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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테이스팅 뒤 “맛없다” 교체 요청하면 망신 당해

 호텔리어J의 호텔에서 생긴 일 - 테이블 매너② 와인과 스시 바  
지난 회에 이어 테이블 매너 이야기를 계속한다. 지난 번 ‘서양 파인 다이닝의 테이블 매너’를 소개할 때 분량이 넘쳐 와인 주문 요령을 빼놨었다. 이번에 서양의 파인 다이닝을 완성하는 와인을 이야기하고, 동양의 파인 다이닝이라 할 수 있는 스시 바 이야기를 더한다. 스시로 대표되는 일식 문화는 이제 파인 다이닝의 수준에서 말해야 할 만큼 평가를 받고 있다. 오늘 이야기도 최소한 망신은 안 당하는 수준, 타인에(또는 레스토랑에) 폐를 끼치지 않는 수준의 매너를 말한다. 호텔리어J의 깨알 같은 조언이 연말 모임에서 작게나마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와인은 두 번째로 싼 것을 주문하라
요즘엔 레스토랑에서 물 주문을 따로 받는다. 선호하는 브랜드가 없으면 "그냥 물 주세요"라고 답해도 전혀 문제 없다. 당황하지 말자. 그래픽=이정권 기자

요즘엔 레스토랑에서 물 주문을 따로 받는다. 선호하는 브랜드가 없으면 "그냥 물 주세요"라고 답해도 전혀 문제 없다. 당황하지 말자. 그래픽=이정권 기자

서양 레스토랑에서 주문은 음식과 함께 와인을 선택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그런데 요즘 들어 단계가 하나 더 늘었다. 와인을 주문하고 나면 직원이 “물은 어떤 것으로 드릴까요?”라고 물어온다. 앗! 이 레스토랑에선 물도 주문해야 하나? 기습 공격을 당한 것 같다. 
 
선호하는 브랜드가 없으면 “그냥 물 주세요”가 정답이다. 유럽의 탄산수 문화가 상륙하면서 생긴 변화다. 탄산수도 종류가 많고, 일반 생수보다 대체로 비싸다. 얼떨결에 메뉴 맨 위에 있는 산펠레그리노(이탈리아 프리미엄 천연 탄산수 브랜드) 같은 걸 가리켰다간 뜻밖의 ‘물값’을 치러야 한다.
 
와인을 잘 모르면 추천 메뉴가 상책이다. 서양 레스토랑에서 세트 메뉴가 가장 실패가 적은 메뉴이듯이 와인도 하우스 와인이 제일 무난하다. 하우스 와인을 주문할 때는 잔보다 병을 추천한다. 3명 이상 모임이면 병째 시키는 게 옳다. 한 잔씩 홀짝거리다 보면 금세 한 병을 넘어선다. 
 
하우스 와인 다음 단계가 ‘고기는 레드, 생선은 화이트’라는 오랜 마리아주다. 육류와 소스가 강한 요리에는 레드 와인이, 생선과 닭 요리에는 화이트 와인이 어울린다는 게 정설처럼 알려져 있다. 셰프들이 실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요즘에는 꼭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는 소믈리에도 많다. 
 
이런 일이 있었다. 세계적인 이탈리안 셰프를 초청해 갈라 디너를 진행했다. 그런데 이튿날 음식이 너무 짰다는 컴플레인이 들어왔다. 사정을 알아보니 이 고객만 와인을 마시지 않았다. 서양 음식은 와인을 곁들이는 게 기본이다. 그래서 셰프는 와인과 곁들였을 때 최상의 맛이 나도록 간을 세게 한다. 와인이 없으면 보통 짜게 느껴진다. 서양 음식은 거칠게 말해 와인 안주인 셈이다. 
 
다들 아시다시피, 와인에는 정답이 없다. 종류가 너무 많을 뿐더러 취향도 제각각이어서다. 카베르네 쇼비뇽이나 메를로처럼 자신에 맞는 포도 품종 정도만 알아둬도 충분하다는 전문가가 있고, 신대륙(미국·칠레 등)과 구대륙(유럽)으로 선호 지역까지 구분해야 한다는 전문가도 있다. 다만 와인 평론가처럼 품종과 양조장, 그리고 빈티지까지 줄줄 읊을 필요는 없다. 
 
그래도 매너는 있다. 가령 음식값과 와인 가격은 얼추 비슷해야 좋다. 고급 요리를 대접받는 자리에서 저렴한 와인을 고르는 것도 호스트에게 실례가 되는 행동이다. 정히 모르겠으면, 레스토랑의 와인 리스트 중에서 두 번째로 싼 와인을 고르시라. 호텔 레스토랑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와인은 가장 비싸거나 가장 싼 와인이 아니다. 두 번째로 싼 와인이다. 
와인 테이스팅은 맛을 감별하는 과정이 아니다. 와인의 상태를 확인하는 절차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와인 테이스팅은 맛을 감별하는 과정이 아니다. 와인의 상태를 확인하는 절차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와인 테이스팅에 관한 오해도 풀어야겠다. 테이스팅을 하고서 맛이 마음에 안 든다며 교체를 요청하는 고객이 있다. 테이스팅은 와인 맛을 보는 게 아니다. 주문한 와인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는 절차다. 와인을 오픈하고 바로 서빙해도 되는지, 아니면 디캔팅을 한 뒤 서비스를 해야 할지 등을 판단하기 위한 과정이다. 시큼한 맛이 심하거나 부유 물질이 있을 때만 교체가 가능하다. 교체를 원한다면 정확히 어떤 맛이어야 하는데 현재 상태가 이러하다고 짚어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테이스팅은 게스트가 아니라 호스트의 몫이다. 게스트에게 최상의 와인을 대접하기 위한 호스트의 작업이다.  
  
