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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블레스 오블리주 범죄" 교육감 형 '8년 도피' 도운 최규성 영장

최규성(68) 전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이 지난 4일 전주지검에서 친형인 최규호(71) 전 전북교육감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조사를 받고 청사를 나오고 있다. [뉴스1]

최규성(68) 전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이 지난 4일 전주지검에서 친형인 최규호(71) 전 전북교육감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조사를 받고 청사를 나오고 있다. [뉴스1]

전직 교육감인 친형의 8년 넘는 도피를 도운 최규성(68) 전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이 구속 위기에 몰렸다.  
 
전주지검은 7일 "최 전 사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수뢰 혐의로 검찰에 쫓기던 형 최규호(71) 전 전북도교육감을 8년 2개월간 숨겨 주고 지인들에게 명의를 빌려 주민등록증과 카드·휴대전화·계좌 등을 만들어 준 혐의다.  
 
검찰 조사 결과 최 전 사장은 최 전 교육감이 검찰에 '자진 출두' 약속 후 도주한 2010년 9월 12일부터 지난달 6일 인천의 한 죽집에서 검거되기 전까지 도피 생활을 설계한 '몸통'으로 밝혀졌다. 최 전 교육감은 서울과 인천에서 제3자 명의의 휴대전화와 카드를 쓰며 호화 도피 생활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민선'이라는 가명을 썼던 그는 수억원대 차명 아파트(24평)에 살며 테니스·골프·춤도 즐겼다.  
 
최 전 사장은 도피 기간 최 전 교육감과 계속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만성 질환이 있는 최 전 교육감은 최 전 사장 명의로 꾸준히 병원 진료를 받고 약 처방도 받았다.  
 
검찰이 최 전 사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주민등록법·국민건강보험법·전자금융거래법·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 최소 4개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구속영장에는 당초 알려진 범인도피교사죄는 빠졌다. 검찰 측은 "최 전 사장의 일련의 행동이 범인도피(혐의)이긴 한데 친족이라 죄가 안 된다"며 "명의를 빌려준 사람들이 '범인을 돕는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최 전 사장이 범인도피교사죄가 되는데 현재까지 나온 증거 만으로는 입증이 어려워 혐의에선 뺐다"고 밝혔다.  
 
8년 2개월 도피 끝에 검찰에 붙잡힌 최규호(71) 전 전북도교육감이 지난달 9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전주지법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8년 2개월 도피 끝에 검찰에 붙잡힌 최규호(71) 전 전북도교육감이 지난달 9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전주지법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은 앞서 최 전 교육감 도피에 개입한 조력자 1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최 전 교육감이 골프장·테니스장·댄스교습소 등 문화시설을 다닐 때 사용한 주민등록증과 휴대전화·통장·카드 등의 명의를 빌려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에겐 국민건강보험법·주민등록법·전기통신사업법 위반이 적용된다.  
 
이들은 "명의는 빌려줬지만, '범인 도피를 돕는다'는 인식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도피 조력자 10명 중 5명은 최 전 사장과 직접 관련이 있고, 나머지 5명은 최 전 교육감이 인천에 살면서 친분을 쌓은 사람이었다. 최 전 사장의 지인들은 검찰에서 "최 전 사장이 부탁해 명의만 빌려줬을 뿐 범인 도피에 쓰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최 전 교육감이 인천에서 구한 조력자들은 "그가 도피자 신분인지 몰랐다"고 했다.
 
최 전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검찰이 국민 법 감정을 고려해 결정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동생이 형을 도와준 게 큰 죄가 되느냐'는 동정론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3선 국회의원(김제·완주)을 지낸 그의 '사회적 지위'가 발목을 잡았다.  
 
김관정 전주지검 차장검사는 "전형적인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 고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를 저버린 범죄"라며 "그동안 차명(借名) 사회에서 실명(實名) 사회로 가기 위해 입법부가 노력해 왔는데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 법을 어긴 행위를 국민들이 용서하겠느냐"며 영장 청구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가난한 형이 죄를 짓고 도망가 단칸방에 숨어 사는데 동생이 안쓰러운 마음에 쌀과 생필품을 사준 정도였다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형(최 전 교육감)은 도피 기간 일반인보다 잘 살았다"고 덧붙였다.  
 
최 전 사장은 그동안 형의 잠적에 대해 "가족들도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모르쇠로 일관해 왔다. 하지만 최 전 교육감이 지난달 6일 비교적 건강한 모습으로 검찰에 붙잡히면서 거짓말이 들통났다.  
 
최 전 사장은 지난 4일 검찰에서 14시간 가까이 피의자 조사를 받았다. 그는 태양광 관련 업체를 운영하다 7조5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하는 농어촌공사 사장에 취임해 논란을 사 지난달 27일 공사 사장직에서 물러났다.
 
최 전 교육감은 2008년 김제 스파힐스 골프장 확장 사업을 도와주고 3억원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수수)로 지난달 23일 구속기소됐다. 최 전 교육감은 구속 이후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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