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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 다방 ‘계란 동동 쌍화차’ 마셔 봤나요?

기자
홍미옥 사진 홍미옥
[더,오래] 홍미옥의 폰으로 그린 세상(15)
소설 ‘토지’를 읽다 보면 ‘구리개(仇里介)’라는 지명이 등장한다. 당시 내로라하는 양반집 자제들이 모여서 나라 잃은 설움을 술과 허무한 토론으로 밤을 지새웠던 곳. 그 양반댁이 있던 곳이 구리개다. 소설의 흐름으로 보아 서울 중심지임이 분명한데 여긴 어딜까 궁금했다. 찾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간단한 검색만으로 그곳은 ‘을지로’라는 답을 보여준다.
 
아! 구리개가 을지로였구나, 내겐 지하철역으로 각인이 되어 있던 을지로. 일제강점기에 ‘황금정’으로도 불리던 그곳은 해방 후 ‘을지문덕’의 성을 따라 든든한 을지로로 바뀌게 되었다고 한다.
 
높은 빌딩 사이로 진눈깨비가 흩뿌리던 어느 초겨울, 지하철 을지로3가역에 내렸다. 쭉쭉 뻗은 대로를 한 발자국만 비켜나면 그야말로 미로 같은 골목길이 나온다. 방금까진 대도시 서울이었다면 이 골목은 마치 몇십년을 거슬러 올라간 것 같은 기분까지 들게 한다. 잉크 냄새가 진하게 배어 나오는 인쇄소 골목, 각종 타일과 공구, 조명기구들이 연륜을 드러내며 그 자리에 서 있다.
 
그곳엔 그들과 긴 시간을 함께한 오랜 점포가 꽤 있다. 나의 발길을 잡아끈 곳은 다름 아닌 다방이다.
 
을지로3가에 있는 을지다방, by 갤럭시탭s3/아트레이지. [그림 홍미옥]

을지로3가에 있는 을지다방, by 갤럭시탭s3/아트레이지. [그림 홍미옥]

 
다방에서 계란 동동 쌍화차와 라면을?
카페도 커피숍도 아닌 다방이라는 이름의 이곳은 을지로 공구 거리의 틈새에 있다. 삐거덕거릴 것만 같은 계단을 오르면 그야말로 70~80년대의 다방풍경이 들어온다.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만 들리는 실내. 음악이 나오지 않는 다방이라니 뭔가 낯설면서도 이상하게 편안하다.
 
몇십년은 족히 되었을 빛바랜 레자소파와 단박에 분위기를 따뜻하게 데워 주는 난로 위 물 주전자가 보글보글 소리를 내며 끓고 있다. 저 뜨거운 물로 커피를 타 주는 걸까? 멋쟁이 헌팅 캡을 쓴 노신사는 따뜻한 난로 옆자리에서 신문을 들춰보고 있고, 다방을 막 나설 참인 어르신은 자줏빛 모직 코트에 윤기가 도는 밍크 목도리를 하고 있다.
 
을지로의 이색카페 잔 by 갤럭시노트8/아트레이지. [그림 홍미옥]

을지로의 이색카페 잔 by 갤럭시노트8/아트레이지. [그림 홍미옥]

 
창가에는 커다란 카메라로 이곳저곳을 찍어대는 젊은 커플도 보인다. 잠자코 앉아있던 중년의 여사장은 직접 주문을 받고 이내 쌍화차를 내어 온다. ‘계란 동동 쌍화차’ 이곳에선 이런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는데 그 비주얼이 참으로 특이하다. 온갖 한약재로 달여진 듯 걸쭉한 차 위에 보름달 같은 노른자가 둥실 떠 있다. 신기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여 기다릴 틈도 없이 호로록 마셔 버리는데, 그 맛 또한 고소하고 감칠맛이 난다. 예전부터 알고 있던 맛 같은 게 마치 낡은 이 공간 같다.
 
주방 선반에 놓인 색색깔의 보온병, 자꾸만 눈이 침침해져 가는 단골손님들을 위해 걸어둔 큼지막한 일력, 지금은 여간해선 보기 힘든 병 속에 든 커피. 설탕, 프림 삼 종 세트 등등. 구석구석엔 모든 게 원래 제 자리인 양 아무렇지 않게 놓여있다. 모든 게 재빠르게 변해가는 요즘에도 구리개, 아니 을지로의 낭만을 책임지고 있는 주인공들임이 틀림없다.
 
