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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6살 ‘노래하는 현’ … 스트라디바리 누구 품에

이탈리아 명품 바이올린 국내 첫 경매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가 1692년 제작해 ‘팰머스’라는 애칭을 가진 바이올린이 13일 국내 최초로 경매에 나온다. 신도영 바인앤푸시 아시아디렉터가 바이올린을 들어보이고 있다. 바이올린 활은 19세기 활 명장인 도미니크 페카트 가 제작했으며, 가격은 약 2억원에 달한다. [신인섭 기자]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가 1692년 제작해 ‘팰머스’라는 애칭을 가진 바이올린이 13일 국내 최초로 경매에 나온다. 신도영 바인앤푸시 아시아디렉터가 바이올린을 들어보이고 있다. 바이올린 활은 19세기 활 명장인 도미니크 페카트 가 제작했으며, 가격은 약 2억원에 달한다. [신인섭 기자]

이탈리아의 악기 제작자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Antonio Stradivari·1644~1737)가 만든 바이올린이 국내 경매 시장에 처음으로 나온다. 1692년 제작한 ‘팰머스(Falmouth)’다.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은 서울옥션이 경매 150회를 기념하는 자리에 초대한 ‘진귀한 손님’이다.
 
이탈리아 북부 크레모나는 명품 악기들의 고향으로 유명하다. 1500년대 아마티(Amati) 가문을 중심으로 악기 제작이 시작됐는데, 17~18세기 들어 ‘스트라디바리’ ‘과르네리’ ‘과다니니’ 등이 명성을 얻은 이래 지금까지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는 ‘크레모나 학파’를 이끌었던 니콜라 아마티의 악기 제작 기술에 자신만의 개성을 덧붙여 차별화에 성공했다. 악기의 길이, 나무의 두께, f홀의 형태, 전체적인 기형의 곡선, 각도, 바니시 칠 등 요소 하나하나에 연구를 거듭했는데, 특히 기존 바이올린에 비해 각 부분의 길이와 균형이 다른, 이름하여 ‘롱 패턴(long pattern)’이라 불리는 스타일을 완성했다. 메디치 가문의 악기에 대한 후원도 제작자로서의 명성을 높이는 데 한몫했다. 악기의 라벨에는 라틴어로 ‘안토니우스 스트라디바리우스(Antonius Stradivarius)’라고 적혀 있어 흔히 ‘스트라디바리우스’라 불리기도 한다.
 
 
가장 비싸게 팔린 스트라디바리는 1721년산
 
2001년 타계한 세계적인 바이올린 연주자 아이작 스턴은 “좋은 스트라디바리는 연주회장이 아무리 넓어도 끝없이 퍼져나가는 천상의 아름다움을 지녔다”고 찬사를 보낸 바 있다. 지오반니 비오티의 연주를 통해 전 세계적인 명성을 획득한 스트라디바리의 비밀은 아직까지도 베일에 싸여 있다. 당시의 특별한 기후조건과 사용된 나무의 밀도, 방충처리를 위한 화학물질이나 칠해진 바니시의 내용에 대해서는 여전히 연구가 진행 중이다.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는 70여 년에 걸쳐 1100대가량의 악기를 만들었는데, 아들 세대까지 악기를 만들고 그 뒤로는 대가 끊겼다. 현존하는 ‘스트라디바리’는 600여 점 정도로 이 중 바이올린이 540여 대다.
 
스트라디바리가 만든 악기들은 연주자 혹은 소유자의 이름을 따 애칭이 붙기도 한다. 이번에 출품된 ‘팰머스’는 1840년대 이 악기를 소유한 사람의 성을 딴 것이다.
 
