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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수, 극단 선택 전 박지만 만나 수사 부담감 털어놔”

9일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모니터에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관 빈소가 안내되고 있다. 이 전 사령관은 세월호 유족 사찰을 지시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오다 지난 7일 오후 유서를 남기고 투신했다. [뉴시스]

9일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모니터에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관 빈소가 안내되고 있다. 이 전 사령관은 세월호 유족 사찰을 지시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오다 지난 7일 오후 유서를 남기고 투신했다. [뉴시스]

고 이재수(60) 전 기무사령관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엔 9일에도 군 선후배와 정·관계 인사 등 조문객이 이어졌다. 세월호 유족 사찰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던 이 전 사령관은 지난 7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조문객들은 입을 모아 검찰 수사를 비판했다. 9일 빈소를 찾은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나올 때까지 먼지 털듯 탈탈 털고 ‘김관진 불어라’ 하면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적폐수사의 미명하에 이뤄지는 인민재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도 “옛날에도 ‘하명수사’는 있었으나 이렇게 하진 않았다. 요즘 하는 걸 보면 ‘주구’를 넘어 광견같다”고 비난했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도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고 사람만 잡으니 신적폐가 생긴다”며 “적폐 청산하겠다는 정부가 적폐를 또 만드는 양상”이라고 밝혔다.
 
8일 빈소를 찾은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표적수사·과잉수사·별건 수사 등 행태는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도 “세월호 수색은 군병력이 많이 투입된 현장이라 기무사가 활동을 안 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정권이 정치적으로 검찰을 악용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적폐수사라는 이름으로 생사람 잡은 것이다. 이재수는 문재인이 죽인 것”이라는 말까지 했다.
 
군 인사들은 애도를 표시하면서도 검찰 수사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기무사의 세월호 유족 사찰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표적 수사 대상으로 언급되고 있는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8일 오후 빈소를 찾아 90분 넘게 머물렀다. 그는 “이 전 사령관이 참군인이었고, 애석한 마음이다”라고 밝힌 것 외에는 일절 답을 하지 않은 채 빈소를 떠났다.  
 
이 전 사령관의 직속상관이었던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은 9일 빈소를 찾아 “고락을 같이해온 이재수 장군이 이렇게 슬픈 일을 당하게 돼서 가슴이 먹먹하다”면서도 “이 장군과 3개월 정도 함께 일했고, 수사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고인의 변호인이었던 석동현 변호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검찰이 전혀 예상치 못했던 자료들을 내놓고, 과잉수사를 할 조짐을 짙게 내보였다. 과잉수사에서 별건수사가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그는 9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전 사령관은 자신을 향한 수사 때문에 자신에게 선의를 베푼 지인이 불이익을 받을까 봐 걱정했다”며 “이 전 사령관의 주변인을 대상으로 ‘간접수사’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사건을 담당했던 서울중앙지검 측은 “(석 변호사가 주장하는) 그런 수사는 없었고, 유서에도 강압수사는 없었다고 되어있다”면서 “주변인들을 대상으로 한 간접수사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 전 사령관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그룹 회장을 몇 차례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서울 중앙고 동창이자 육사(37기) 동기이고 이 전 사령관은 지난 3월부터 EG 사외이사를 맡았다. 이 전 사령관의 변호인 측에 따르면 이 전 사령관과 사외이사들이 함께 쓰던 사무실을 지난달 23일 검찰이 압수수색했다고 한다.
 
이 전 사령관 측 관계자는 “이 전 사령관이 박 회장과 만나 수사에 대한 심적 부담을 털어놓은 것으로 안다”며 “두 사람이 더 자주 만나 이야기를 했다면 이 전 사령관도 심적으로 더 나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현재 가족들과 일본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월호 유족 사찰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던 이 전 사령관은 지난 7일 송파구의 한 빌딩에서 투신했다. ‘적폐청산’ 수사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세 번째 인물이 됐다. 고인의 가방에서 발견된 A4용지 2장 분량의 자필 유서에는 “지금까지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았다. 5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그때(세월호 사고)의 일을 사찰로 단죄한다니 정말 안타깝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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