콜키지 서비스는 해명이 필요하다. 호텔 레스토랑의 콜키지 요금은 매우 비싸다. 와인 1병 가격보다 콜키지 요금이 더 비싼 호텔도 있다. 와인 가격보다 서비스 요금을 더 높이 매긴 호텔은 콜키지 서비스를 안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해석해도 틀리지 않다. 호텔이 작성한 와인 리스트에는 호텔 고유의 취향과 개성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스시 바 가려면 향수·짙은 향수 말라 
스시 바에서는 스시 장인과의 교감이 중요하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스시 바에서는 스시 장인과의 교감이 중요하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서양식 만찬에 어울리는 매너가 있다면 동양식 만찬에 어울리는 매너도 있다. 요즘 들어 스시 바를 운영하는 특급호텔이 많아졌는데, 스시 바야 말로 일본의 문화가 가장 드러나는 음식점이라 할 수 있다. 일식 레스토랑과 구조도 다르고, 분위기도 사뭇 다르다. 서울 시내 특급호텔 중에서 웨스틴 조선호텔 서울(스시조), 롯데호텔 서울(모모야마), 서울 신라호텔(아리아케) 등이 스시 바를 운영한다. 
 
스시 바에 들어서면 중앙에 주방이 있다. 내부가 훤히 보이는 개방형 주방이다. 주방을 따라 카운터가 있고, 카운터 아래 많아야 여남은 개 정도 의자가 놓여 있다. 이 카운터 의자에 앉아서, 그러니까 팔을 뻗으면 장인과 손을 잡을 수 있는 거리에서 장인이 건네는 스시를 받아 먹는다. 작아서 또는 좁아서 분위기가 친밀하다. 
 
스시 바에 입장할 때 조심해야 할 사항이 있다. 향수를 자제하자. 옆사람이 냄새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화장을 짙게 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스시는 섬세한 풍미를 즐기는 음식이어서다. 바투 붙은 옆사람에게도, 스시를 쥐어주는 장인에게도 폐가 된다. 
 
카운터에 나무 다이가 놓여 있다. 고급 스시 바일수록 스시 다이도 고급이다. ‘스시조’의 스시 다이는 350년 된 히노키 나무로 제작했다. 셰프들이 쌀겨로 닦으며 애지중지한다. 이 다이에는 음식만 올려야 한다. 스시를 그릇에 담아 내는 스시 바가 대부분이지만, 다이에 직접 스시를 놓은 스시 바도 있다. 참, 스시 바도 입장할 때 안내를 따라야 한다. 의자마다 자리가 정해져 있다. 장인과 자주 눈을 마주치는 가운데 자리가 상석이다. 
 
한국에서는 주로 젓가락을 사용하지만, 일본에서는 손가락으로 스시를 집는 게 매너다. 엄지와 검지, 중지를 이용해 한 손으로 스시를 집어 간장을 찍은 뒤 먹는다. 간장은 네타(ネタ·생선)에 찍는다. 샤리(シャリ·초밥)에 간장을 찍으면 밥알이 풀어진다. 스시의 맛은 장인이 샤리를 쥐는 기술 ‘니기리(握り)’에 좌우된다고 한다. 장인이 고객 손에 스시를 직접 쥐어주기도 한다. 촉감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다. 
 
스시 바의 메뉴는 보통 ‘오마카세(お任せ)’다. 요리사가 알아서 내는 메뉴를 가리킨다. 아침마다 생선을 받아 쓰는 스시 바일수록 오마카세가 나온다. 그날 그날 메뉴가 다르므로 장인의 설명이 중요하다. 오늘은 무슨 생선이 좋아서 무슨 스시를 중심으로 낸다는 설명이다. 카운터에 앉는 것은, 장인과 대화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과 같다. 장인의 설명을 듣지 않고 옆사람과 대화만 하는 건 장인을 무시하는 행동이다. 둘 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면 여느 일식 레스토랑의 룸을 예약하시라. 
 
특별히 입에 맞는 스시가 있으면 추가로 주문할 수 있다. 더 먹고 싶은데 무엇을 골라야 할지 모르겠으면, 비싼 게 정답이다. ‘지갑이 허락하는 한 가장 비싼 스시를 먹어라.’ 일본에서 스시를 고를 때 흔히 쓰는 표현이다. 비쌀수록 네타가 좋다. 
 
사케도 와인과 주문하는 요령이 같다. 모르겠으면 두 번째로 싼 사케를 주문하자. 주머니 사정이 좋으면 장인의 추천을 받으시라. 사케도 종류가 어마어마하다. 사케를 만드는 쌀의 종류만 65종이다. 참, 일본 음식은 먹을 때 소리를 내는 것이 예의다. 음식을 먹는 동안 “오이시이(おいしい)”를 외치면 서비스 요리가 나올 수도 있다. 
 
 호텔리어J talktohotelierJ@gmail.com            
 특급호텔 경력 10년 이상의 베테랑 호텔리어. 호텔에서 일어나는 생생한 일화를 쏠쏠한 정보와 함께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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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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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