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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 세상을 말하다] 逝者如斯<서자여사>

“흐르는 시간이 물과 같구나. 밤낮을 쉬지 않네(逝者如斯夫 不舍晝夜).” 공자(孔子)가 시냇가에서 말했다는 『논어(論語)』 자한(子罕)편 구절이다. 문장가 소식(蘇軾)도 ‘적벽부(赤壁賦)’에서 “떠난 사람은 이와 같다”며 서자여사(逝者如斯)를 읊었다.
 
올 한 해에도 세상을 떠난 사람이 많다. 1924년생 두 거물이 동과 서에서 한 달 터울로 떠났다. 필명 진융(金庸)으로 익숙한 무협소설가 겸 신문인 자량융(査良鏞)과 조지 HW 부시 41대 전 미국 대통령이다. 둘은 생전에 자식을 먼저 보냈다. 자량융의 장남 자촨샤(査傳俠)는 1979년 미국 유학 중 목숨을 끊었다. 훗날 『의천도룡기』 후기에 “장취산이 목숨을 끊는 모습을 본 장삼풍의 비통함과 사손이장무기의 부고를 들었을 때의 상심을 너무 가벼이 적었다. 인생은 실로 그렇지 않은데 내가 당시 몰랐을 뿐”이라고 했다. 아들을 보낸 뒤 삶과 죽음의 이치를 찾아 불경에 심취했다. “한바탕 떠들썩한 뒤 조용히 떠날 뿐(大閙一場 悄然離去).” 이후 인생 물음에 자량융의 답이었다.
 
부시 전 대통령 역시 딸 로빈을 네 살 때 백혈병으로 보냈다. 부인과 함께 구름 위에서 딸을 만나는 추모 만평이 세계인의 심금(心琴)을 울렸다. 그는 2012년 삭발을 했다. 백혈병 투병 중인 재직시절 경호원의 아들을 위해서다.
 
자량융은 소설가보다 신문쟁이였다. 1946년 항저우의 ‘동남일보(東南日報)’를 시작으로 92년 홍콩 ‘명보(明報)’를 매각할 때까지 펜을 놓지 않았다. 사설 7000여 편, 국제칼럼 ‘명창소찰(明窗小札)’, 연재 무협소설까지 매일 3건을 출고했다. 2008년 인터뷰에서 “찰스 스콧 영국 가디언 편집장의 ‘의견은 자유지만 사실은 신성하다’가 나의 신조”라던 언론인이다. 문장론도 흥미롭다. “신문은 섹션”이라며 ‘명보부간(明報副刊)’을 창간하며 ‘오자진언(五字眞言)’을 내놨다. 단(短), 문장은 짧고 간결해야 한다. 경전 인용과 어려운 문자는 피했다. 취(趣), 신기하고 재미있으며 가볍고 활달해야 한다. 근(近), 시간과 공간이 가까우면서 새롭고 문화적으로도 독자와 친근해야 한다. 물(物), 말에는 내용이 있어야 한다(言之有物). 많건 적건 얻는 바가 있어야 한다. 도(圖), 그림이다. 사진·삽화는 물론 생동감 넘치는 글도 광의의 그림이다.
 
“신기함과 재미가 우선, 사실이 웅변을 이긴다. 한탄 조는 금물, 자화자찬은 내다 버려라(新奇有趣首先 事實勝于雄辯 不喜長吁短嘆 自吹吹人投籃)”는 ‘24자결(廿四字訣)’도 덧붙였다.  
 
자량융은 홍콩·대만·중국, 양안삼지(两岸三地)는 물론 세계 화교의 자랑이었다. 남북과 해외 한민족 고루 사랑받는 작가를 찾기 어려운 우리에겐 부러운 인물이었다. 늦었지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신경진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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