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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 오히려 복지혜택서 배제시켜”

복지수급 판정하는 자동시스템 약인가 독인가
자동화된 불평등

자동화된 불평등

자동화된 불평등
버지니아 유뱅크스 지음
김영선·홍기빈(해제) 옮김
북트리거
 
찰스 디킨스는 1838년 발표한 소설 『올리버 트위스트』에서 산업혁명시대 속 올리버로 대표되는 영국유소년 세대의 비극과 ‘구빈원(救貧院)’의 현실을 묘사했다. 구빈원이란 고아나 빈민에게 일과 음식, 잠자리를 제공하는 시설. 18·19세기 대영제국은 여러 도시에 이런 시설을 세워 운영했다. 소설에서 올리버는 구빈원 아이들을 대표해 “선생님, 조금만 더 주세요(Please, sir, I want some more)”라고 이곳 관리자에게 말한다. 얼마나 묽은지 건더기조차 찾아볼 수 없는 죽인데도 더 달라는 말을 하기 위해 맞아 죽을 각오까지 해야 한다. 디킨스는 열악하기 그지없는 구빈원을 두고 “자애로운 영국법의 고귀한 예”라고 비꼬았다.
 
영국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이러한 열악한 환경의 구빈원은 1950년대까지 존재했다.
 
뉴욕주립대 정치학과 버지니아 유뱅크스 교수는 신간 『자동화된 불평등』에서 “구빈원이 물리적으로 철거되기는 했지만, 그 유산은 지금도 남아 있다”고 주장한다. 그가 말하는 유산이란 디지털의 옷을 입고 나타난 디지털 구빈원이다. 이 책의 부제(첨단 기술은 어떻게 가난한 사람들을 분석하고, 감시하고, 처벌하는가)에 나와 있듯 유뱅크스 교수는 미국 인디애나주 티프턴 카운티,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 펜실베이니아주 앨러게니 카운티 등을 직접 찾아가 복지 현장의 말단에서 디지털 구빈원의 실체를 드러내려 했다. 책은 구빈원의 역사에서 출발하나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한 탐사 취재, 사례연구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묽은 죽’에 목숨이 걸린 올리버처럼 가난한 사람들을 옭아매는 첨단 기술의 실체는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책의 핵심인데 요약하자면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정교하게 짜여진 알고리즘(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리적 절차과정)이다. 기술 용어가 나오지만 이 책이 기본적으로 기술 서적은 아니므로 용어로 인해 읽는데 어려움을 겪지는 않는다.
 
컴퓨터 알고리즘이 만능은 아니다. 복지수급 판정을 맡겼더니 오히려 부작용이 컸다. 사진은 미국 뉴욕의 시민들이 노숙자를 돕는 장면. [사진 에드 유어돈]

컴퓨터 알고리즘이 만능은 아니다. 복지수급 판정을 맡겼더니 오히려 부작용이 컸다. 사진은 미국 뉴욕의 시민들이 노숙자를 돕는 장면. [사진 에드 유어돈]

또한 알고리즘이 이 세상을 지배한다는 말도 생소한 게 아니다. 우리가 아마존이나 구글에서 뭔가를 구입하면 그 이력이 그대로 따라다니며 관련 상품을 소비하도록 노출시키는 자동추천 알고리즘이 우리 주변에 일상화돼 있다. 이 책에서 빅데이터는 가난한 사람들의 개인정보 등 각종 정보, 알고리즘은 이들에게 복지 혜택을 줄지 말지 결정하는 시스템으로 대체하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사회복지정책을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손’을 첨단 기술이라고 통칭하고 이를 비판하려 한 것이다.
 
