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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기자는 왜 소설을 쓰는가

김환영의 책과 사람 (25) 《개마고원》의 작가 고승철 나남 출판사 대표
 
‘일부 기자는 왜 소설을 쓰는가’라는 이 기사 제목에는 이중의미(double entendre)가 담겼다. (1) 일부 기자는, 기자이자 소설가다. (2) 일부 기자는, 소설 같은 기사를 쓴다.  

‘소설 같은 기사’에 댓글인은 ‘소설 쓰지 말라’고 준엄하게 경고한다. 댓글인의 평가가 잘못됐을 수도 있다. 만약 그 기사가 오로지 검증된 사실만을 기반으로 작성된 것이라면, 기자는 억울할 것이다. 만약 그 기사가 댓글인의 경고처럼 소설적 상상력의 산물이라면, 그 기자는 반성이 필요할 것이다.  
다른 모든 인간사의 관계와 마찬가지로, 뉴스와 소설의 관계는 결코 간단하지 않다.  
프랑스어 ‘누벨(nouvelle)’은 뉴스이자 단편·중편 소설이다. 뉴스와 소설은 둘 다 글이라는 도구를 활용해 새로움을 독자에게 선사한다.  
 
《빨간 머리 앤》으로 유명한 캐나다 소설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1874~1942). 그는 교사·기자 출신 소설가다. [사진 캐나다 국립 도서관·기록보관소]

《빨간 머리 앤》으로 유명한 캐나다 소설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1874~1942). 그는 교사·기자 출신 소설가다. [사진 캐나다 국립 도서관·기록보관소]

《빨간 머리 앤》으로 유명한 캐나다 소설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1874~1942). 그는 교사·기자 출신 소설가다. [사진 캐나다 국립 도서관·기록보관소]
 
미국의 시인·작가·배우 마야 앤절로(1928~2014), 《빨간 머리 앤》으로 유명한 캐나다 소설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1874~1942)를 비롯해 기자 출신 소설가나 소설가·기자 겸업 직업인이 많다.  
 
우리나라에도 기자 출신 소설가가 많다. 제가 아는 분으로는 《적우: 한비자와 진시황》의 작가 양선희, 《소설 하멜》의 작가 김영희가 있다.) 그 중 한 명인 나남 출판사 대표 고승철 소설가를 인터뷰했다.  
 
고승철

고승철

언론계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서재필》 《개마고원》 등 소설 4편을 냈다. 고승철 작가는 ‘가독성(readability)·영감(insight)·사실성(reality)’이 높은 글이 인상적이다. 다음이 인터뷰 요지.  
 

- 소설을 쓴다는 것. 특히 기자 출신으로 소설을 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기자 출신인 고승철 소설가는, 기자 지망생과 소설가 지망생 모두에게 어떤 의미 있는 조언을 할 수 있는 흔치 않은 위치에 있다.  
“기자나 소설가나 결국 진실과 사실을 추구한다는 기본 목표는 마찬가지다. 좀 다른 점도 있다. 언론은 사실(팩트, fact)를 찾는 행위와 연관됐다. 소설을 포함한 문학 행위는 사실 찾기(팩트파인딩, fact-finding)보다 더 차원 높은 진실을 추구한다고 볼 수 있다. 지향점은 같지만,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문학의 스케일이 훨씬 광범위하다. 기자 지망생이라든지 소설가 지망생이라든지 글쓰기 행위는 마찬가지지만, 약간의 성격 차이가 있다는 것을 미리 아시면 좋겠다.”  
 
- 혹시 기자 생활은 호구지책(糊口之策)을 위해 어쩔 수 없이 … 사실은 어릴적부터 소설가가 꿈이었는가.  
“그거는 아니었다. 선진국에는 언론인 출신 작가가 많다. 그분들에게 ‘왜 소설가가 됐느냐’고 물었을 때 ‘기자 경험을 바탕으로 참다운 소설을 쓰려고 출발했다’는 답을 더러 들을 수 있다. 저는 기자 생활을 시작할 때 감히 문학·창작 장르에 뛰어들지는 상상도 못했다. 제가 소설을 쓴 것은 의외의 결과다. 제 경우는 그렇다.”  
 
- 기사 쓰기와 소설 쓰기 중 어느 쪽이 더 어려운가.    
“소설이 어렵다. 왜냐면, 기사 쓰기는 성실함만 있으면, 90%는 커버할 수 있다. 어떤 궁금한 사안에 대해, 어떤 의혹이 있는 사안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끈질기게 추적하면 된다. 문학은 사실의 나열뿐만 아니라, 사실 내면에 있는 감춰진 진실을 추적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상상력이라는 플러스알파가 가미돼야 한다. 그래서 그야말로 예술정신이라고 할까, 시대를 고민하는 문제의식이라고 할까… 소설은 그 농도가 기사 쓰기보다는 훨씬 더 강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 미국에서 작가 지망생들의 필독서인 《쓰기의 감각》(앤 라모트 지음)에 따르면, 인물들을 창조하면, 인물들이 자기들끼리 소설의 스토리를 만들어간다. 작가는 ‘받아 적기’만하면 된다. 황당한 이야기 같기도 하다. 사실인가?  
“그렇다. 중심인물·성격·캐릭터를 창조하는 게 소설가 역할의 거의 80~90%라고 본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같은 인물은 시대 상황, 역사적 맥락, 독자의 요구를 적절히 반영한다. ‘좋은 인물=좋은 소설’이라는 등가 관계가 성립한다. 주된 주인공과 조연 엑스트라를 만들어놓으면, 자기들끼리 대화하는 게 거의 환청 비슷하게 들린다. 작가가 작품 속에 들어간다. 일종의 빙의(憑依)가 작용한다고 본다.”  
 
개마고원

개마고원

- 기자 생활을 하며 수많은 인간 군상(群像)을 만난 게 소설 작법에 도움이 되었는가.  
“그렇다. 왜냐면 흔히 한국에서는 기자라는 직업인이 거지부터 대통령까지 만난다고 한다. 독특한 직업 특성이다. 저도 기자로서 한국 대통령뿐만 아니라 외국 대통령을 만났다. 남대문 시장 홈리스부터 온갖 사람을 만났다. 그런 다양한 인물들을 만난 게 소설 작중 인물을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된다.”  
 
- 독자들에게 많이 듣는 평가는?  
“제가 유명 작가는 아니지만 그래도 고정 팬은 좀 있다. 핵심 독자들이 이메일로 독후감을 전해준다. ‘기자 출신 작가답게 사회현상에 대한 비판의식이 작품에 많이 나온다’ ‘진짜 있었던 일인 것 같다’고 많이들 지적하신다. ‘어렵지 않게 술술 재미 있게 쉽게 읽힌다’는 피드백도 주신다.”      
 
- 마지막으로 독자 여러분께 강조하실 말씀은?
“소설은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 드라마나 영화와 같은 영상 콘텐트도 소설이라는 스토리가 없으면 형성이 안 된다. 소설 문학 부흥이 한국의 문예르네상스의 길잡이가 될 것이라고 본다. 소설을 더 많이 사랑해 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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