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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 피겨에는 차준환이 있습니다

피겨 그랑프리 파이널 남자 싱글에서 동메달을 딴 뒤 태극기를 펼치고 있는 차준환. [타스=연합뉴스]

피겨 그랑프리 파이널 남자 싱글에서 동메달을 딴 뒤 태극기를 펼치고 있는 차준환. [타스=연합뉴스]

‘피겨 여왕’ 김연아(28·은퇴)가 했던 것처럼, ‘피겨 왕자’ 차준환(17·휘문고)이 한국 남자 피겨를 세계에 알리고 있다. 또 김연아가 그랬던 것처럼, 차준환도 한국 피겨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차준환은 9일(한국시각) 캐나다 밴쿠버에서 끝난 2018~19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그랑프리 파이널 남자 싱글에서 총점 263.49점(쇼트 프로그램 89.07점, 프리 스케이팅 174.42점)으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날 쇼트에서 출전 선수 6명 중 4위를 한 차준환은, 이날 프리에서 역전에 성공했다.  
 
프리 첫 점프였던 쿼드러플(4회전) 토루프 점프 도중 중심을 잃고 엉덩방아를 찧었지만, 흔들리지 않고 남은 점프는 전부 성공했다. 네이선 천(19·미국)이 282.42점으로 금메달, 우노 쇼마(21·일본)가 275.10점으로 은메달을 차지했다.
 
그랑프리 파이널은 매 시즌 ISU 그랑프리 7개 대회 성적을 합산해 상위 6명만 출전하는 ‘왕중왕전’이다. 한 시즌 세계 최고 피겨 선수를 가리는 무대다. 시니어 2년 차인 차준환은 한국 피겨 남자 선수로는 사상 처음 그랑프리 파이널에 출전했고, 첫 도전에서 메달까지 땄다. 남녀를 통틀어 차준환 이전에는 김연아가 있다.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한 김연아는 그랑프리 파이널에 4차례 출전해 금메달 3개와 은메달 1개를 획득했다.
 
차준환은 경기 후 “첫 번째 점프를 놓쳤지만, 다시 연기에 집중해 마지막까지 잘 마칠 수 있었다.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이번 대회 성적에 만족한다. 앞으로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해 더 열심히 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피겨에 ‘선수’라 부를 만한 남자 선수는 50명 안팎이다. 척박한 토양에서 차준환은 놀라울 만큼 잘 자랐다. 초등학교 시절 트리플(3회전) 점프 5종(살코·토루프·루프·플립·러츠)을 마스터했다. 2016~17시즌 ISU 주니어 그랑프리 3, 7차 대회에서 우승했고,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3위에 오르며 한국 남자 싱글의 첫 메달리스트가 됐다.
 
차준환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뛴 점프

차준환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뛴 점프

ISU는 당시 “한국 여자 피겨에 김연아가 있었지만 남자 피겨에는 그만한 선수가 없다. 차준환이 그런 톱 스케이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연아처럼 차준환도 개척자인 셈이다. 차준환은 이런 평가에 대해 “부담은 있지만, 그 부담이 내가 좀 더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한다. 차준환을 지도하는 브라이언 오서(캐나다) 코치는 “한국은 김연아라는 특별한 다이아몬드를 한 번 만들었다. 준(차준환)이 두 번째 다이아몬드가 될 것”이라고 했다.
 
피겨 남자 싱글은 ‘쿼드러플 전쟁터’다. 차준환은 잘 맞지 않는 부츠로 쿼드러플 점프 훈련을 하면서 발목과 고관절 부상에 시달렸다. 그런데도 지난 2월 남자 싱글 최연소 출전자로 평창 겨울올림픽에 출전해 15위를 했다. 한국 남자 싱글 역대 최고 순위다. 바로 그 다음 시즌인 이번 시즌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동메달 따냈다. 무서운 수직상승이다.
 
차준환의 시선은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 메달을 향해 있다. 4년 후엔 21살이다. 남자 피겨 선수로서 최상의 기량을 뽐낼 수 있는 나이다. 방상아 SBS 해설위원은 “무리하지 않고 차근차근 프로그램을 발전시킨다면, 베이징에선 독보적인 선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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