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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엉뚱하게 꽂힌 케이블···KTX 사고 직전 누가 건드렸나

8일 오전 7시 35분께 발생한 강릉선 KTX 탈선사고 현장. [연합뉴스]

8일 오전 7시 35분께 발생한 강릉선 KTX 탈선사고 현장. [연합뉴스]

신호기계실 케이블 연결 문제 발견…KTX 탈선 원인 밝힐 핵심  
 
  "탈선 사고 전에 누군가 케이블(회선)을 건드렸나. 아니면 애초 부실시공과 허술한 유지보수 탓인가."
 
 지난 8일 오전 발생한 강릉선 KTX 탈선 사고의 원인이 점점 좁혀지고 있다. 9일 국토교통부와 코레일 등에 따르면 사고 지점인 남강릉분기점에 설치된 선로전환기가 정상작동하는지를 표시해주는 케이블이 잘못 연결돼 신호시스템에 오류를 일으킨 사실이 초동조사에서 밝혀졌다. 
 
 사고 지점의 선로전환시스템에 이상이 생긴 상황에서 열차에 '멈춤' 신호를 보내야 하는데도 '정상 진행' 신호가 나가면서 탈선까지 이어졌다는 게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 측의 추정이다. 
선로전환기와 분기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마치 철길이 끊긴 것 같은 상황이 생겨 열차가 탈선하게 된다. [중앙포토]

선로전환기와 분기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마치 철길이 끊긴 것 같은 상황이 생겨 열차가 탈선하게 된다. [중앙포토]

 분기기와 선로전환기가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으면 열차가 지나가야 할 철로가 도중에 끊기는 것 같은 상황이 생기기 때문에 탈선할 수밖에 없다. 만일 이 케이블이 정상적으로 연결돼 있었다면 탈선사고를 막을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문제는 왜 케이블이 잘못 꽂혀있었느냐 점이다. 이 케이블이 연결된 곳은 사고지점에서 조금 떨어진 청량신호소 내 신호기계실이다. 지난 6월 영동선이 강릉역과 강릉차량기지까지 이어지면서 설치됐다. 
남강릉 분기점 위치[네이버지도]

남강릉 분기점 위치[네이버지도]

 이곳에는 선로전환시스템들의 정상작동 여부를 확인하는 장치들과 이를 감지해 열차 출발신호를 보내는 시스템 등이 구비돼 있다. 신호소 공사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담당했고, 코레일이 이를 넘겨받아 운영과 유지보수를 책임지고 있다. 
 
 사고 직후 청량신호소를 찾은 조사위 관계자들은 사고지점의 선로전환시스템과 연결된 케이블의 위치가 엉뚱하게 바뀌어 있는 걸 육안으로 확인했다. 
청량신호소 위치. [네이버지도]

청량신호소 위치. [네이버지도]

 철도 전문가들은 두 가지 가능성을 제기한다. 첫째는 애초 부실한 시공과 허술한 유지보수 가능성이다. 처음부터 케이블이 잘못 연결된 상태에서 공사가 마무리됐고, 코레일도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여태 운영을 해왔다는 의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판단한다. 한 철도 전문가는 "만일 처음부터 시공이 잘못됐다면 사고가 나도 여러 번 났어야 한다. 그리고 사고 열차보다 먼저 출발한 열차도 아무 이상 없이  지나간 거로 보면 부실시공과 유지보수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두 번째는 사고 직전 누군가 케이블을 임의로 건드렸을 가능성이다. 국토부와 코레일 등에 따르면 사고 직전 강릉역과 코레일 관제센터에 남강릉분기점의 신호제어시스템에 오류가 포착됐다. 오류가 해결되지 않으면 '출발' 신호가 뜨지 않아 강릉역에서 열차가 떠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강릉역의 역무원과 유지보수 관계자들이 현장에 출동해 상황을 점검했다고 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누군가가 청량신호소에 갔었는지, 그리고 갔다면 어떤 조처를 했는지를 규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혹시 이들 중 누군가가 케이블의 연결 위치를 바꿨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해당 시스템은 전문가가 아니면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된다.      
2011년 발생한 광명역 KTX탈선 사고는 코레일 직원이 임의로 선로전환기와 연결된 회선을 조작한 탓에 일어났다. [중앙포토]

2011년 발생한 광명역 KTX탈선 사고는 코레일 직원이 임의로 선로전환기와 연결된 회선을 조작한 탓에 일어났다. [중앙포토]

 앞서 2011년 2월 발생한 광명역 KTX 탈선사고가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탈선사고를 조사한 결과, 사고지점에 설치된 선로전환기의 밀착감지기에서 너트 하나가 없어진 사실이 밝혀졌다. 사고 당일 밀착감지기의 케이블 교체 공사를 하면서 부실하게 작업을 한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선로전환 과정에서 방향이 엇갈리는 불일치 장애가 생겨 광명역과 관제센터에 계속 오류 표시가 떴다. 그러자 유지보수를 담당한 코레일 직원이 임의로 선로전환기의 진로표시 케이블 위치를 바꿨다. 이 때문에 관제센터의 모니터에는 시스템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표시됐다.
 
 하지만 선로전환기의 장애는 계속됐고, 이를 모르고 지시대로 운행한 KTX 열차가 탈선하고 만 것이다. 부실한 유지보수가 근본적 원인이었다면, 코레일 직원이 무단으로 케이블 위치를 조작한 게 사고의 직접적 원인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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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철도업계 관계자는 "사고 직전 청량신호소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밝히는 게 탈선의 원인을 규명하는 데 핵심이 될 것"이라며 "만일 누군가 케이블을 임의로 건드렸다면 명백한 인재(人災)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탈선을 일으킨 또 다른 원인인 선로전환시스템의 오류도 왜 생겼는지를 명확히 확인해야 한다"며 "개통한 지 1년 정도밖에 안 돼서 선로 안정화가 덜 된 건지, 아니면 애초 부실시공이었는지 여부를 따져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이날 사고 현장을 찾아 “이런 사고가 또다시 발생해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또 “코레일이 선로전환기 회선이 잘못 연결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는데 언제부터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또 잘못된 일이 있었다면 왜 지금까지 시정되지 않았는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근본적인 진단을 내달라”며 “그 결과에 따른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다른 나라에 철도 수주를 하겠다, 남북철도를 연결하겠다, 이런 큰 꿈을 갖고 진행하고 있지만, 이런 실수를 반복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새로운 사업을 수주하겠다고 말하는 게 민망스럽다”라고도 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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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