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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건강검진 때 암 유전자 검사는 시기상조” 전문가 이구동성

유전자 검사의 허실
건강검진의 영역이 유전자까지 확대됐다. 종합병원은 물론 대학병원에서도 암 유전자 검사를 속속 도입하는 추세다. 첨단 장비를 활용하고 병원에서 이뤄지는 만큼 결과에 대한 일반인의 신뢰도가 높은 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건강검진의 유전자 검사는 아직 정확도와 효용성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굳이 비용을 들여 받을 만한 검사가 아니라는 의미다. 건강검진상 유전자 검사의 허와 실을 조명한다.
 
유전자는 우리 몸의 설계도와 같다. 키·지능 등 개인적인 특성은 물론 고지혈증·뇌졸중·암 등 질병 발생도 유전자에 의해 좌우된다. 예컨대 ‘브라카(BRCA)’라는 유전자에 이상이 있는 사람은 유전자의 재료인 DNA 손상이 축적돼 유방·난소암에 걸릴 위험이 일반인보다 크다. 사전에 이를 파악하면 생활습관을 개선하거나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병을 예방하고 조기 진단·치료할 가능성이 커진다. 미국의 영화배우 앤젤리나 졸리가 ‘브라카’ 유전자의 이상을 발견한 후 암 예방을 위해 유방·난소를 떼낸 것은 유명한 일화다.
 
검사기관별 선택 유전자 달라
최근 우리나라에서 암 유전자 검사가 활발해진 이유가 있다. 첫째, 경제적인 부담이 줄었다. 유전자 검사 장비가 발달하면서 도입 초기 200만~300만원에 달하던 검사를 10만~15만원(종합병원 기준)의 추가 비용만 내면 받을 수 있게 됐다. 둘째, 접근성이 향상됐다. 종합병원은 물론 대학병원도 건강검진에 유전자 검사를 속속 도입하기 시작했다. 내시경 검사 등과 함께 받을 수 있다는 장점도 갖춰 건강검진에 유전자 검사를 포함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전문가들은 건강검진의 암 유전자 검사에 회의적이다. 임상적인 가치가 아직은 작은 데다 결과를 제대로 활용할 방안도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유는 첫째, 검사기관에 따라 선택하는 유전자가 다르다. 중앙일보가 A·B 두 기관의 위암 유전자 검사 결과를 비교한 결과, A기관은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TNF’ 유전자만을 검사한 반면 B기관은 암세포 전이를 촉진하는 ‘PSCA’ 등 총 여섯 가지 유전자를 검사했다. TNF는 포함되지 않았다. 동일한 사람이라도 검사하는 유전자가 다르면 위험도도 다르게 측정된다. 어느 곳에서 검사했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둘째, 검사하는 유전자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하다. 유전자 검사 기관은 종전에 발표된 논문을 근거로 암 위험도를 계산하는데 미국·유럽 등 다른 나라에서 진행된 연구가 대부분이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유전자 연구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국가·인종별로 암 위험도를 높이는 유전자가 각각 다를 수 있는데도 이를 구별하지 않고 위험도를 일괄 계산한다.
 
나아가 검사 대상 유전자가 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지금까지 암과 관련해 가장 널리 연구된 유전자는 앞서 앤젤리나 졸리가 검사한 ‘브라카’다. 유방암 환자의 5~10%는 이 유전자에 이상이 생겨 발생한다. 하지만 암 환자나 가족력 등으로 암이 크게 의심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일반인이 건강관리를 위해 ‘브라카’ 유전자를 검사하는 것은 불법이다. 검사 결과가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커서 보다 자세한 분석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건강검진에서 대상으로 하는 암 유전자는 아직 브라카만큼 역할이 검증되지 않았다. 확률상 암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진 유전자일 뿐이다. 순천향대서울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김지은 교수는 “단순히 건강검진만으로 암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과신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건강관리에 유전자 검사 결과를 응용할 방안도 마땅치 않다. 천지영(여·28)씨는 최근 서울의 한 건강검진센터에서 암 유전자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폐암에서 위험도가 가장 높은 ‘경고’ 등급을 받았다. 센터에 결과 해석을 부탁했지만 “검사기관에 물어보라”며 상담을 거부했다고 한다. 천씨는 “검사기관에도 전화했지만 내년에 폐 정밀검사를 해보라고 할 뿐 별다른 조언을 해주지 않았다”며 “의료기관이 아니어서 전문성 있는 상담사가 답변했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병원·검사기관 공동 연구 필요
대학병원을 포함한 의료기관은 건강검진의 암 유전자 검사를 GC녹십자지놈·테라젠 등 외부 유전자 검사 기관에 위탁해 진행한다. 유전자 검사를 도입하긴 했지만 대부분의 의료기관은 검사 결과를 생활습관 개선이나 검사 주기 단축 등 맞춤형 건강관리에 접목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은 소비자다. 결과에 대해 과도하게 걱정하거나 반대로 건강을 자신해 정기 검진 등의 노력을 하지 않는 경우가 생기기 쉽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진호(정밀의료센터) 교수는 “유전자 검사를 섣부르게 도입해 일반인의 불신이 쌓이면 기술 발전 자체가 늦춰지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며 “보건당국과 의료기관, 유전자 검사 기관이 협력해 한국인의 암 유전자를 밝히고 유전자 검사를 생활습관 교정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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