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10년 걸려 박사 땄는데 강사법에 강사 잘릴 판”

“7포세대였는데, 8포세대가 됐네요.”
 
서울의 한 사립대에서 2014년부터 강의를 하고 있는 시간강사 A(34)씨는 “일자리가 불안해져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느라 바쁘다”며 말했다. 7포세대는 연애, 결혼, 출산, 내집 마련, 인간관계, 꿈, 희망을 포기한 세대를 뜻하는 말이다. A씨는 여기에 일자리까지 잃을 위기에 처했다. 지난달 29일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다.  
 
강사법은 주 9시간 이상 강의하는 강사에게 법적 교원 지위를 주고, 임용기간을 1년 이상 보장하며 방학 중 임금도 지급하는 등 시간강사의 처우를 개선하는 법이다. 하지만 재정적 부담을 떠안게 된 대학이 시간강사 수를 줄이려 하면서 A씨 같은 강사들이 불안에 떨게 됐다.
 
관련기사
 
2007년 대학을 졸업한 A씨는 2012년 석사학위를, 지난해 박사학위를 땄다. 지난 학기에는 매주 목요일마다 2시간짜리 강의 두 개를 맡았다. 이렇게 해서 한 달에 그의 손에 들어오는 수입은 70만원 남짓. 방학 때는 임금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연봉으로 계산하면 400만원이 조금 넘는다.
 
학교에서 강의해 버는 돈으로 한 달 집세인 70만원을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 지난해까지는 연구소에서 일하며 월 180만원 정도 고정수입이 있었지만, 올해 계약이 끝나면서 시간강사 월급만으로 생계를 이어 가야 한다.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위해 지난주에는 강남 한 어학원에서 면접을 봤고, 통번역회사에도 이력서를 냈다. A씨는 “교수가 되겠단 꿈으로 이 길을 선택했는데, 당장 내년이 불안해졌다. 강사를 위해 만든 법이 강사를 내쫓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강사법은 지난 2010년 광주의 한 사립대 시간강사가 생활고로 자살한 사건이 이슈화하면서 2011년 발의됐다. 1년 이상 계약, 법적 교원 지위 보장 등이 내용이었다. 그러나 그때도 대학이 시간강사를 줄일 것이란 우려가 쏟아졌다. 정치권은 이후 4차례에 걸쳐 법 시행을 미뤄오다 내년 8월부터 시행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벌써 연세대·경희대 등 서울의 일부 대학에서는 강사 수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동아대도 시간강사 감축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이 대학 관계자는 “국립대와 달리 사립대는 자체 예산으로 충당해야 한다. 결국 시간강사를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대는 시간강사 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대학이 강사법 대책으로 사이버강좌 확대와 졸업 학점 축소를 추진하자 한국비정규교수노조 부산대분회는 13일까지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부산대분회 사공일 사무국장은 “부산대가 강사법 통과에 따른 대책 회의를 하면서 당사자인 시간강사를 회의에 참여시키지 않고 있다”며 “학교가 일방적으로 마련한 대책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대학들이 시간강사를 줄이는 대신 겸임교수를 채용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강사법에서는 3년간의 재임용 절차와 방학 중 임금·퇴직금 지급 등의 최소한의 지위를 보장하지만 다른 직장을 가진 겸임교수는 이를 보장해주지 않아도 된다. 보건분야 강의를 하는 한 강사는 “대학에서는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4대 보험에 가입된 강사들을 우선 채용할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한 사립대 고위 관계자는 “등록금을 올리거나 정부 지원을 확대하지 않는 이상 대학은 시간강사를 줄일 수밖에 없다”며 “현 상태에서 강사법을 시행하면 최저임금 인상이 실제 일자리를 줄인 것과 똑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간강사의 감축은 학생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대학이 강좌 수를 줄이고 강의를 대형화해 교육의 질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전민희 기자, 부산=이은지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