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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심혈관 질환, 당뇨병, 비만 부르는 소리에 시달리십니까?

소리와 건강 관계
소리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늘 우리 주변에 존재한다. 소리를 듣는 귀는 항상 열려 있다. 아침에 잠에서 깨는 순간부터 밤에 잠들기 전까지 수많은 소리를 듣는다. 누구나 숨을 쉬는 것만큼 자연스럽게 소리를 인지한다. 위험·위기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소리가 쌓이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교통·층간 소음뿐만이 아니다. 부지불식간에 우리 건강을 좀먹는다. 소리가 신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봤다.
 
소리를 듣는 청각은 인류 생존·진화에 기여한 핵심적인 감각이다.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거나 주변에서 나는 다양한 소리를 통해 정보를 얻는다. 정보 수집·교환은 소리를 듣는 것에서 시작한다. 신체 반응도 어떤 소리에 노출됐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크고 날카로운 소리를 들으면 예민하게 반응한다. 평소와 달리 긴장·흥분 상태를 유지해 사소한 변화에도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반면 속삭이듯 부르는 자장가처럼 소리의 크기가 작고 음색이 부드러운 소리는 정서적 안정감을 높여줘 편안해한다. 
 
낮엔 평균 50dB 넘으면 집중력 저하
 
소리는 상당히 주관적이다. 한림대춘천성심병원 이비인후과 이준호 교수는 “똑같은 소리라도 개인마다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라이브 공연장에 모인 수만 명의 관중이 노래를 따라 부르는 소리는 누군가에게는 일생일대의 전율로 기억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시끄럽고 무의미한 상황으로 느낀다. 명확하게 소리와 소음을 구분하기 어려운 이유다.
 
어떤 소리든지 들었을 때 스트레스로 인식하면 모두 소음이다. 막연한 불안감과 불쾌한 감정을 유발해 더 이상 듣기를 원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소리는 세기가 클수록 시끄러워 귀에 거슬린다. 개인적인 차이가 존재하지만 낮에는 평균 50데시벨(dB·소리의 크기를 나타내는 단위)로 소리가 커지면 집중력이 떨어져 공부·업무 효율이 떨어진다. 소음진동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장소·시간에 따라 40~75dB 이상이면 소음으로 규정한다. 참고로 위층에서 아이들이 걷거나 뛰면서 나는 소리는 40dB, 일상적인 대화 소리는 60dB, 버스 정거장 주변이나 거리·도로 한복판 등 꽤 시끄럽다고 느끼는 곳은 70~80dB 정도다.
 
무심코 듣는 소음은 우리 몸을 병들게 한다. 직접적인 피해는 귀에서 나타난다. 귀의 피로도가 높아져 소리를 듣지 못하는 소음성 난청이다. 귀는 큰소리에 약하다.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박홍주 교수는 “90dB 이상의 소리에 하루 8시간 이상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귀에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범위가 줄어든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의 말소리를 잘 듣지 못하면 뇌에서 언어를 변별하는 능력이 떨어져 의사소통이 힘들어진다. 대화 단절로 소외감·고립감을 느끼고 우울증 위험도 커진다.
 
시끄러운 소리가 신체에 미치는 파급력은 귀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의학적으로 청력을 손상시키지 않는 세기의 소리라도 만성적으로 노출되면 스트레스로 작용해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최근에는 소음이 신체 내분비 시스템을 교란시켜 전신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주목받고 있다.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민경복 교수는 “한두 번 큰소리에 노출되는 것보다 지속적인 소음이 더 큰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음이 자신도 모르게 건강을 갉아먹고 있다는 의미다.
 
지속적인 소음 노출은 전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첫째,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울산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이지호 교수는 “시끄럽다고 느끼는 소리인 75dB에 만성적으로 노출되면 코르티솔·에피네프린 등 스트레스 호르몬이 증가한다”고 말했다. 긴장·흥분 상태를 유지하면서 심박수가 증가하고 말초 혈관이 수축하면서 심장·혈관에 부담을 줘 혈압이 높아진다. 그만큼 뇌졸중·협심증 등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커진다. 만일 이미 심혈관 질환을 앓고 있다면 소음으로 병세가 악화할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도 있다. 미국 하버드대와 보스턴대, 영국 울프슨연구소 연구팀이 각각 대도시 공항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의 건강 기록을 조사해 소음과 심혈관 질환 발생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소음이 10dB 증가할 때마다 심혈관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비율이 3.5% 늘었다. 특히 55dB 이상의 소음에 노출된 이들은 뇌졸중·심장병 등 심혈관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야간 소음은 임신성 당뇨병 원인
 
둘째, 당뇨병도 생기기 쉽다. 원인은 야간 소음이다. 휴식을 취하는 밤에는 같은 크기의 소리라도 더 귀찮고 성가시게 느낀다. 따라서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시끄러운 소리에 숙면을 방해받아 혈당이 높아지면서 당뇨병을 유발한다. 서울대 의대, 서울대보건환경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20~49세 임신부 1만8165명(2002~2013년)을 대상으로 임신 초기 세 달 동안 거주지 야간 소음과 임신성 당뇨병 발생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더니 야간 소음이 1dB 증가할 때마다 임신성 당뇨 발병률이 7%씩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소리의 크기에 따라 임신성 당뇨병 진단율에도 차이를 보였다. 가장 큰 소음(57.34dB 이상)에 노출된 그룹의 임신성 당뇨병 진단율은 14.2%다. 이는 가장 작은 소음(54.22dB 미만)에 노출된 그룹(7.6%)과 비교해 임신성 당뇨 진단율이 1.8배 높다.
 
셋째, 비만해지기 쉽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글로벌 건강연구소는 성인 3796명을 대상으로 자동차 경적 등 교통 소음 노출과 비만의 상관관계를 연구했다. 연구팀은 참가자의 소음에 대한 노출 추정치와 체중, 신장, 체질량지수, 허리둘레, 복부 지방을 분석했다. 그 결과 평균 소음 수준이 10dB 늘어나 비만이 17%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소음이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의 분비를 막아 더 많이 먹도록 해 비만을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소리는 개인마다 민감도가 다르다. 소음에 견디는 힘도 마찬가지다. 소음 스트레스가 심할 땐 무작정 견디기보다는 습관·환경을 바꿔야 한다. 소음 노출을 차단하는 것이 우선이다. 소음이 심한 곳에 있거나 집중이 필요한 경우엔 귀마개를 착용한다. 좋아하는 노래를 듣거나 지인과 대화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음악·수다 소리에 쿵쿵거리는 소음이 상쇄돼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 산책하면서 잠시 그 공간을 피하는 것도 좋다. 소음 발생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오후 10시 이후에는 세탁기·청소기 등 소음이 심한 가전제품 사용을 자제한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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