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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존’ 왼발 감아차기, 한겨울 골문이 녹는다

손흥민이 왼발 감아차기 슈팅을 날리고 있다. 이 슈팅이 선제골로 연결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손흥민이 왼발 감아차기 슈팅을 날리고 있다. 이 슈팅이 선제골로 연결됐다. [로이터=연합뉴스]

 
9일 영국 레스터의 킹파워 스타디움. 레스터시티전에 출전한 토트넘 공격수 손흥민(26)이 전반 추가시간 오른쪽 측면에서 세르주 오리에(26)의 패스를 받았다. 페널티 박스 바깥에서 드리블하던 손흥민은 공간이 생긴 것을 보고 바로 왼발로 감아 찼다. 발끝을 떠난 공은 레스터시티 골문 왼쪽 구석에 정확하게 꽂혔다. 보는 사람의 속을 시원하게 만든 사이다 같은 골이었다.
 
손흥민이 2018~19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6라운드 경기에서 호쾌한 왼발 중거리포로 시즌 5번째 골(리그 3호 골)을 넣었다. 달궈지는데 시간이 걸렸을 뿐, 한번 달아오른 발끝은 매섭기 그지없다. 6일 사우샘프턴전에 이어 2경기 연속골이다. 손흥민은 후반 13분 델리 알리(22)의 추가 골까지 도우면서 시즌 3번째 도움도 추가했다. 토트넘의 2-0 승리. 이날 터진 2골에 모두 관여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46) 토트넘 감독은 “손흥민의 헌신과 활약에 무척 기쁘다”고 칭찬했다. 영국 축구 전문매체 ‘풋볼 런던’은 “손흥민이 환상적인 감아 차기로 팀의 답답했던 흐름을 깨뜨렸다”며 팀 내 최고인 평점 9점을 줬다. 손흥민은 경기 후 한글로 ‘셔츠 좀 갖다 주세요’라는 플래카드를 적은 현지 어린이 팬에게 자신의 유니폼을 건넸다. 경기력도, 매너도 돋보인 손흥민이다.
 
9일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6라운드 레스터시티와의 경기에서 골을 터뜨린 뒤 기뻐하는 토트넘 공격수 손흥민(가운데). [로이터=연합뉴스]

9일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6라운드 레스터시티와의 경기에서 골을 터뜨린 뒤 기뻐하는 토트넘 공격수 손흥민(가운데). [로이터=연합뉴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손흥민은 “좋아하는 코스에서 골이 나왔다. 평소 훈련한 결과가 나온 것이라서 매우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날 골은 페널티 지역 인근 오른쪽 45도 각도에서 나왔다. 손흥민은 좌우 45도 각도의 경우 골문 반대쪽 구석을 향해 강하게 감아 찬다. 손흥민은 8세 때부터 중학교 3학년 때까지 강원도 춘천에서 프로축구 선수 출신인 아버지 손웅정 씨의 개인 지도를 받았다. 매일 1000개가 넘는 슈팅 훈련으로 갈고 닦은 기술이다.
 
손흥민이 가장 자신 있어 하고 좋아하는 이 지역을 ‘손흥민 존(zone)’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지역에 찰 경우 상대 골키퍼는 보면서도 거의 막지 못한다.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엘 레버쿠젠에서 뛰던 2014~15시즌 17골 중 9골을 ‘손흥민 존’에서 터뜨렸다. 지난 6월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멕시코전에서도 손흥민은 후반 추가 시간에 비슷한 위치에서 호쾌한 슈팅으로 만회 골을 넣었다. 손흥민은 “(‘손흥민 존’에서 하는 슈팅은) 몸에 밴 패턴이다. 감각을 유지하는 게 선수로서 중요하다”며 “내게는 분명히 특별한 위치”라고 말했다.
 
9일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6라운드 레스터시티와의 경기에서 골을 터뜨린 뒤 기뻐하는 토트넘 공격수 손흥민(가운데). [로이터=연합뉴스]

9일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6라운드 레스터시티와의 경기에서 골을 터뜨린 뒤 기뻐하는 토트넘 공격수 손흥민(가운데). [로이터=연합뉴스]

 
손흥민은 지난달 중순 있었던 A매치 기간 축구대표팀에 합류하지 않고 쉬었다. 이 휴식이 그에게 큰 도움이 됐다. 휴식기 전까지 13경기에 나와 2골 2도움에 불과했다. 열흘간 쉬고 난 뒤에는 4경기에서 3골 1도움이다. 사나흘에 한 번씩 리그·챔피언스리그·컵대회 등에 출전해야 하는 빡빡한 일정이지만, 휴식기를 가진 이후로는 힘을 내고 있다. 몸놀림은 시즌 초반보다 더 가벼워졌고, 더 날카로워졌다.
 
12일 유럽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최종전 바르셀로나(스페인)전을 앞둔 토트넘의 포체티노 감독은 해리 케인(25), 크리스티안 에릭센(26) 등 주력 공격수들을 레스터시티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했다. 이로 인해 손흥민은 ‘골을 넣는’ 케인의 역할과 ‘골을 돕는’ 에릭센의 역할을 혼자 해내야 했다. 손흥민은 1골 1도움으로 주어진 임무를 완수했다. 포체티노 감독은 “시즌 초반 몇 달 동안 손흥민에게 약간 실망스러웠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손흥민은 A매치 기간 휴식을 취하면서 발전하기 위해 노력했고, 우리가 원하고 기대했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A매치 휴식기 이후 4경기 3골을 터뜨리며 상승세를 타는 손흥민. [로이터=연합뉴스]

A매치 휴식기 이후 4경기 3골을 터뜨리며 상승세를 타는 손흥민. [로이터=연합뉴스]

 
2015년 8월 독일에서 잉글랜드로 적을 옮긴 손흥민은 입성 초반만 해도 휴식기 없이 연말을 보내는 프리미어리그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다. 진출 첫해였던 2015년 12월에는 1골에 그쳤고, 이듬해인 2016년 12월에도 2골에 머물렀다. 그러나 3년 차인 지난해 12월, 리그와 챔피언스리그 등을 오가면서 4경기 연속 골 등 5골을 터뜨렸다. 손흥민은 다음 달 14일 아랍에미리트(UAE)에서 개막하는 아시안컵 대표팀에 합류하기 전까지 소속팀에서 9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포체티노 감독은 9경기에서 선수들을 돌려가며 기용할 전망인데, 손흥민은 출전 기회마다 골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손흥민도 “최고 모습을 되찾기 위해 늘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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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