‘스트라디바리’ 중 지금까지 가장 비싸게 팔린 기록은 1721년산 ‘레이디 블런트(Lady Blunt)’가 갖고 있다. 영국의 낭만파 시인 조지 고든 바이런의 손녀 앤 블런트가 소장한 것을 계기로 이런 이름이 붙었는데, 2011년 런던에서 열린 동일본 대지진 구호기금 마련 자선경매에 출품돼 980만 파운드(당시 환율로 약 172억원)에 낙찰됐다. 13일 오후 4시부터 서울 평창동 서울옥션 본사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에서 ‘팰머스’의 경매 시작가는 70억원이다.
 
수잔 푸시 디렉터

수잔 푸시 디렉터

‘스트라디바리’는 악기로서 뛰어난 성능을 갖고 있지만 아주 희귀하고 엄청나게 비싼 만큼 연주자들에게는 ‘꿈의 악기’다. 그런 귀한 악기를 갖고 있는 소유자와 재주 있는 연주자를 연결해 주는 곳이 ‘스트라디바리 소사이어티’다. 미국의 명품 악기상 ‘바인앤푸시(Bein & Fushi)’를 운영하던 제프리 푸시(1943~2012)와 로버트 바인(1950~2007), 그리고 메리 갤빈 여사가 1985년 설립했다. 제프리 푸시의 딸로 현재 협회의 디렉터를 맡고 있는 수잔 푸시(Suzanne Fushi)를 e메일로 만났다.
 
스트라디바리 소사이어티는 어떤 곳인가.
“최고 수준의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는 데 필요한 이탈리아 최고 악기와 세계적으로 능력 있는 바이올리니스트·비올리스트·첼리스트를 결속시키기 위해 1985년 설립됐다. 악기를 구매한 컬렉터와 최고의 아티스트를 매칭하는 일을 돕는다. 조슈아 벨·막심 벤게로프·바딤 레핀·사라 장·미도리·힐러리 한·김지연·길 샤함·유니스 리·어거스틴 하델리히 등 100명이 넘는 연주자들에게 악기 후원을 연결해 주었다. 스트라디바리는 물론 과르네리와 아마티도 포함된 숫자다.”
 
 
“사라 장과 클라라 주미 강도 후원 받아”
 
일본 바이올리니스트 미도리가 설립에 기여했다는데.
“아버지는 줄리어드의 도로시 딜레이 교수와 아주 가까운 사이였다. 어느 날 그녀가 아버지에게 ‘보기 드문 명 연주자를 가르치고 있는데 이 소녀의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좋은 바이올린이 필요하다’고 전화했다. 아버지는 그녀를 시카고로 초대해 훌륭한 ‘과르네리 델 제수’를 소유한 여성의 집으로 데려갔고, 그날 저녁 미도리는 바이올린을 대여받았다.”
 
사라 장은 어떻게 후원을 받게 됐나.
“그녀의 바이올린 선생님 강효(줄리어드 음대 교수)와 도로시의 연락을 받았다. 아버지는 그녀의 능력에 감동받아 92년 당시 ‘과르네리 델 제수’를 빌릴 수 있게 주선했다. 그때 나이가 겨우 12살이었다. 그녀의 엄청난 음악 여정을 도울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 클라라 주미 강은 삼성문화재단이 소유한 스트라디바리(1708년)를 우리를 통해 대여받아 잘 사용하고 있다(삼성문화재단은 바이올린 2대, 비올라 1대, 첼로 1대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는 훌륭한 체임버 오케스트라인 세종 솔로이스츠와 오랫동안 함께 일해 오고 있는데, 그들은 현재 스트라디바리 소사이어티의 악기 5개를 가지고 있다.”
 
바인앤푸시를 통해 스트라디바리를 구매하면 소사이어티에 자동 가입되는가.
“모든 바인앤푸시 고객들이 후원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스트라디바리 소사이어티의 후원자들은 매우 특별한 사람들이다. 바이올린에 투자를 하면서 그것을 아티스트에게 빌려주는 관대함은 정말 놀라운 것이니까. 그들은 시간이 갈수록 가치가 높아지는 자산에 투자를 하는 것은 물론 전 세계 최고의 클래식 음악가 및 음악 애호가들과 그것을 나누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정형모 기자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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