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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카 찍고 SNS 올리고···잠자던 박물관이 깨어났다

심재우의 뉴스로 만나는 뉴욕
 뉴욕 맨해튼 한인타운 인근의 캔디토피아. 캔디를 이용해 제작한 미술작품과 조각품이 곳곳에 걸려있는 일종의 캔디 박물관이다. 빈센트 반 고흐의 명작인 ‘별이 빛나는 밤’의 경우 1만5000개의 캔디로 만들어졌다. 지난 8월 문을 연 뒤로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매시간 220명 정도의 예약만 받고 입장시키는데 늘 매진사례다.
캔디토피아에서 찍은 가족사진은 곧바로 소셜미디어 계정으로 올라간다. 최정 미주중앙일보 기자

캔디토피아에서 찍은 가족사진은 곧바로 소셜미디어 계정으로 올라간다. 최정 미주중앙일보 기자

 

작품감상에 만족하던 시대 지나
“작품 훼손” 사진금지 정책도 바꿔
촬영 허용뒤 회원 65배 늘기도

이들이 캔디토피아를 찾는 이유는 딱 한가지다. 추억을 만들고 사진을 찍기 위함이다. 캔디토피아 곳곳에 가족단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사진기가 배치돼 있다. 단순 사진기가 아니라 갖가지 효과가 보태지는 증강현실 프로그램까지 깔려있다. 예를 들어 용과 함께 찍은 사진을 확인하면 용의 입에서 불을 내뿜는 장면을 담고 있다. 이런 사진이 미리 입력해놓은 소셜미디어 계정에 곧바로 올라간다.
 
캔디토피아 운영실장을 맡고 있는 조지 자파타는 “인스타그램, 스냅챗, 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미디어를 염두에 두고 최대한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디자인됐다”면서 “이렇게 소셜미디어에 올려진 사진들은 또 다른 관광객을 부른다”고 설명했다.
 
소호 인근의 컬러팩토리는 제각기 테마와 화려한 색상으로 장식된 16개의 방으로 이뤄진 특이한 미술관이다. 로제 와인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구경하면서 맛도 볼 수 있는 로제맨션의 바통을 이어받아 뉴욕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최대 인기비결은 인스타그램에 올릴 수 있는 사진찍기 좋은 장소로 정평이 났기 때문이다.
사진찍기 좋은 장소로 소문난 뉴욕 소호의 컬러팩토리. [사진=컬러팩토리]

사진찍기 좋은 장소로 소문난 뉴욕 소호의 컬러팩토리. [사진=컬러팩토리]

 
2년전 팝업 형태로 만들어진 아이스크림 박물관이 닷새동안 30만여 명의 관객을 유치한 것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인기를 끌었기에 가능했다.
 
이처럼 소셜미디어로 인해 박물관과 미술관 작품에 대한 경험과 소비행태가 달라지고 있다. 단순히 사물과 작품을 감상하고 희열을 느끼는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작품을 보러가서 작품과 함께 셀카를 찍고 소셜미디어에서 공유하는 것이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예술 감상 행위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뉴욕 유대인 박물관의 디지털 디렉터인 지아지아 페이는 “디지털 시대에는 기존의 예술 작품(art object)이 사회적 작품(social object)으로 거듭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디지털사진 시대 이전에는 ‘난 이걸 봤어’라는 메시지였지만 오늘날에는 ‘난 그 곳에 갔고, 그것을 봤고, 셀카를 찍었어’라는 메시지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캔디토피아에는 캔디로 만들어진 각종 명화가 전시돼 있다. 최정 미주중앙일보 기자

캔디토피아에는 캔디로 만들어진 각종 명화가 전시돼 있다. 최정 미주중앙일보 기자

 
바꿔 말하면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내’가 중심에 서는 개념이다. 이는 소셜미디어와 스마트폰이 만들어낸 새로운 트렌드로 굳어졌다. 이를 위해선 박물관에 전시된 작품은 몰입 가능해야 하고 한발 더 나아가,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키워드이다. 기존의 박물관은 몰입하는데 그쳤던게 사실이다.
 
일본이 낳은 설치미술가 쿠사마 야오이가 호주 퀸즈랜드 아트 갤러리를 위해 처음 설치한 ‘기억상실의 방’이 좋은 예이다. 흰색으로 차려진 이 방에서는 관람객이 원하는 곳에 색색의 스티커를 붙일 수 있다. 나중에 보면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총천연색 방으로 변모한다. 인스타그램에 올려서 ‘좋아요’를 받을 수 있는 셀카 사진이 가능하다. 이렇게 소셜미디어에 올려진 사진은 또 다른 관람객을 불러들이는 식으로, 팝업 박물관의 폭발적인 성공 스토리를 이어가는 중이다.
 
