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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광두 사의 표명이 의미하는 것

보수 경제학자인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인 ‘J노믹스’의 설계자이면서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해온 인물이다. 지난해 대선 막바지에 민주당 대선 캠프에 영입돼 보수 경제학계에 문 후보 지지세를 확장하는 데 기여했다. 정부 출범 직후부터 대통령이 의장인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을 맡아왔다. 그는 2007, 2012년 대선에서도 박근혜 후보를 도와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 공약을 주도했으나 박 전 대통령 취임 직전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는 쓴소리를 했다가 박 대통령과 멀어졌다.
 
김 부의장은 올해 내내 경제 현실을 낙관하는 현 청와대와 정부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지난 5월 기획재정부가 문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지난해 3%대 성장을 자화자찬하는 자료를 내고 경기 비관론을 인정하지 않자 “경기 침체 초입 단계에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시장을 모르고 한 결정”이라 비판하며 속도 조절을 주문했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충격을 줄이려면 탄력근로제 적용기간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강남 때려잡기에 치중해온 정부의 부동산 대책엔 공급 확대를 주문했다. 구구절절 맞는 말이다.
 
정부 내에서 소득주도 성장의 가장 강력한 비판자이기도 했다.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현재는 실물이 어렵다. 경제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8월 문 대통령과의 비공개 면담에선 “소득주도 성장 논쟁에만 매몰되지 말아야 한다”며 정책 전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8월 월간중앙 인터뷰에선 소득주도 성장이 요즘 같은 글로벌 경쟁 체제에선 가능하지 않다는 소신을 피력했다. 임금이 오르면 글로벌 시장에서 제품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경제의 기본원칙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옛날 포드자동차가 임금을 올려줘 생산성이 올랐다. 하지만 그때는 도요타가 없었다. 도요타가 있었다면 포드는 쫄딱 망했을 것”이라고 했다. 논리적이지도 현실적이지도 않은 소득주도 성장이 아니라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에 발표한 경제 비전인 ‘사람 중심의 성장경제’로 복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왕 세금을 쓰려면 기초생활권 보장, 생활 환경에 대한 투자, 교육·보육·의료 등 사람의 능력 제고를 위한 투자 등에 써야 한다는 것이다.
 
쓴소리 강도는 갈수록 세졌다. 9월엔 “잘못 기획된 정책 결과를 세금으로 메우려 한다”고 질타했다. 11월엔 “‘일자리 정부’를 내세웠지만 전혀 정책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 정책이 일자리를 파괴한다면 정의로운 경제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포용국가 비전을 다시 강조하면서 “수출 확대가 좋은 일자리의 확대로 이어져야 하며 국민들의 삶이 더 나아지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경쟁에서 밀려난 이들을 보듬고 함께 가는 건 국가의 당연한 책무다. 포용을 그렇게 강조하는 정부가 ‘정부 내 야당’ 역할을 해온 김 부의장은 끝내 포용하지 못했다. 합리적인 정책 비판이 사라진 정부는 선한 의지를 앞세워 무리한 정책 실험을 이어갈 것이다. 김 부의장의 사의 표명 소식에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 어제 “선하지만 무능하고 고집불통인 정권”이라고 요약했다. 공감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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