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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유지냐, 폐지냐···시총 22조 삼성바이오의 운명

시가총액 22조원짜리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의 ‘운명’을 결정할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가 10일 오후 2시부터 열리고 있다.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이날 회의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업의 계속성, 경영의 투명성 그밖에 공익 실현과 투자자 보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업심사위에서 공정한 판단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 연수구에 위치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 앞. [연합뉴스]

인천시 연수구에 위치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 앞. [연합뉴스]

 
기업심사위는 한국거래소가 상장사 자격을 심사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조직한 위원회다. 회계사, 변호사, 교수, 시장 전문가 등 외부 전문가들이 대다수로 구성된다. 한국거래소 측 위원은 당연직으로 참여하는 권오현 유가증권본부 상무 한 명 뿐이다. 
 
기업심사위는 삼성바이오에 대해 ▶상장 유지 ▶기업 개선 기간 부여 ▶상장 폐지 가운데 하나로 결론을 낸다. 10일 회의에서 결론이 나지 않으면 이달 안에 다시 기업심사위가 열릴 수도 있다.
 
정 이사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거듭된 질문 공세에 “상장 규정에 나와 있는 영업 지속성, 재무 건전성, 경영 투명성, 공익 실현과 투자자 보호를 종합적으로 기업심사위에서 전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상황”이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면서 “상장 유지와 폐지, 기업 개선 기간 부여 등에 대해 기업심사위에서 공정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기대하고, 전망에 대해선 예단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달 14일 삼성바이오가 고의적인 분식회계를 했다는 내용으로 심의 결과를 발표했다. 2015년 결산에서 삼성바이오는 종속회사이던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위를 관계회사로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바이오는 회계 처리 내용을 바꿔 2905억원이던 삼성바이오에피스 기업 가치를 4조8806억원으로 평가했다. 
 
2011년 이후 4년 연이어 적자를 냈던 삼성바이오는 2015년 1조9000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설립 이후 첫 흑자를 내면서 코스피 상장에도 성공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증선위는 대표이사 해임 권고와 검찰 고발 등 중징계를 결정했다. 
 
한국거래소는 10일 기업심사위원회를 열어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폐지 여부를 심의했다. [중앙포토]

한국거래소는 10일 기업심사위원회를 열어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폐지 여부를 심의했다. [중앙포토]

 
증시 상장 절차를 관장하는 한국거래소는 삼성바이오의 상장 적격성에 대한 심사에 들어갔다. 상장 규정상 기업심사위는 영업일 기준 20일 이내(15일 연장 가능)에 회의를 열고 심의 결과를 의결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30일 기업심사위 구성 결정을 내린 지 열흘 만에 기업심사위를 열며 ‘속도전’을 펼치는 중이다. 정 이사장은 “시장 불확실성이 장기간으로 지속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국내 상장사 중 6위, 시가총액 22조원 덩치의 삼성바이오 운명은 이르면 10일 저녁에 결정이 난다. 상장 유지 또는 폐지, 어느 방향으로 결론이 나든 후폭풍은 클 수밖에 없다. 상장 유지로 결정이 난다면 삼성바이오 주식을 쥐고 있던 8만 명 개인을 포함한 투자자는 한숨 돌리게 된다. 
 
지난달 14일 오후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결론을 발표한 뒤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증선위는 이날 삼성바이오의 자회사 회계 처리 위반 여부에 대해 '고의적 분식회계' 결론을 내렸다. [뉴스1]

지난달 14일 오후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결론을 발표한 뒤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증선위는 이날 삼성바이오의 자회사 회계 처리 위반 여부에 대해 '고의적 분식회계' 결론을 내렸다. [뉴스1]

 
그동안 한국거래소가 상장 폐지 결정을 내린 기업은 자본잠식 등 기업의 지속 가능성에 문제가 있는 기업이었다. 올 3분기 삼성바이오는 매출 1011억원, 영업이익 10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감소하긴 했지만 자본잠식 등 기업 지속 가능성을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는 게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기업심사위에서 상장 유지로 결론이 나오면 삼성바이오는 벼랑 끝에서 회생하게 되지만 ‘면죄부’는 될 수 없다. 금융당국의 삼성바이오에 대한 검찰 고발, 중징계는 유효하기 때문이다.
 
만일 상장 폐지 결정이 난다면 파장은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는 정리 매매 등 상장 폐지 수순에 들어간다. 22조원 주식이 ‘휴짓조각’이 된다. 투자자 반발이 클 수 있고, 바이오 산업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기업 개선 기간 부여로 결론이 난다면 삼성바이오 주식의 매매 거래 정지는 계속되지만 상장사 지위는 유지된다. 기업 개선 기간이 1년 안팎 길게 주어지는 사례가 많다는 점에서 지금과 같은 불확실성이 장기간 지속할 수 있다.
 
금융 당국과 삼성바이오 간 법리 공방도 장기화가 예상된다. 삼성바이오는 증선위 심의 결과와 관련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회사 측은 “2015년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전환한 것이 국제회계기준(IFRS)상 타당한지에 대한 판단의 문제였다”며 “엔론과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와는 전혀 다르다. 회계 처리는 보수적이고 투명하게 이뤄졌고 본질적인 기업가치에도 영향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증선위 판단의 근거가 된 금융 당국의 감리 결과에도 반론을 제기했다. 삼성바이오는 “금융감독원이 1차 감리에서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회계 처리에 대해 특별하게 지적하지 않았으나 재감리에서는 2012년 회사 설립 시부터 현재까지 지분법으로 회계 처리하는 게 적절하다고 입장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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