설치미술가들은 관람객이 미술 작품을 만드는데 참여하게 하거나, 밝은 색상의 조명과 심플하면서 우아한 장식을 동원해 셀카 찍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냈다. 팝업 미술관들은 명성이 높은 설치미술가가 아니더라도 사진이 잘 찍힐 수 있게만 만들어도 사업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면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같은 트렌드가 굳어지면서 사진촬영에 보수적이던 전통 박물관까지 변화하고 있다. 대부분의 박물관은 저작권과 빛에 민감한 그림 작품을 보호하기 위해 사진 촬영을 엄격히 금지해 왔다. 그러나 소셜미디어의 영향이 커지면서 2015년 이후 사진촬영에 대한 정책이 급변하고 있다. 오히려 사진촬영을 권장하는 문구를 곳곳에 붙이고 패션쇼 갤러리처럼 바꾸는 곳이 부지기수다.
캔디토피아에서는 증강현실이 가미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용이 내뿜는 불이나 무지개는 증강현실로 만들어졌다. 최정 미주중앙일보 기자

캔디토피아에서는 증강현실이 가미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용이 내뿜는 불이나 무지개는 증강현실로 만들어졌다. 최정 미주중앙일보 기자

 
뉴욕시내 현대미술관(MOMA)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우 이미 상업적인 목적 외에 일반인의 사진촬영을 거의 허용하고 있다. 
 
사진 촬영은 물론 셀카를 권장한 뒤로 박물관에 몰리는 관람객의 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 2015년 워싱턴DC의 국립건축박물관에서 진행한 ‘더 비치(The Beach)’는 두 달 만에 연간 30%의 관객을 모았다. 워싱턴DC 소재 허쉬혼에서 마련된 쿠사마의 ‘인피니티 미러스(Infinity Mirrors)’의 경우 첫 3개월 동안 미술관 회원 수가 무려 65배 증가했다.
 
사진 친화적인 뉴욕 소호의 컬러팩토리. [사진=컬러팩토리]

사진 친화적인 뉴욕 소호의 컬러팩토리. [사진=컬러팩토리]

그러나 부작용도 있다. 브러시 연구소에 따르면 박물관 관람객이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리는데 집중할수록 작품에서 전달받는 감흥이 적어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마케팅 전문가인 알렉산드라 바라쉬 뉴욕대 교수는 “사진을 찍고 소셜미디어에 올려 공유하겠다는 의도를 갖고있는 관람객은 실제 다른 사람들이 미술작품에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앗아간다”고도 말했다.
 
이 때문에 박물관은 고민중이다. 사진을 찍게 해 다른 관람객의 발길을 끌어모을 것인지, 아니면 박물관 본연의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사진촬영을 금할 것인지를 두고 저울질이 한창이다. 후자를 택한 리파이너리 29 팝업 미술관은  “잠시 스마트폰을 가방 속에 넣으세요”라고 권유한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워싱턴 아르텍하우스가 가장 성공적 모델
워싱턴DC의 아르텍하우스는 아트와 기술을 합쳐놓은 전시에 강점을 지니고 있다. [사진=아르텍하우스]

워싱턴DC의 아르텍하우스는 아트와 기술을 합쳐놓은 전시에 강점을 지니고 있다. [사진=아르텍하우스]

 상업적인 박물관 가운데 미국 워싱턴DC의 아르텍하우스가 가장 성공적인 모델로 꼽힌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아트(Art)’와 ‘기술(Tech)’을 합쳐놓은 형태이고 주로 시각적인 설치미술이 특기다. 기존 박물관의 전형적인 벽화 경험에서 탈피하자는 모토에서 시작됐다. 
 
2017년 워싱턴DC에서 문을 연 뒤로 30만여명의 관람객을 끌어들였다. 소리와 빛, 그리고 우주를 빗댄 생태계가 주요 소재다. 관람객이 팔과 다리를 움직여 컴퓨터를 통해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예를 들어 자연을 테마로 한 환경 전시회에서는 물을 연상시키는 화면을 통해 직접 파도를 만들 수 있다. 
 
상호작용 방식으로 동작이 그대로 옮겨지는 ‘병렬우주’는 박물관 업계에서 획기적인 아이디로 꼽힌다. 이같은 노력으로 젊은이들로부터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관람객 소통면에서는 뉴욕현대미술관(MOMA)과 맞먹는 수준에 올라섰다는 평가다. 
 
결국 아르텍하우스는 미국 전역으로 무대를 넓히기로 했다. 8일(현지시간) 마이애미 전시장 오픈에 이어 내년 뉴욕 첼시에 560㎡(약 170평) 공간에 상설전시장을 마련할 계획이다. 주제는 ‘21세기 예술 경험’이다. 뉴욕 진출을 위해 450만 달러(약 52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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