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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헌혈 장병 모르게 DNA 채취한 정부

이에스더 복지팀 기자

이에스더 복지팀 기자

직장인 이모(25·경기 화성시)씨는 군 복무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헌혈을 해왔다. 군대 시절 2~3개월마다 헌혈했고, 그 습관이 전역 이후까지 이어졌다. 이씨는 “처음엔 다들 하니까 그냥 했는데, 모은 헌혈증을 소아암 환자에게 기증한 뒤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사회에 뭔가 보탬이 된 것 같아 뿌듯하다”라고 말했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올해 전체 헌혈자 252만2017명 가운데 16.2%(40만8905명)가 군 장병이다. 이씨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팔을 걷은 60만 군 장병들 덕분에 수혈 등에 쓰이는 혈액이 원활하게 공급된다. 이렇게 선의로 헌혈 대열에 섰던 군 장병들도 모르는 사실이 있다. 자신의 혈액이 유전자(DNA) 분석용으로 보관된다는 것이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보건복지부는 2014년부터 국방부와 협약을 체결하고, 헌혈 혈액으로 유사시 군 전사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적십자사는 원래 수혈 부작용이 생겼을 때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헌혈 혈액 중 일부(5cc)를 보관하는데, 군 장병의 경우 이를 DNA 정보 추출을 위한 시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당시 복지부·국방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국가 예산을 10년간 최소 200억원 아끼게 됐다. 매년 전 장병을 헌혈에 참여시켜 연간 24만명의 안정적인 혈액 자원을 확보하게 됐다”고 자랑했다.
 
정작 헌혈에 참여한 군 장병들은 이 사실을 전혀 몰랐다. 현행 생명윤리법은 ‘인체유래물은행’으로 허가받은 기관만 혈액 등 인체유래물이나 유전정보를 수집·보존하고 이를 이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적십자사는 그런 권한이 없다. 게다가 군 장병 본인에게 헌혈하면 DNA 정보가 제공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도 않았다. 이들의 동의를 받지도 않았다. 헌혈 장병 DNA만 보관하는 것도 이상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승희 의원(자유한국당)은 “지난 4년간 211만명의 군 장병이 헌혈을 하고 같은 수의 DNA 시료가 보관됐지만 서면동의서는 단 한건도 제출되지 않았다. 정부가 관행적으로 이뤄진 위법 사항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탓”이라고 지적했다. 군 전사자 신원 확인을 위한 대비는 꼭 필요하다. 또 부처 간 협업으로 예산을 아끼는 것도 좋은 일이다. 하지만 당사자도 모르는 유전자 정보 제공은 명백한 법 위반이다. 헌혈할 때 ‘전사자 유해 식별용’이라는 목적과 DNA 보관 방침을 알리면 상당수가 동의할 것이다. 힘없는 병사들도 인권을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이에스더 복지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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