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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벅지에 딱딱한 멍울 갑자기 커지면 혹시 육종암?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52세 남성이 허벅지에서 딱딱한 덩어리가 만져진다고 병원을 찾아왔다. 두세달 전쯤 처음 발견했지만 통증도 없고 크기가 작아서 무시하고 지냈는데 최근 갑자기 커졌다고 했다. 겉으로 보기에 드러나지는 않았으나, 촉진을 해 보았을 때 허벅지 근육 깊이에 주먹 크기만한 딱딱한 덩어리가 만져졌다. MRI 검사에서 근육 내에 긴 쪽 길이가 10㎝ 가량 되는 종괴(덩어리)가 보였으며, 주변의 신경과 혈관을 밀치며 자라는 모습이었다. 검사 판독 결과 육종암이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육종암이란 뼈, 근육, 신경, 지방 조직 등 우리 몸의 골격을 구성하는 중간엽 조직에서 발생하는 암을 말한다. 흔히 알고 있는 암 대부분은 상피 조직에서 기원한다. 상피 조직이란 우리 몸을 외부와 분리하는 조직으로 피부뿐만 아니라 식도에서 항문까지 덮고 있는 내장의 상피, 기관지부터 폐포까지 덮고 있는 상피, 유방, 갑상선, 전립선 및 요로 기관 등 분비물을 만드는 상피 등을 포함한다. 이처럼 상피 조직에서 기원한 암들은 암종(carcinoma)이라고 부르며, 몸의 골격을 구성하는 중간엽 조직에서 발생하는 암을 육종(sarcoma)이라고 구분한다.
 
 
외부 접촉 불가능한 부위서 발생
 
똑같은 암인데 왜 다르게 부르는 것일까. 발생 기원이 다른 만큼 두 암의 성질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암종, 즉 상피 기원암은 외부와 항상 접촉되는 부분에서 생기기 때문에 외부의 자극이 암 발생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음식은 위암 및 대장암 등의 발병과 연관성이 있고, 담배와 석면 등의 흡입이 폐암의 원인이 되는 것도 이러한 반복되는 접촉이 상피 세포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좋은 생활 습관이 암의 발생을 예방한다는 것은 상피 기원암인 경우에 해당된다..
 
반면 육종암은 외부와의 접촉이 불가능한 부위에서 발생한다. 환경적 요인이 이 암의 발생에 관여하지는 않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육종암 발병은 유전적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고, 몇몇 유전 질환에서 육종암이 흔히 발생되는 것도 밝혀졌다. 그러나 육종암 환자의 형제나 자녀들에게서 발생 빈도가 많아지지는 않는다. 이처럼 아직 대부분의 육종암은 불행히도 원인이 알려져 있지 않다.
 
암종과 육종암의 또 다른 차이점은 진행 양상이다. 암종은 진행 상태를 1,2기 등 병기로 표현하고, 병기에 따라 어느 정도 환자의 예후를 예측할 수 있다. 대부분의 암종들은 시간에 따라 순차적으로 진행되어 초기에는 표피만 침범하다가, 크기가 커지면서 조직을 깊이 침윤하고, 더 진행하면서 주변의 국소 림프절로 전이된다. 그러나 육종암은 대부분 국소 림프절을 통한 전이 단계를 거치지 않고 바로 혈행성(피를 통해 전파)으로 퍼지며, 갑자기 폐에서 전이가 발견되는 경우가 흔하다.
 
