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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시한부 휴전에 새 악재 … 양국 기업들 “보복체포 당할라”

멍완저우. [연합뉴스]

멍완저우. [연합뉴스]

가까스로 시한부 휴전이 성사된 미중 관계에 완전히 새로운 악재가 닥쳤다. 화웨이 창업자의 딸인 멍완저우(孟晩舟·46) 글로벌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미국 요청으로 캐나다에서 체포되면서다. 당장 양국 정보통신(IT) 기업 교류가 급격하게 움츠러들 조짐이 보인다. 관세를 무기로 한 정책 싸움 때보다 더 크고 직접적인 불안이 시장에 빠르게 퍼지고 있다.
 
가장 원초적인 불안은 ‘보복 체포’ 우려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이 벌인 피튀기는 관세 보복을 봐 온 기업인들이 이제 상대국 방문을 꺼리게 됐다. 화웨이는 중국 최대 IT 기업이다. 때문에 미국 IT 기업에서 동요가 크다. ‘지금처럼 민감한 시점에 섣불리 중국을 방문했다가 멍 CFO처럼 억류·구금돼 인질로 잡힐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 중이다.
 
미국 네트워크 통신 업체 시스코는 7일(이하 현지시간) 전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중국 출장 자제를 당부했다. 시스코 대변인이 “해당 이메일이 발송된 건 사실이지만 일부 직원에게 실수로 갔다. 통상적인 중국 출장은 계속될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분위기가 삼엄해진 건 분명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의 보복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미국 기업 간부들 사이에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화웨이 창업자 딸 멍완저우 CFO 체포 사건

화웨이 창업자 딸 멍완저우 CFO 체포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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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유달리 보복에 민감하다는 점도 기업인들을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워싱턴 싱크탱크인 국제전략연구소(CSIS) 선임 부소장 제임스 루이스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당신이라면 (중국의 체포 보복을) 직접 테스트하고 싶겠느냐”고 반문했다. 만에 하나 닥칠 위험을 조심하라는 뜻이다. 홍콩에서 정보 회사를 운영하는 제이슨 라이트는 “중국 정부는 반독점 조사, 부패 혐의 적용 등 다양한 수단을 이용해 얼마든지 보복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출장이 두려워진 건 중국 기업인들도 마찬가지다. 멍 CFO 사례를 통해 양국 갈등이 개별 기업이나 개인에게 직접적인 위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걸 눈으로 확인해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국 IT기업 전문 컨설턴트는 “중국 기업 경영진들이 해외 출장이 과연 안전할지 걱정하고 있다”며 “당분간은 미국의 타겟이 될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조언 중”이라고 말했다.
 
시장도 잔뜩 움추러들고 있다.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 미국산 불매 운동이 퍼지고 있다. ‘우리 IT업계 거물이 당한 부당한 처사를 이대로 두고 볼 수 없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다. 홍콩 빈과일보는 중국 선전에 있는 멍파이(夢派)기술그룹이 멍 CFO 체포 직후 “애플 아이폰을 사지 말라”는 사내 지침을 직원들에게 내렸다고 9일 전했다.
 
이 회사는 아이폰을 사는 직원에게는 상여금을 깎고, 대신 화웨이·ZTE 등 중국 기업이 만든 휴대전화를 구매하는 경우 제품 가격의 15%를 보조금으로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또 회사 생산 제품에 화웨이 반도체를 우선 사용하고, 사내 컴퓨터나 관용차에 미국산을 쓰지 않겠다는 방침도 정했다. 미국 정부가 정책적으로 화웨이 사용을 금지하는 데 맞불을 놓자는 움직임이다.
 
아이폰을 사용하는 중국 언론인이 여론의 뭇매를 맞는 일도 벌어졌다. 중국 내 반미 감정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는 신호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는 중국 내 대표적인 민족주의 성향 신문이다. 멍 CFO 체포 소식이 전해지자 논평을 통해 “멍완저우에 대한 거친 대우는 엄중한 인권침해”라면서 “캐나다 경찰이 멍이 신체 이상을 호소해 병원에 갔다 올 때도 팔목에 수갑을 채웠다”고 비판했다.
 
그런데 환구시보의 총편집인인 후시진(胡錫進)이 아이폰을 쓴다는 사실이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 알려지면서 그가 궁지에 몰렸다. 특히 후시진이 개인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미국은 졸렬한 깡패 같은 수단을 쓰지 말라”는 원색적 비난을 올린 직후라 파장이 컸다. 후시진은 결국 “화웨이 제품을 쓰려고 했으나 운영체제에 적응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아이폰을 쓰고 있다”는 해명을 내놨다.
 
기업과 소비자 동요가 큰 데 반해 양국 정부는 격한 반응을 자제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미국이 아닌 캐나다에 공식 항의를 집중했다. 중국 외교부는 9일 성명을 내 “러위청 외교부부장(차관급)이 존 맥컬럼 베이징 주재 캐나다 대사를 불러 유감을 표명하고 강력 항의했다”고 밝혔다. 또 “캐나다가 즉시 석방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엄중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그 책임은 전적으로 캐나다가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는 화웨이 문제와 미중 무역협상이 별개라는 입장이다. 래리 커들로 미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7일 미 경제전문방송 CNBC에 출연해 “솔직히 말해 (멍 CFO의) 체포는 무역협상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면서 두 문제는 “분리된 트랙”이라고 규정했다.
 
멍 CFO는 스카이콤(Skycom)이라는 협력사를 활용해 이란에 통신장비를 수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미국은 그녀가 대(對)이란 제재를 위반했다며 캐나다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다. 멍 CFO는 7일 법정에 출석해 보석 석방을 요청했지만 캐나다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음 심리는 10일 열린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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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