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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 조짐 … Fed, 이달 금리 동결할 수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장단기 금리역전(Inversion) 조짐에 기준금리 인상 시나리오를 수정했다. 제롬 파월 의장 등이 여태껏 인정하지 않던 ‘침체의 전령(금리역전)’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조지 H 부시 전 대통령의 장례 휴장 하루 뒤인 6일(현지시간) 열린 뉴욕증시는 오전 가파르게 미끄러졌다. 다우지수는 한때 700포인트 넘게 추락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이 “Fed가 경제상황을 지켜본 뒤 기준금리를 올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한 직후 빠르게 회복했다. 이날 다우지수는 0.32% 내렸고 나스닥지수는 0.42% 올랐다. 위기의 전령이 고개를 든 이달 4일 시작된 가파른 추락이 일단락됐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흥미로운 반전이다. 제롬 파월 의장 등 Fed 핵심 인사들은 금리 역전이 침체의 신호라는 점을 애써 부정했다. 파월은 올 6월 “(양적 완화 때문에) 장단기 금리 차이가 예전보다 아주 작다”며 “그래서 장단기 금리 역전이 (침체를 예고하는) 신호로 기능하는 일이 덜할 것이란 주장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Fed의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정책위원회(FOMC) 부의장인 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는 “금리 역전을 현재에 적용할 때 아주 조심해야 한다”며 “Fed와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이 장기 국채를 공격적으로 사들인 바람에 장기 금리가 굉장히 낮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FOMC 의장은 파월이다. 기준금리 결정을 주도하는 2인방이 ‘이번은 다르다’는 논리로 ‘금리역전=침체신호’를 부정했다.
 
그러나 경제라는 세속에서 판단자인 시장은 Fed의 실력자보다 역사적 경험을 더 중시했다. 미 국채 5년물 금리(만기 수익률)가 2년과 3년치 금리보다 밑돌거나 같아진 4일 패닉 증상을 보였다. 이날 다우와 나스닥 지수가 3% 넘게 하락했다. 일부 경제매체가 ‘검은 화요일(Black Tuesday)’라고 부르기도 했다. 사실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한창 하고 있을 때도 주가가 하루 3% 넘게 떨어진 날은 많지 않았다.
 
채권시장 생리상 장기 채권의 금리가 단기보다 높다. 돈을 빌려준 쪽이 되돌려 받는 기간이 길수록 인플레이션이나 부도의 위험에 더 노출되기 때문이다. 금리역전 자체가 채권시장 법칙과 어긋나는 사건인 셈이다. 은행주들이 더 많이 떨어진 이유이기도 하다. 시중은행은 역전 시기에 더 높은 금리를 지급하고 단기 자금을 빌려 더 낮은 금리에 장기 자금을 대출해준다. 시중은행 실적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시장이 파월 등의 말을 따르지 않는데는 2007년 경험도 한 몫했다. 그해 2월 Fed 의장인 벤 버냉키는 “채권 만기별 프리미엄 축소와 투자 기회 감소에 따른 여유자금 증가는 장단기 금리 차이의 지속적인 감소나 심지어 역전으로 이어졌다”며 “금리 역전이 경기 둔화나 침체를 반드시 예고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있은 지 10개월 뒤인 2007년 12월 미 경제는 침체에 빠졌다.
 
Fed의 방향전환 시사는 선제적 움직임에 가깝다. 금리역전의 기준인 미 국채 2년과 10년 물의 금리는 아직 역전되지 않았다. Fed가 이달 18~19일 FOMC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하면 미 국채 2년과 10년의 금리역전은 발생할지 않을 수 있다. 6일 Fed가 방향전환을 시사한 직후 10년물 가격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그 바람에 2년과 10년물 금리 차이가 4일 0.11%포인트에서 0.13%포인트 가까이로 벌어졌다. 역전에서 한 걸음 멀어진 셈이다. 달리 말하면, 채권시장 투자자들은 이달 금리동결에 베팅하기 시작한 셈이다.
 
미 국채 장단기 금리 역전은 Fed의 긴축 후반기에 주로 나타났다. 만기 1년이나 2년짜리 미 국채 값이 Fed의 긴축에 맞춰 빠르게 떨어진다(금리 상승). 반면 만기 5년이나 10년 물의 가격은 더디게 하락한다. 금리 역전이 미국에서만 침체를 예고하는 게 아니다.  
 
Fed의 이사를 지낸 프레드릭 미시킨 컬럼비아대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영국과 독일, 일본 등 다른 선진국에서도 침체의 징조로 받아들여진다. 미국의 경우 최근 60년 새 일어나 침체 가운데 금리역전이 없었던 사례는 한 건도 없다. 또 역전이 일단 시작되면 11개월 전후 실물경제 침체가 발생했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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