 
곧바로 폐로 전이되는 경우 많아
 
MRI 검사에서 발견된 허벅지 내 육종암. 밝은 색으로 보이는 10㎝ 가량의 종괴가 관찰된다. [사진 삼성서울병원]

MRI 검사에서 발견된 허벅지 내 육종암. 밝은 색으로 보이는 10㎝ 가량의 종괴가 관찰된다. [사진 삼성서울병원]

52세 남성 환자의 경우 육종암을 병리학적으로 확진하기 위해 침 생검(조직검사)을 시행한 결과, 활액막(관절의 내부를 둘러싸는 얇은 막)에서 생긴 육종으로 확진됐다. 국제보건기구(WHO) 분류에 의하면 근골격계에 발생하는 종양의 종류는 무려 100여종이 넘는다. 육종암은 종류에 따라 다양한 성질과 진행양상을 보인다. 치료 역시 각각에 따른 맞춤 치료가 필요하다. 어떤 종양은 매우 희귀해 일반 의사들이 평생 경험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육종암이 의심될 경우 반드시 조직검사 단계부터 육종암 전문가에게 치료를 맡겨야 한다.
 
육종암 전문 병원에선 병리과, 영상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혈액종양내과, 소아청소년과, 정형외과 근골격계 종양 전문의들이 다학제 회의를 구성해 조직 검사를 진단뿐만 아니라 개별 환자별 암 특성을 고려한 치료 방침을 결정한다. 이에 따라 환자 상황에 맞춰 방사선 치료를 수술보다 먼저 시행하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항암치료를 수술 전후 시행하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대한근골격계종양학회 산하의 증례 토론회와 학술회의에서 육종암 전문의료진들이 모여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고 열띤 토론을 통해 서로의 치료결과를 평가한다. 이와 같이 내부적으로 다학제를 통한 진료의 질 관리와 외부적으로 학회를 통한 진료의 수준관리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육종암 전문의가 있는 병원이라면 안심하고 치료받아도 된다. 다른 의료분야와 마찬가지로 국내 육종암 전문가들의 수준은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전문가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적은 환자수와 낮은 진료 수가로 인해 국가 뿐만 아니라, 병원 내부로도 관심이 낮다. 이로 인해 진료 여건이 점점 더 열악해지고 있는 점은 매우 아쉬운 상황이다.
 
육종암은 종양의 종류만큼 발생 부위도 다양하기 때문에 집도의사의 지식과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 수술은 기본적으로 종양의 광범위한 절제가 필요하며, 이때 뼈나 근육, 신경 등 정상조직이 손상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정상조직이 손상됐을 때 발생하는 장애를 최소화하려면 종양 절제후 근골격계를 재건하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이 때 재건 수술은 근피판이식 또는 뼈관절 이식 등 고난이도 수술에 해당하는 게 대부분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 52세 남성 환자는 허벅지 종양을 광범위하게 절제한 뒤  피판(혈액 공급받는 조직) 이식술을 받았다. 다행스럽게도 종양의 크기가 비교적 작았고, 수술 후 병리 검사를 받아보니 종양이 완전 절제된 것으로 밝혀져 추가적인 항암방사선 치료는 필요 없었다. 환자는 수술 후 재활치료를 통해 일상적인 보행과 가벼운 운동을 할 수 있었고, 꾸준한 근력운동을 통해 2년간 서서히 운동기능을 높였다.
 
 
종양 크기 5㎝ 미만 땐 완치율 90% 넘어
 
육종암의 완치율은 개별 암의 종류와 진행 정도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특히 종양의 크기와 깊이는 환자의 예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종양의 악성도가 높지 않고, 크기가 5㎝ 미만인 경우 완치율은 90% 이상이지만, 악성도가 높고, 크기가 큰 경우는 예후가 좋지 않아 전체적인 5년 생존율은 70~80% 정도일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암의 발생에 관여하는 환경적 요인이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과학적으로 증명된 예방 대책 또한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종양이 잘 발생하는 유전적 소인이 있는 환자들, 예를 들어 신경섬유종증, 망막 모세포종, 다발성 내연골종증 등의 질환이 있는 환자들과 이전에 다른 이유로 방사선 치료를 받은 환자의 경우 이차 암으로 육종암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기적인 검진이 필요하다. 다른 암종과 마찬가지로 육종암 역시 조기 발견만큼 좋은 예방법은 없다. 종양의 크기가 작을 때 관련 의료진의 상담을 받을 것을 권한다.
 
서성욱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특수암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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