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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한 감정에 길 잃은 현대사회 표현, 中 작가 자오이치엔

갤러리에 가면 가끔 소외감을 느낄 때가 있다. 그림을 아무리 봐도 무슨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지 모를 때 그렇다. 그러나 중국의 작가 자오이치엔(趙一淺)이 보여주는 세계는 직설적이고 선명하다. 1982년 선양에서 태어나 중국 중앙미술학원 판화과를 졸업한 그는 현재 중국 미술계에서 잘 나가는 중견작가다.
 
자오이치엔은 전통 공업사회와 급격한 IT발전을 모두 경험하며 빠른 발전에 공허함을 느꼈다. 그는 이 공허함을 메울 해답을 고전주의적 정신에서 찾았다. 고전주의적 화법에 현대적 아이콘을 차용한 그의 그림은 철학적이지만 어렵지 않다. 삼청동 갤러리 수에서 열린 자오이치엔의 개인전에서 그의 작품을 직접 보고왔다.
스마일리 페이스
낯선 그림 속에 익숙한 웃음이 함께 한다. 1963년 미국의 디자이너 하비 볼이 단 10분만에 만들었다는 스마일리는 작가의 많은 작품에 등장한다. 그는 모든 것이 '좋아요'와 소비 대상이 된 현실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SMILE, oil on canvas, 30x40cm, 2017

SMILE, oil on canvas, 30x40cm, 2017

특히 독일화가 얀 베게르트Jan Baegert가 그린 '성모의 대관식'(오른쪽 위)과 닮아있는 자오이치엔의 그림 'New Classical'은 고전회화와 종교적 상징들을 차용했다. 원작과 달리 성모 머리 뒤로 광배 대신 스마일리 페이스가 환하게 웃고있다. 그는 자본주의와 기술만능주의가 종교로 등극한 현대사회의 모습을 이렇게 형상했다.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물질문명은 그 어떤 종교보다 현대인에게 지배적이고 때론 파괴적이다.
New Classical, oil on canvas, 180x120cm, 2018

New Classical, oil on canvas, 180x120cm, 2018

구찌(GUCCI)
HEAVEN, oil on canvas, 90x120cm, 2017, 구찌의 페이즐리 패턴 파자마를 입은 남자. 그의 발등에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림에서 발췌한 예수의 성흔과 비슷한 상처가 있다.

HEAVEN, oil on canvas, 90x120cm, 2017, 구찌의 페이즐리 패턴 파자마를 입은 남자. 그의 발등에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림에서 발췌한 예수의 성흔과 비슷한 상처가 있다.

자오이치엔은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의 디렉터 알렉산드로 미켈러Alessandro Michele의 디자인 철학에도 큰 영향을 받았다. 알렉산드로 미켈러 역시 인본주의, 초자연주의, 현대미술을 르네상스와 접목하려는 시도를 해왔다. 두 사람 모두 인간, 그리고 본질에 대한 고민과 철학을 작품에 녹였다. 그래서 그의 작품엔 유독 구찌를 상징하는 아이템이 등장한다. 
Redeemer, oil on canvas, 150x150cm, 2018

Redeemer, oil on canvas, 150x150cm, 2018

애너글리프(3D) 안경
Beauty, oil on canvas, 50 x 60 cm, 2018

Beauty, oil on canvas, 50 x 60 cm, 2018

그의 작품에는 애너글리프(3D)안경을 낀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이는 본질을 보지 못하는 현대인을 나타낸다. 이들은 개인이 아닌 표준화 된 집단으로 묘사된다. 색안경을 쓴 이들은 함께 무언가를 응시하지만 그들이 보고 있는 것은 물건의 본질이 아니다. 우리는 스마트폰과 각종 첨단기기를 통해 꽤 많은 시간을 SNS 속 꾸며진 모습 속에서 살곤 한다. 그게 진짜일까? 작가는 물질만능주의에 사로잡힌 현대사회를 애너글리프 안경을 쓴 군중으로 보여준다.
GOD, oil on canvas, 80x70cm, 2017

GOD, oil on canvas, 80x70cm, 2017

Untitled, oil on canvas, 60x50cm, 2017

Untitled, oil on canvas, 60x50cm, 2017

미니멀리즘의 신고전주의적 해석
그는 고전주의 정신을 현대 사회의 대표 아이콘과 결합시켜, 새로운 차원의 미니멀리즘을 가져왔다. 특히 그는 서양 문화권에 비해 파괴된 동양의 고전 건축과 문화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꼈다. 그는 단순히 옛 것, 과거의 것을 기억하자고 작품을 그리는 것은 아니다. 인본주의적이고 철학적인 과거의 정신과 방식을 차용해 우리에게 생각할 여지를 준다. 많은 것이 진보했지만 낯설고 공허한 감정에 길 잃은 현대사회, 여기에 화가 자오이치엔이 내린 답은 회화의 본질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The Scenery Outside the Window, oil on canvas, 130 x 100 cm, 2016

The Scenery Outside the Window, oil on canvas, 130 x 100 cm, 2016

Pigeon, oil on canvas, 90 x 60 cm, 2017

Pigeon, oil on canvas, 90 x 60 cm, 2017

 
차이나랩 임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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