추운 겨울엔 따끈한 쌍화차로 무더운 여름엔 시원한 미숫가루로 지치고 힘들 땐 편안한 휴식처로 이 거리를 보듬었겠지. 또 한 가지 꿀팁! 이 다방은 오전 11시 이전에 가면 여주인이 끓여주는 계란 동동 라면을 맛볼 수 있다는 거! 자~ 그렇다면 요즘 수상(?)하게 뜨고 있다는 을지로의 핫플레이스는 어딜까?
 
젊은이들의 발길이 밤낮으로 끊어지지 않고 속칭 ‘을지로 카페 도장 깨기’라는 미션수행이 신선한 복고열풍과 함께 유행이라는데 과연 그들은 을지로의 어딜 찾아가는 걸까? 난 을지로 컨셉 카페 중 한 곳을 가보기로 했다. 꼭꼭 숨어있는 카페-나를 찾아봐! 이건 뭐 숨바꼭질이 따로 없다. 한마디로 불친절하기 그지없달까? 도대체 간판이 보이질 않는 거다. 자고로 장사하면 커다랗고 눈에 확 들어오는 번쩍이는 간판이 필수 아니던가.
 
몇 번을 헤매다 보니 은근 오기가 생겨서 꼭 찾아내고야 말겠다는 어이없는 목표가 생겨버렸다. 찾기 힘들수록 찾고 싶은 마음을 노린 걸지도 모르겠다. 대부분의 을지로 컨셉 카페들은 간판도 이정표도 없이 어렵게 길을 찾아가야 한다. 카페는 흔히들 생각하는 번듯하고 말끔하며 세련된 그런 모습은 아니다.
 
인쇄소가 있던 자리에 자연스럽게 들어앉은 차가운 시멘트의 감촉하며 뚫린 벽과 촌스러운 듯 알록달록한 실내장식이 젊은이들에겐 새로움을 우리 같은 중장년에겐 그리움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았다. 마치 어릴 적 동네양장점에 온 듯한 기분이랄까? 화려한 옷감과 실 먼지가 뿌옇던 풍경이 떠올랐다. 그래선지 젊은 청춘들 사이로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장년도 간혹 눈에 들어온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괜히 멋쩍고 수줍은 모습으로!
 
수상하지도 이상하지도 않은 을지로
을지로 인쇄소 거리. [사진 홍미옥]

을지로 인쇄소 거리. [사진 홍미옥]

 
인쇄소의 익숙한 잉크 냄새와 조명가게의 반짝이는 불빛이 거리를 점령하고 있는 을지로. 을지로 거리는 그렇게 다방의 추억도 일터의 땀도 카페의 젊은 열기도 서로 사이좋게 어우러지고 있었다. ‘수상’은 커녕 매우 정다운 을지로다.
 
오늘의 드로잉팁
터치펜이나 폰 전용 붓 펜이 없을 땐 뭘로 그리나요? 원래 없거나 아니면 깜빡하고 터치펜을 두고 왔을 때 유용한 건 보나 마나 우리의 손가락이다. 오늘은 자신이 찍은 사진을 배경으로 간단한 손가락 그림을 그려 본다. 앱은 펜업이다.
 
드로잉팁1. 설정으로 들어가 S펜 기능을 해제한다. [사진 홍미옥]

드로잉팁1. 설정으로 들어가 S펜 기능을 해제한다. [사진 홍미옥]

 
드로잉팁 2. 왼쪽의 사진 메뉴에서 배경 사진을 불러온 후 불투명도를 정해준다. 수치가 높을수록 선명하다. [사진 홍미옥]

드로잉팁 2. 왼쪽의 사진 메뉴에서 배경 사진을 불러온 후 불투명도를 정해준다. 수치가 높을수록 선명하다. [사진 홍미옥]

 
드로잉팁 3. 그리고 그 위에 원하는 색상으로 톡톡 찍어주기만 해도 하얀 꽃 위에 빨간 꽃이 피어나는 그림이 완성된다. [사진 홍미옥]

드로잉팁 3. 그리고 그 위에 원하는 색상으로 톡톡 찍어주기만 해도 하얀 꽃 위에 빨간 꽃이 피어나는 그림이 완성된다. [사진 홍미옥]

 
스케치북, 아트레이지 앱에서 드로잉 팁을 검색하면 더 상세히 설명되어 있다.
 
홍미옥 스마트폰 그림작가 keepan20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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