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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정파 뛰어넘는 ‘우리의’ 대통령을 바란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리셋 코리아 정치분과 위원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리셋 코리아 정치분과 위원

미국 41대 대통령을 역임한 조지 HW 부시가 얼마 전 타계했다. 미국과 한국 언론은 부시 전 대통령의 부고 기사에서 그가 임기를 마치고 백악관을 떠나며 정적(政敵)이었던 민주당의 클린턴 대통령에게 남긴 편지를 소개했다. 물론 미국에서 이임 대통령이 후임자에게 편지를 남기는 것은 부시 대통령이 처음은 아니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남달랐던 것은 같은 정당 소속이 아닌 경쟁 정당 출신 후임 대통령에게 격려와 응원의 편지를 남기는 새로운 전통을 세웠다는 데 있을 것이다. 1992 대선에서 서로를 “경제를 모르는 바보”, “외교에 대한 식견이 부족한 멍청이”로 부르며 열띤 공방을 벌였던 두 후보의 경쟁이 훈훈한 마무리로 종결되는 지점이다.
 
부시 전 대통령이 클린턴에게 남긴 편지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다음 구절이다. “이 편지를 읽을 때쯤 당신은 ‘우리의’ 대통령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이제 당신의 성공은 ‘우리의’ 성공입니다. 당신을 열렬히 응원하겠습니다.”
 
정치인들은 사회가 향해가야 할 방향 설정과 그 과정에서 국가의 역할에 대한 견해의 차이로 인해 정파를 달리할 수는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념과 정파를 떠나 모두가 한 국가를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다는 상호 존중의 인식이 전제될 때 위와 같은 에피소드는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내 편만 옳고 상대방은 틀리다는 독선적 정치 풍토 아래에서 여야 간 상호 존중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 문화 속에서 상대 당 출신 대통령의 성공을 우리의 성공이라고 바라보는 정치적 반대파의 존재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한국의 대통령은 광범위한 시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나아가 정치적 반대 세력에게까지 과연 ‘우리의’ 대통령으로 다가서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적폐 청산과 정치 개혁이라는 촛불 정신의 준엄한 명령과 지지를 바탕으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의 등장은 어쩌면 소속 정파를 떠나 하나 된 마음으로 ‘우리의’ 대통령이 탄생하길 염원하던 풀뿌리 민심의 반영일 수 있다. 이런 전 국민적 기대는 선거 후에도 이어져 문 대통령은 대선 득표율의 배도 넘는 높은 지지율을 임기 초반부터 꾸준히 유지해 왔다.
 
그런데 취임 후 고공 행진을 이어오던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근 처음으로 50% 아래로 떨어졌다. 물론 여론조사는 단기 변동성이 강하기에 지지율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다만, 역대 누구보다도 성공하고 존경받는 ‘우리의’ 대통령이 탄생하길 바랐던 풀뿌리 민심을 상기해서라도 이제는 초심으로 돌아가 청와대는 상대 정파를 포함한 다양한 사회 세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시론 12/08

시론 12/08

최근 보류되긴 했으나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선언했던 ‘광화문 대통령 시대’도 결국은 더 가까이에서, 보다 다양한 층위의 시민들과 소통하겠다는 청와대의 의지에서 나온 안이라고 생각된다. 정보통신 기술의 비약적 발전을 경험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사실 청와대에서 광화문 청사로의 이동이라는 물리적 거리의 소폭 단축은 소통의 확대와 강화란 측면에서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광화문 집무실보다 더 효과적인 소통 확대 방안은 아마도 나하고 의견이 다르거나, 나를 선택하지 않은 시민들에게도 먼저 손을 내밀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생각을 교환해 보겠다는 소통 의지에 달려있을 것이다. 때로는 듣기 거슬리거나 불편한 말도 경청하며, 말 그대로 귀에 쓴 약을 경험해 볼 필요가 있다.
 
퇴임 후 사이좋게 사회 활동에 참여하며 국가 원로로서의 모습을 아름답게 연출하는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을 바라보며 우리도 이제는 보다 많은 국민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우리’ 대통령의 등장을 꿈꾸고 있다. 매번 대통령 임기 후반부만 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제왕적 대통령제’ 탓으로만 우리의 모든 정치 문제를 환원하기에는 어딘가 개운치 않다.
 
정부 형태로써 대통령제가 가진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로 우리는 종종 ‘승자 독식’의 문제를 꼽는다. 물론 승자 독식의 이면에는 정치적 패자들이 가진 무력감과 허탈감도 존재할 것이다. 선거 후 이런 정치적 패배 의식은 때로 승자에 대한 질시와 임기를 관통하는 정치적 반대로 이어질 수도 있으나, 승자가 패자들을 적절히 아우르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준다면 승자는 더는 상대편의 정치적 수장이 아닌 비로소 진정한 의미에서의 우리의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누구를 선택했는지에 구애받지 않고 이념 성향, 출신 지역, 소속 계층 등에 상관없이 보다 광범위한 사람들로부터 성공과 응원의 메시지를 받을 수 있는 그런 대통령이 우리나라에서도 나올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리셋 코리아 정치분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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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