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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선영의 IT월드] 식탁까지 침투한 블록체인, 식품 원산지 2.2초 만에 안다

제리 쿠오모 IBM 블록체인 부사장 인터뷰 
‘공공 거래 장부’라고 불리는 블록체인은 지난해부터 전 세계를 강타한 주요 정보통신기술(ICT) 키워드 중 하나다. 블록체인이란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볼 수 있는 장부에 거래 내역을 투명하게 기록·검증·보관하는 기술로 데이터를 조작·해킹을 막는다는 장점이 있다. 기술의 혁신성과 잠재력을 인정받으며 ‘제2의 인터넷’, ‘4차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 불리지만, 블록체인은 여전히 일반인들에게 ‘비트코인에 적용된 기술’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구글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은 블록체인이 열풍이 불기 수년 전부터 블록체인을 여러 산업에 적용하기 위해 고민해왔다. 그중에서도 IBM은 2014년부터 블록체인을 금융·유통·행정 등에 접목시키는 등 블록체인 관련 프로젝트를 600개 이상 수행하면서 관련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100년이 넘은 전통 컴퓨터 기업으로서 정체성을 내려놓고 블록체인이라는 신기술에 일찌감치 올인한 덕분이다.
 
지난달 14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월드에서 만난 제리 쿠오모 IBM 블록체인 기술 담당 부사장은 IBM에서 ‘블록체인의 얼굴’로 불리는 인물이다. 1997년 IBM에 합류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해온 그는 2014년 IBM이 블록체인 사업을 시작했을 때부터 관련 사업·기술 조직을 총괄해왔다. 이날 열린 개발자 행사 ‘IBM 디벨로퍼 데이’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쿠오모는 기조연설을 맡아 ‘블록체인의 성공 조건’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블록체인의 근본적인 특성과 장점을 잘 이해한다면 전통 기업과 정부들도 좀 더 성공적으로 블록체인을 도입할 수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쿠오모는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들이 블록체인을 비트코인이랑 동일시하지만 암호화폐는 블록체인이 활용된 1000가지 중 한 가지의 예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블록체인 기술이 엄청난 파급력을 가지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이 기술을 도입하면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실제로 IBM이 블록체인을 도입한 각종 사례를 보면 쿠오모의 설명은 납득이 간다. 지난 10월 상용화된 블록체인 기반 식품 추적 네트워크 ‘IBM 푸드 트러스트’는 암호화폐 다음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케이스다. 우리 집 식탁에 올라온 망고의 원산지를 역추적하기 위해선 통상 일주일이 걸렸는데, 푸드 트러스트 시스템을 도입한 이후에는 약 2.2초 만에 원산지를 파악할 수 있다. 블록체인을 활용해 식품 원산지부터 운송 기록 등 모든 세부 사항을 공유해 참여 업체들을 연결하기 때문이다. 유럽 최대 수퍼마켓 체인인 까르푸는 2022년까지 전 세계 모든 매장에서 블록체인을 활용할 예정이다.
 
“2006년 미국에서 시금치로 인한 대장균 감염 및 식중독 사고가 발생했다.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시금치가 명성을 되찾는 데는 꼬박 10년이 걸렸다. 농부 등 많은 사람이 직업을 잃은 뒤였다.”
 
IBM은 이 밖에도 ▶은행 한 곳에만 신분을 등록하면 나머지 5곳 은행에는 등록 절차도 없이 바로 거래가 가능한 캐나다 ▶다이아몬드 등 고가의 예술품 중 모조품을 걸러내는 영국 ▶은행 거래로 발생한 포인트를 다른 은행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중국 등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블록체인을 활용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전문가였던 쿠오모가 블록체인에 눈뜬 것은 2014년이었다.
 
“인터넷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거래를 어떻게 하면 비용을 줄이고 최적화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찰나였다. 우리 팀 엔지니어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소개했을 때 나는 ‘세상에 이럴 수가’를 연발했다. 블록체인을 활용한다면 어떤 그룹이든 기업이 혼자서는 절대 구축할 수 없는 새로운 프로세스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블록체인이 더욱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과제가 많이 남아 있다. 쿠오모는 전통 기업들이 블록체인을 성공적으로 도입하기 위한 조건을 언급하며 “블록체인은 팀 스포츠”라고 설명했다.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이들을 어떻게 독려하고 동기를 부여할지 인센티브를 고민하고 반드시 제공해야 한다. 암호화폐는 이 같은 보상 시스템을 가장 잘 갖춘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쿠오모는 또 “블록체인이 어떻게 세상을 바꿀 것인지에 대한 각종 책과 페이퍼만 많이 읽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것 또한 굉장히 잘못된 회사일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한데 묶어서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은 한국·미국 다 마찬가지라고 한다.
 
“이와 관련해 설명하기 위해 미국 의회 청문회에 두 번이나 나갔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은 연관돼있지만 다르다.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를 고민하더라도, 블록체인은 장려해야 한다. 모든 암호화폐 규제가 풀릴 때까지 기다리면 블록체인은 너무 많은 기회를 잃을 것이다.”
 
미국 연방 정부, 주 정부들도 최근에는 다양한 방식으로 블록체인을 도입하고 있다. 총기 등록·관리, 운전면허증 관리, 재난 상황 시스템 등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고 한다. 쿠오모는 블록체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로 영국·캐나다·에스토니아·싱가포르를 꼽았다. 그는 “많은 정부가 이 같은 신기술을 도입하는데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며 “삼성전자 등 블록체인에 적극적인 기업들이 많은 한국도 조만간 블록체인 선진국 반열에 오를 것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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