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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자본유출 대비한 경제정책 세가지

김형태 서울대 경영대 객원교수·전 자본시장연구원장

김형태 서울대 경영대 객원교수·전 자본시장연구원장

글로벌경제든 한국경제든 내년이 올해 보다 나아지리라 예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위기를 예상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렇다면 2019년도 경제정책의 핵심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자본유출입의 방향과 정도’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즉 한국경제에 위기를 유발할 수 있는 자본유출을 최소화하고 자본유입을 활성화해야 한다. 몇 가지 주목해야 할 포인트들을 살펴보자
 
첫째, MSCI선진지수 가입이다. 2010년으로 기억한다. 중앙일보에 쓴 필자의 칼럼에서, 자본유출로 인한 한국의 시스템 위험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서든 MSCI 선진지수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식시장이든 채권시장이든 마이너리그에서의 우승은 달콤한 유혹이다. 이머징마켓 중 최고란 말은 중학생 중 최고란 말이다. 대학생, 성인클럽에는 끼지도 못하는데 말이다. 문제는 이제 신흥국 골목대장도 하기 힘들어졌다는 점이다. 중국이 MSCI 신흥국지수에 포함되면서 갈수록 한국시장 비중은 축소되고 있고 미래엔 더욱 그러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외국인투자자)은 위기 시에 말한다. “신흥국 비중은 줄이고 선진국 비중을 늘리라”고. 그들은 절대 “한국 제외하고 신흥국 비중 줄여라”라고 말하지 않는다. 요새 한국시장은 그렇게 매력적인 시장도 아니다. 아무리 몸부림쳐도, 신흥국 범주에 속해 있으면 덤으로 흔들리게 되어 있다.
 
게다가 ‘그들’은 중국시장을 헤지하는데 한국의 주가지수선물시장을 활용한다. 중국의 파생상품 시장은 외국인들에게 개방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미중무역전쟁 때문에 중국 경제와 중국 주식시장이 나빠질 것 같으면 한국의 주가지수선물을 팔아버리는 것이다. 그러면 한국 주식시장은 별 이유 없이 빠져 버린다. 무역전쟁이 종료되면 괜찮을 것이라고들 한다. 과연 무역전쟁이 언제나 끝날까. 20개의 장으로 구성된 책이라면 지금은 제1장의 중후반부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합의한 90일 휴전기간이 끝나면 제1장 서론이 끝난다고 본다. 앞으로 미국이 패권국지위를 포기하거나 중국이 패권국 도전을 포기하면 문제가 해결될 터이지만 각각의 확률은 모두 ‘0’다. 그러니 이 전쟁은 형태와 색채를 달리한 채 20년은 지속될 것이다.
 
둘째, ‘충분한 외환보유고’만으로는 결코 충분할 수 없다. 외환보유고가 중요하지만 이에 의존한 정책만으론 한계가 있다. 한국은 현재 4천억 달러 정도의 외환보유고를 가지고 있다. 중국은 3조 달러, 일본은 1조 3천억 달러 정도다. 2016년 중국 외환시장이 조지 소로스 등으로부터 공격당했을 때 4조 달러에 달하던 외환보유고가 환율방어 과정에서 3조 달러로 급감했다. 외환보유고가 빠지는 건 한 순간이다. 기업의 경우, 아무리 현금이 많아도 위기가 오면 한 순간에 없어진다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은행을 통해 신용라인을 확보하는 것이다. 신용을 창출하는 은행이 유사시에 자금을 공급할 수 있게 말이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아쉽게도 한국 원화는 국제통화가 아니어서 위기 시 원화로 자금을 조달할 수 없다. 외환보유고를 쌓고 다른 국가들과 통화스왑을 맺어 달러를 확보해야 한다. 그렇다면 누구와 통화스왑을 맺으면 가장 좋을까. 당연히 달러를 무한대로 찍어낼 수 있는 미국이다. 재경부와 한국은행의 노력을 통해 많은 국가들과 통화스왑을 맺었지만 미국과는 아니다. 현재 미국이 맺은 나라는 EU, 영국, 일본, 스위스, 캐나다 정도다. 한국은 국제통화를 보유한 선진국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과의 스왑체결 가능성이 적지만 트럼프 대통령이면 가능하다고 본다. 워낙 파격적이고 이 세상 모든 것을 거래대상으로 보기 때문이다. 한국이 미국과 통화스왑을 맺는 것은 마치 한국경제에서 핵 위험을 없애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경제의 비핵화(economic denuclearization)이라고 부를 만하다. 아무리 황당해도 시도해 볼 가치가 있다.
 
셋째, ‘안전자산’ 창출 능력을 가져야 한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중심이 튼튼해야 한다. 재정과 금융을 통 털어 한국경제의 건전성과 안전성을 나타내는 것은 국채다. 국채는 정부가 발행했으니 당연히 안전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국채도 위험도에 따라 미 국채 같은 최고 안전자산부터 정크본드 수준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항상 경험하듯이 경제위기가 오면 안전자산 수요가 급증해 안전자산이 고갈된다. 안전이 중요한 것은 국방과 치안만이 아니다. 금융과 재정에서도 안전이 중요하다. 안전한 국채를 공급하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의무다. 국채가 안전하려면 국가재정이 견고해야 한다. 방만한 재정운용을 지양하고 부채수용력을 넘지 않은 범위에서 국채가 발행되어야 한다. 국가는 최종위험부담자이기 때문에 가계부채, 기업부채도 잘못되면 정부가 부담할 수 있다. 만일 시장에 출자전환과 자본투입을 통해 부실기업을 구조조정하는 사모투자펀드(PEF)가 있다면 정부부담이 준다.
 
시스템위험을 막으려면, 그것이 재정정책이든, 통화 및 금융정책이든, 산업정책이든 정책의 핵심은 자본유출 최소화와 자본유입 활성화에 놓여져야 한다.
 
김형태 서울대 경영대 객원교수·전 자본시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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