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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 잡는 것도 능력, 바둑 고수와 성공한 사람의 공통점

기자
정수현 사진 정수현
[더,오래] 정수현의 세상사 바둑 한판(16)
일본 경영컨설턴트가 미국 경영컨설팅 대가에게 어떻게 해야 성공적인 기업을 만들 수 있느냐고 묻자 그는 '기업은 운이다'라고 말했다. [사진 Freepik]

일본 경영컨설턴트가 미국 경영컨설팅 대가에게 어떻게 해야 성공적인 기업을 만들 수 있느냐고 묻자 그는 '기업은 운이다'라고 말했다. [사진 Freepik]

 
한 일본 경영컨설턴트가 미국의 경영컨설팅 대가에게 질문했다. “어떻게 해야 성공적인 기업을 만들 수 있을까요.” 색다른 전략이나 묘수를 기대했던 그 컨설턴트는 답을 듣고 실망을 금치 못했다. 고작 “기업은 운이야”였기 때문이다. 일본인 컨설턴트가 실망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기업의 성패가 운에 좌우된다면 경영컨설팅을 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그런데 사실 운이 큰 작용을 한다. 기업가의 리더십이나 경영능력이 중요하지만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성공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인생에서도 능력이나 문제 해결 능력이 중요하나 운의 작용을 무시할 수 없다.
 
기술력을 겨루는 기예인 바둑에도 운이 작용한다. 바둑관전기 작가들은 ‘대진운’이라는 말을 쓴다. 싸울 상대로 누구를 만나느냐에 관한 운이 대진운이다. 월드컵 축구에서 막강한 팀들과 한 조에서 만나면 ‘지옥의 조’라고 하여 대진운이 나쁜 것을 탄식한다.
 
운도 실력 있는 사람의 편
박정환 9단이 지난달 27일 부산 농심호텔에서 열린 제20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에 중국의 판팅위 9단과 대결을 펼치고 있다. 박정환 9단은 한국의 마지막 주자로 나서 7연승을 달리던 중국의 판팅위 9단에게 183수 만에 불계승을 거뒀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박정환 9단이 지난달 27일 부산 농심호텔에서 열린 제20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에 중국의 판팅위 9단과 대결을 펼치고 있다. 박정환 9단은 한국의 마지막 주자로 나서 7연승을 달리던 중국의 판팅위 9단에게 183수 만에 불계승을 거뒀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바둑에는 ‘기칠운삼(技七運三)’이라는 말도 있다. 기술이 70%, 운이 30% 영향을 준다는 뜻이다. 프로기사도 이 정도는 아닐지라도 운이 작용한다고 믿는다. 예를 들어 어려운 싸움에서 멋진 묘수를 찾아냈는데, 재수 없게도 멀리 있는 어떤 바둑돌 때문에 불발이 되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위기상황에서 운 좋게 팻감, 즉 패싸움의 재료가 하나 많아 승리하는 경우도 있다.
 
바둑을 둘 때 프로기사는 운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각자의 실력이 변수라고 보기 때문이다. 기사는 “운도 실력”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운도 실력 있는 사람의 편을 든다는 것이다. 행운의 여신이 약자에게 손을 들어주지 않는 것이 좀 야속하다. 그런데 이것은 사실이다.
 
고수에게 운이 따라오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고수는 운이 찾아왔을 때 포착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하수는 좋은 기회가 와도 운이 찾아온 것을 모른다. 행운의 여신이 찾아온 것을 모르니 운을 잡을 기회를 놓치고 마는 것이다.
 
유명한 고수 C 9단의 예를 보자. C 9단은 상대방이 실착을 두어 좋은 찬스가 왔을 때 빨리 두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보통 상대가 실수하면 ‘얼씨구나’ 하면서 얼른 두기 쉽다. 그러나 C 9단은 즉각 두지 않고 장고를 한다. 좋은 기회가 왔다고 생각해 이것을 승리로 연결하기 위한 방법을 생각하는 것이다.
 
이렇게 오래 생각을 하면 심리전의 효과도 있다. 실착을 둔 상대방은 자신이 실수를 한 장면을 계속 바라보며 자괴감에 마음이 흔들리고 정상적인 페이스를 유지하기 힘들어진다. 그런 자멸 효과까지 더하면서 C 9단은 확실히 승기로 연결하게 된다.
 
상대의 실착 때 장고하는 바둑 고수
안국현 8단(왼쪽)이 3일 경기도 고양시 삼성화재 글로벌캠퍼스에서 열린 2018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결승 3번기 제1국에서 커제 9단에게 192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뒀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안국현 8단(왼쪽)이 3일 경기도 고양시 삼성화재 글로벌캠퍼스에서 열린 2018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결승 3번기 제1국에서 커제 9단에게 192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뒀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살아가면서도 좋은 기회가 왔을 때 포착하는 능력이 중요함은 말할 필요가 없다. 지인 중에 성공한 기업인의 특징을 연구한 회계사가 있다. 그는 두 가지 특징을 얘기했다. 첫째는 체력이 좋다는 것이다. 며칠 밤을 새워도 끄떡없을 만큼 강한 체력을 갖고 있다는 것. 둘째는 기회가 왔을 때 철저하게 그것을 잡는다는 것이다.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면 그것을 절대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이 회계사가 말한 비결과 C 9단의 비결은 닮은 데가 있다. 기회가 왔다고 판단할 때 그것을 성공과 도약으로 이끌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을 기울인다는 점이다. 기회가 왔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것을 꼭 잡으려고 하는 점에서 비슷한 면이 있다.
 
이렇게 하려면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좋은 일자리가 생겼는데 그쪽에서 요구하는 자격증이 없다면 기회를 잡기가 어려울 것이다. 또한 투자의 적기가 왔는데 속칭 ‘총알’이 없다면 그림의 떡일 뿐이다.
 
바둑과 인생의 운에 관한 얘기를 해 보았다. 무턱대고 운을 기다려서는 안 되지만 좋은 기회가 왔을 때 그것을 성공으로 이끄는 것은 중요한 요령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운을 잡는 것도 실력이라는 프로기사들의 사고방식을 음미해 보자.
 
정수현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 shjeong@m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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