알고리즘은 복지사회에서 어떻게 기능할까. 우선 부정수급자를 가려내야 하는 문제와 관련돼 있다. 이는 미국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 한국에서 나온 뉴스를 보자. “OO지방고용노동청은 지난 5월 말 기준 실업급여 부정수급자 697명, 6억3000만원을 적발해 추가징수액을 포함해 11억1000만원을 반환 명령했다고 11일 밝혔다.” 부정수급이란 받을 자격이 안 되는 사람이 지원받는 걸 말한다. 부정수급의 문제는 복지정책을 공격하는 빌미를 제공한다. 그것이 선별적 복지가 아닌 보편적 복지, 예를 들자면 무료급식 등을 비판하는 쪽에서는 부정수급자 문제를 거론하며 “혈세가 줄줄 샌다”고 복지론자들을 공격한다.
 
미국 인디애나주 미치 대니얼스 주지사(공화당)와 미치 루브 가족사회복지사업국(FSSA) 국장은 2006년 복지수급자격을 판정하는 과정을 자동화하는 적격성 판정시스템을 도입했다. 이전에는 사회복지사가 푸드 스탬프(식료품 구입지원비)·메디케어(건강보험) 등을 지원한 대상자와 얼굴을 맞대고 만나 판정하는 시스템이었으나 온라인으로 신청하고 데이터를 바탕으로 판정하는 시스템으로 바꾼 것이다. 이때 명분 역시 “혈세가 줄줄 샌다”였다. 자동화가 도입되면 부정수급자가 줄고 행정절차가 단순화돼 향후 5년간 세금 10억 달러를 아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자동화 시스템에 들어가는 데이터는 가난한 사람들이 자신의 복지수급을 인정받기 위해 제출하는 각종 개인 정보(급여 포함)이며, 알고리즘은 수급자를 등급으로 나누는 평가시스템이다.
 
하지만 자동화의 결과는 재앙이었다고 한다. 자동화 시스템은 2006년부터 2008년 사이 100만 건의 수급신청을 거부한 것이다. 당장 약을 구입해야 할 환자가 약을 구하지 못해 고통을 겪어야 했다. 결국 인디애나 주 정부는 이 자동화된 적격성 판정시스템의 가동을 2009년 중단했다. 유뱅크스 교수는 “과거 구빈원이 빈자를 걸러내고 통제하는 데 쓰인 것처럼 자동화 시스템 역시 마찬가지였다. 시스템은 조력자가 아니라 문지기였다”고 했다.
 
LA 카운티의 노숙인 통합등록시스템이나 앨러게니 카운티의 가정선별도구 역시 가난한 사람들을 분류하고, 범죄자 취급하며, 이들의 행동을 예측하는 기능을 했다. 빈자를 구제하기 위한 구빈원이 이들 위에 군림하는 괴물이 된 것처럼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으로 무장한 시스템은 진득진득한 거미줄처럼 이들의 몸에 달라붙어 있다는 것이다.
 
문제가 이렇게 진단되면 이 책이 제시하는 해법은 디지털 구빈원의 해체다. 해체를 위해선 시스템의 폐기가 이뤄져야 한다. 이 대목에선 영화 ‘매트릭스’가 연상된다. 주인공 네오와 모피어스는 기계와 로봇이 지배하는 매트릭스를 파괴하는 전사다. 시온에 사는 인간들도 기계와 전쟁을 벌인다. 이 책이 제시한 디지털 구빈원의 해체는 알고리즘에 갇혀 있는 우리의 실체를 깨닫고, 알고리즘을 파괴하기 위해 연대하자는 것이다. 저자가 첨단 기술의 위험성을 지적해온 운동가 출신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해법은 실현 가능성 여부를 떠나 과격하다.
 
우리 정부는 전 국민의 데이터를 활용해 복지정책을 수립하는데 활용하고 있으며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데이터의 품질을 높이면 유용한 정책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국책연구소의 보고서도 나와 있다. 하지만 이 책의 주장을 일부 인정한다면 데이터의 품질이 해결책은 아닐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이 책은 알고리즘이 공공분야, 특히 사회복지정책에 활용될 때 파생될 수 있는 문제점을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사회복지나 정책학 분야에 관심 있는 사회과학도들은 참고해 볼 만하다.
 
강홍준 기자 kang.h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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