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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다치면 美 IT 치명상…멍 체포되자 주가 죄다 급락

 멍완저우(孟晩舟ㆍ46)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 체포를 주도한 미국 정부가 제 발등을 찍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화웨이 여파가 중국을 넘어 세계 정보기술(IT) 업계로 번질 전망이라서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각 나라 글로벌 IT기업들은 납품 생태계를 이루며 긴밀히 엮여있다. 이대로라면 실리콘밸리 내 미국 기업들에 부메랑으로 피해가 돌아갈 것이란 경고가 나온다.
 
 화웨이는 2015년 세계 1위 통신설비 회사로 발돋움했다. 에릭슨(스웨덴)과 노키아(핀란드)를 차례로 제치며 무섭게 성장했다. 현재 세계 곳곳에 포진한 최정상급 IT기업들에서 주요 부품을 사들인다. 
 
자료: WSJ, 2018년 실적은 1~9월 집계치.

자료: WSJ, 2018년 실적은 1~9월 집계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내 ‘거인’으로 꼽히는 인텔과 브로드컴, 퀄컴이 모두 화웨이의 최대 반도체 부품 공급업체라고 보도했다. 이들은 기지국과 라우터(데이터 중계기), 휴대폰 등 전 제작 라인에 걸쳐 화웨이에 부품을 팔고 있다.
 
 화웨이가 실리콘밸리에 건네는 돈 규모는 만만찮다. 올해 사들인 부품 총액이 100억 달러(약 11조2600억원)를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80억 달러(약 9조원)였는데 1년 새 25%가량 늘었다. 
 
 WSJ는 이 금액이 “미국이 중국에 파는 연간 자동차 수출액과 맞먹는 규모”라고 전했다. 미국에 본사를 둔 IT 조사업체 가트너(Gartner)는 화웨이의 미국산 사용 규모가 이보다 더 큰 것으로 본다. 지난해 구매액이 140억 달러(약 15조7600억원)로 전년 대비 32% 커졌다고 집계했다.
 
[자료=화웨이]

[자료=화웨이]

 
 실리콘밸리는 화웨이를 이만큼 키워낸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인텔은 화웨이가 공식 발표한 ‘전략적 파트너’다. 미래 먹거리 공유를 위해 단순 납품관계 이상의 제휴를 맺고 있다. 지난 5일 화웨이가 시범 운영을 끝냈다고 발표한 5세대 통신(5G) 기술에 인텔 프로세서가 탑재됐다. 
 
 퀄컴은 2015년 화웨이와 함께 중국 상하이에 공동 벤처를 설립했다.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에 함께 투자하기 위한 협력 프로젝트다. WSJ는 "미국 기업들이 화웨이가 세계적인 통신 사업자가 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화웨이는 누구보다도 이 같은 상황을 잘 알고 있다. 멍 CFO가 캐나다에서 체포되기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 사상 최초로 주요 납품업체 92곳의 명단을 공개했다. 동맹국에 화웨이 사용 금지 방침을 확산하는 등 미국 정부의 압력이 거세지자 위기를 직감하고 경고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30일 총92곳의 핵심 납품사 국적을 공개했다. 자료: 화웨이

지난달 30일 총92곳의 핵심 납품사 국적을 공개했다. 자료: 화웨이

 화웨이가 공개한 핵심 납품사 중 36%(33곳)가 미국 기업이었다. 중국 기업(37곳) 다음으로 많았다. 일본(11곳), 독일(4곳)이 뒤를 이었고 한국 기업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2곳이 포함됐다. 화웨이는 삼성이 만든 스크린과 저장장치를 쓴다.
 
 중국 IT 분야를 연구하는 컨설팅 업체 IBS(International Business Strategies Inc.)를 이끄는 핸들 존스 최고경영자(CEO)는 “화웨이가 미국 공급업체와 거래를 끊으면 그 충격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각한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화웨이가 내리막길을 걸으면 인텔과 퀄컴, 브로드컴의 동반 실적 하락이 불가피하다. 이미 멍 CFO 체포 소식이 전해진 뒤 세 회사 모두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주가가 2~5%가량 떨어졌다.
 
 일단 화웨이는 미국 협력사들과 잡은 손을 놓지 않겠단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멍 CFO 체포 소식이 전해진 6일 저녁 글로벌 협력사에 공개 서한을 보내 “미국 측의 부당한 행위와 무관하게 화웨이와 전세계 공급사와의 관계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우리는 지난 30년 간 전세계 1만3000여개 업체와 상호 협력을 통해 ICT 생태계를 구축해왔다”고도 강조했다. 국제정세 갈등과는 별개로 기업이익을 추구해 나가겠단 뜻으로 풀이된다.
 
화웨이 창업자의 딸린 멍완저우 화웨이 글로벌 CFO.

화웨이 창업자의 딸린 멍완저우 화웨이 글로벌 CFO.

 그렇다고 화웨이 발(發) IT침체 위험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현재 캐나다 법원에 보석 허가 신청을 접수한 멍 CFO가 풀려나지 못하고 미국에 송환될 경우 사태가 급격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8일 진행된 멍 CFO의 첫 보석 심리에서 캐나다 검찰은 멍 CFO를 “막대한 재산이 있고 미국에서 사기 혐의로 최장 30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는 자”로 규정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미국이 멍 CFO를 넘겨받아 조사한 뒤 화웨이가 국제 제재를 위반했다고 결론을 내릴 경우다. 앞서 미 정부는 중국 IT기업인 ZTE와 푸젠진화반도체가 대북 및 대이란 거래 금지를 위반했다며 올 4월과 10월 차례로 이들과 미국 기업 간 거래를 금지했다. 똑같은 방식으로 화웨이를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화웨이가 궁지에 몰리면 제 살 깎아먹기를 감수하고 미국 및 동맹국 기업 납품을 끊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본다.
 
 미 정부는 오래 전부터 화웨이와 이란 간 뒷거래를 의심해왔다. 화웨이가 스카이컴(Skycom)이란 이름의 유령회사를 세워 수출금지 품목인 미국산 첨단 통신 장비를 이란에 팔아치웠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지난 2012년 10월 미국 하원은 ‘중국 통신사가 일으킨 미국 국가안보 문제 조사 보고서’를 통해 “화웨이가 이란과 거래를 맺은 뒤 이를 의도적으로 숨겨왔다”고 결론내렸다.
 
 당시 외신에 공개된 ‘화웨이 기밀(Huawei confidential)’ 문서에는 화웨이가 이란 이동통신회사 MCI에 건넨 수출 제안 품목 리스트가 들어있었다. 실리콘밸리 대표 기업인 휴렛팩커드(HP)가 제조한 서버 1개, 디스크 판독기 20개, 각종 소프트웨어(SW) 등이다.
 
자료: 화웨이, WSJ

자료: 화웨이, WSJ

 하지만 화웨이는 수 년째 혐의를 전면 부인 중이다. 멍 CFO는 체포 직전까지도 “화웨이와 스카이콤은 별개 회사고, 자회사였던 스카이콤을 2009년 매각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화웨이를 둘러싼 미중 갈등은 해결 실마리를 쉽게 찾기 어려울 전망이다. 세계 기술패권을 누가 차지하느냐는 거대한 경쟁의 상징적 사건이어서다. 블룸버그통신은 “양국이 관세보다 은밀하고 파괴적인 IT기술 싸움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미 경제전문채널 CNBC은 “미중 무역전쟁의 본질은 ‘관세 전쟁(tariff war)’이 아닌 ‘기술 전쟁(tech war)’”이라는 전문가 의견을 전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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