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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271억, 김성태 568억…'실세 예산' 어떻게 살아남나

지난 8일 새벽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2019년도 예산안은 ‘최장 지각’이라는 오명을 남겼다. 엿새 늦은 처리는 2014년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후 법정 처리시한(12월 2일)을 가장 많이 넘긴 것이다. 정작 정부 제출 예산안보다 9265억원밖에 줄지 않았다.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2019년도 예산안에 대한 수정안이 재석 212인 중 찬성 168, 반대 29, 기권 15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정부 원안보다 9000억원 감액된 469조6000억원의 내년도 예산안이 최종 의결됐다. [뉴스1]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2019년도 예산안에 대한 수정안이 재석 212인 중 찬성 168, 반대 29, 기권 15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정부 원안보다 9000억원 감액된 469조6000억원의 내년도 예산안이 최종 의결됐다. [뉴스1]

◆뭐가 줄고 뭐가 늘었나
 
내년 예산은 469조5752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슈퍼 예산’이다. 국회 심의과정에서 정부안(470조5000억원)보다 약 5조 2000억원이 감액되고 약 4조 2000억원이 증액됐다. 보건ㆍ복지ㆍ고용 예산이 1조 2000억원 줄고,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1조 2000억원 늘어난 게 가장 큰 변화다.
 
2019년 예산안 분야별 증감 규모

2019년 예산안 분야별 증감 규모

늘어난 SOC 예산은 교통 및 물류 1조1000억원, 국토 및 지역개발 1000억원으로 대부분 국회의원 지역구 민원사업과 연관이 있다. 한 여당 중진 의원은 “정부 원안에서 SOC 예산을 상대적으로 적게 책정하는 건 어차피 국회 심의 과정에서 지역 민원을 반영해야 한다는 관행 때문”이라며 “눈속임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악수하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연합뉴스]

악수하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연합뉴스]

◆‘실세 예산’ 규모는
각 당 대표ㆍ원내대표 등 지도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과 간사 등 이른바 ‘실세’들의 예산이 불어나는 관행도 여전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지역구인 세종시에서는 국립세종수목원 조성 예산 253억원이 증액됐다. 이 대표는 국립세종의사당 건립비 10억원, 세종 산업기술단지 조성사업비 5억원, 세종 지역의 위험도로 구조개선비 3억1300만원 등 각종 지역구 예산을 추가로 확보했다. 총 271억1300만원이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서울 강서을)는 서울 지하철 9호선 증차예산 500억원가량을 서울시 예산에 넣는 식으로 ‘우회 증액’ 했다. 또 선거 공약이기도 했던 김포공항 부지 내 국립항공박물관 건립ㆍ운영에 관한 예산 명목으로 60억3800만원을 증액시켰다. 김포공항 주변 고도 제한 완화 용역비 5억원, 김 원내대표가 제정을 촉구한 ‘해외 건설인의 날’에 대한 예산 3억원도 증액심사 과정에서 추가됐다. 총 568억3800만원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안상수 한국당 의원(인천 중ㆍ동ㆍ강화ㆍ옹진)은 국립인천해양박물관 건립비 16억7700만원, 계양~강화 구간 고속도로 조사설계비 10억원, 무의도 휴양림 조성비 10억원, 인천 수산기술지원센터 청사 신축비 10억원 등 도합 58억7300만원을 늘렸다.
 
◆욕먹어도 반복되는 관행
8일 새벽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2019년 예산안이 통과된 후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사진 뒤쪽)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본회의장 앞에서는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의원들이 규탄집회를 하고 있다. 야3당은 민주당과 한국당의 예산안 처리 합의에 반발하며 이날 본회의에 불참했다. [연합뉴스]

8일 새벽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2019년 예산안이 통과된 후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사진 뒤쪽)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본회의장 앞에서는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의원들이 규탄집회를 하고 있다. 야3당은 민주당과 한국당의 예산안 처리 합의에 반발하며 이날 본회의에 불참했다. [연합뉴스]

이른바 ‘쪽지 예산’이라 불리는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 ‘나눠 먹기’는 숱한 비판 속에서도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비판은 잠깐일 뿐, 지역구에서는 “내가 욕을 먹어가며 지역구 예산을 확보했다”고 홍보할 수 있어서다.
국회에서 예산안 감액 심사는 언론에 공개되지만, 증액 심사는 철저히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의원들이 각종 민원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는 등 갖가지 이유를 대지만 명확한 법적 근거는 없다. 국회 관계자는 “‘짬짬이 예산’ ‘밀실 예산 심사’ 관행을 없애려면 모든 과정을 다 언론에 공개하거나 최소한 속기록에 남겨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의원 연봉이 1.8% 인상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국회 사무처는 공무원 평균 인상률이라고 주장하지만 지난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회의원 연봉 셀프 인상 중단' 청원이 올라와 14만 명(9일 오후 7시 현재)의 동의를 받았다.  
 
◆힘에서 밀리는 비교섭단체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왼쪽부터), 이정미 정의당 대표, 박주현 의원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 홀에서에서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합의 거부를 규탄하며 나흘째 단식농성에 이어가고 있다.[뉴스1]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왼쪽부터), 이정미 정의당 대표, 박주현 의원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 홀에서에서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합의 거부를 규탄하며 나흘째 단식농성에 이어가고 있다.[뉴스1]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9일 당 회의에서 “양당이 ‘자기 밥그릇 챙기기’ 증액을 실시했다”고 비판했다. 교섭단체는 국회의원 20인 이상의 정당을 의미하고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이 해당한다. 내년 예산안을 보면 교섭단체 지원이라는 명목의 예산은 11억7300만원이 늘어난 28억3800만원이지만, 민주평화당ㆍ정의당 등에 지급되는 비교섭단체 정책지원비는 3억5200만원이 깎여 10억원이 됐다. 지난해에는 오히려 민주당ㆍ한국당ㆍ국민의당 등 교섭단체 지원 예산을 감액했었다. 그러나 올해엔 야 3당(바른미래ㆍ민주평화ㆍ정의)이 선거 제도 개혁을 요구하며 양대 정당과 맞서면서 정반대 상황이 됐다. 일각에선 “특수활동비 줄여놓고 지원금으로 벌충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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