말이다.    
 
글=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사진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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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