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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점심은 없다…일대일로의 그늘

#1.  
중국 항저우 도심에 있는 국경 무역 타운(cross-border trade town) 건물 1층에는 외국인 학생을 위한 '일대일로' 창업 지원센터가 있습니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곳의 지원 대상은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국가 출신 유학생입니다.
 
[사진 차이나랩]

[사진 차이나랩]

[사진 차이나랩]

[사진 차이나랩]

50㎡ 규모의 센터 안에는 세계지도와 각국의 특산품이 진열돼 있습니다. 지도에 표시된 나라는 일대일로에 참여하거나 중국이 일대일로 참여를 요청하고 희망하는 국가들입니다. 중국부터 이란, 터키를 지나 바다 건너 미국은 육로를 나타내는 빨간색 이름표가, 한국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에티오피아,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는 바닷길을 뜻하는 파란색 이름표가 붙어있습니다.  
 
[사진 차이나랩]

[사진 차이나랩]

안내를 맡은 에티오피아 출신 학생은 "센터가 문을 연 2016년부터 지금까지 70개국 300여명의 학생이 다녀갔다"며 "일대일로와 국경 무역에 대한 정보, 중국내 창업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2.
올해 초부터 중국의 한 관영언론은 일대일로 참여국과 일부 아프리카 국가 출신 언론인 60여 명을 대상으로 교육 연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베이징에 마련된 아파트에 머물며 중국어 교육을 받고 중국의 산업화 현장과 유적지를 방문해 관련 역사를 배우고 영문 기사를 작성합니다.  
 
파키스탄에서 온 한 기자는 중국의 개혁개방에 관해 관심이 무척 많았습니다. 그는 "단기간동안 이뤄낸 중국의 성과가 놀랍다"며 "일대일로를 통해 자국의 경제 발전이 힘을 얻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출처 셔터스톡]

[출처 셔터스톡]

장밋빛 청사진 보여주는 일대일로, 그러나…
중국이 일대일로 참여를 독려하며 각국에 제시하는 청사진은 장밋빛 일색입니다. 내륙과 해상을 잇는 경제벨트를 구축하겠다며 개발도상국가에 다양한 사회간접자본을 짓고 있습니다. 몽골, 라오스, 스리랑카, 파키스탄에는 중국의 자본으로 도로와 항만, 철도 등 각종 시설이 세워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일대일로에 참여하는 나라 곳곳에서 파열음이 터져 나오기 때문입니다. 빚더미에 앉은 일부 국가들은 일대일로 사업을 폐기하거나 재검토에 나서고 있습니다.
 
인도양의 섬나라 몰디브에서 현직 대통령을 상대로 완승을 거둔 이브라힘 모하메드 솔리 신임 대통령은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합의를 무력화하고 일대일로 참여를 재고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는 "중국으로부터 너무 많은 빚을 져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국고가 약탈당했다"고까지 표현했습니다.  
 
2013년 취임한 이래 친중 노선을 걸어온 야민 전 몰디브 대통령은 도로, 주택, 교량 등의 건설 과정에서 중국으로부터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빚을 떠안게 됐습니다. 로이터에 따르면 몰디브는 중국에 15억 달러(약 1조 6950억원)의 부채를 졌습니다. 이는 몰디브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중국이 남아시아로 진출하는 데 중요 협력국인 파키스탄도 마찬가지 상황입니다니다.
파키스탄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 금융을 신청했고 결국 중국과의 인프라 사업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파키스탄과 중국은 경제회랑 사업을 비롯해 620억 달러(약 70조원) 규모의 인프라를 건설하고 있습니다. 경제회랑 사업은 중국의 신장위구르자치구와 파키스탄 과다르항을 잇는 도로, 철도, 에너지망 건설 사업입니다. 하지만 상환 능력을 웃도는 투자금이 파키스탄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폭탄 테러가 발생한 파키스탄 카라치 중국 영사관 인근 [출처 중앙포토]

폭탄 테러가 발생한 파키스탄 카라치 중국 영사관 인근 [출처 중앙포토]

반중감정이 거세지면서 지난 23일 파키스탄 카라치에서는 중국 영사관 폭탄테러도 발생했습니다. 이번 테러를 일으켰다고 주장한 발루치스탄 해방군(BLA)는 사건 직후 언론사에 전화를 걸어 "중국이 우리의 자원을 약탈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15년 만에 재집권한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는 220억 달러(약 24조원) 짜리 일대일로 계획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네팔 정부도 중국 기업이 맡기로 했던 발전소 건설 계획을 폐기했고, 미얀마 정부는 8조원에 달하는 항만 개발 사업 규모를 5분의 1 수준으로 축소했다.  
 
스리랑카, 지부티, 몬테네그로, 라오스 등도 중국발 부채 문제로 시름에 빠졌습니다. 남동부 유럽 국가인 몬테네그로는 고속도로 건설을 위해 중국으로부터 8억900만 유로(약 1조 427억원)를 빚졌고 라오스 역시 2015년 GDP의 40%에 달하는 60억 달러(약 6조 6996억원)를 중국에서 빌린 상태입니다.
 
일대일로 열차에 올라탈 것인가
중국과 패권 다툼을 벌이는 미국은 중국의 전략을 '부채 함정 외교(debt-trap diplomacy)'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지원을 명분으로 막대한 차관을 제공하고 있지만 통상이나 안보 부문에 이익을 얻고자하는 목적이 숨겨져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스리랑카의 경우 2010년 중국의 자금 지원을 받아 지은 함반토타 항구로 인한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운영권을 중국에 99년 간 넘기기로 했습니다.
 
미국은 일대일로 사업으로 인해 위기에 놓인 국가들의 IMF 지원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IMF의 최대 출자국이기도 한 미국이 반대할 경우 IMF가 구제금융을 제공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한국의 신남방·신북방 정책과 중국의 일대일로 연계협력을 위한 민관공동협의회가 지난달 1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렸다 [출처 외교부]

한국의 신남방·신북방 정책과 중국의 일대일로 연계협력을 위한 민관공동협의회가 지난달 1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렸다 [출처 외교부]

중국의 일대일로 지도에 표시돼 있던 한국을 떠올려봅니다. 우리 정부는 무역 상대국 다변화를 목표로 추진하는 '신북방·신남방 정책'을 일대일로와 연계해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은 현재 일대일로에 참여하고 있는 80여개 국가보다 경제 규모가 훨씬 크기 때문에 중국발 부채에 허덕일 일은 없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입니다.
 
물론 정부의 말도 일리가 있습니다. 일대일로에 참여해 부작용을 겪는 국가들은 이미 상당한 규모의 부채를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대일로의 열차에 올라타기 전, 최대한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삐걱거리는 일대일로의 앞선 사례를 보면서 다시 한 번 드는 생각입니다.  
 
 
차이나랩 김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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