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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진료 막힌 영리병원 "극도 유감, 법적 대응할 것"

지난 5일 원희룡 제주지사가 제주도에서 녹지국제병원 조건부 허가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5일 원희룡 제주지사가 제주도에서 녹지국제병원 조건부 허가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제주도가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에 대해 조건부 개설허가를 내준 가운데, 녹지측이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제주도는 7일 “녹지국제병원측이 지난 5일 외국인 의료관광객만 허용하는 원 지사의 조건부 개설 허가에 대해 ‘극도의 유감을 표명합니다’는 내용의 공문을 제주도에 보냈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외국인만 진료 대상'으로 녹지병원 설립을 허가했으나 병원 측이 이에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녹지 측은 공문에서 "사업자의 입장을 묵살하고 지금 와서 외국인 전용으로 개원 허가를 받는 것은 근본적으로 상상할 수 없다"며 "(조건부 허가에 대해) 법률절차에 따른 대응 가능성을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며 법적 대응 의지를 밝혔다.
녹지병원측은 지난 2월 12일에도 공문을 통해 이번과 같은 취지의 의견을 밝혔다. 이들은 공문에서 “외국인 전용 또는 내국인 이용 제한 조건부 허가는 관련 규정에 위반된다”며 "외국 투자자 신뢰 보호와 정책 일관성 차원에서 외국인 전용이 아닌 제대로 된 개설허가를 조속히 해주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 발췌. 최충일 기자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 발췌. 최충일 기자

제주도는 애초에 녹지병원이 사업계획서에서 외국인 병원임을 스스로 규정한 만큼 이번 결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사업계획서대로 허가를 했다는 것이다. 녹지병원은 지난 2015년 보건복지부로부터 사업승인을 받을 당시 사업계획서에 '녹지국제병원의 의료서비스는 제주도를 방문하는 외국인 의료관광객을 대상으로 성형·미용·건강검진 서비스를 제공하는 외국의료기관’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녹지병원 원희룡. 최충일 기자

녹지병원 원희룡. 최충일 기자

녹지 측은 이 계획서에서 서울 강남권 의원에 집중된 중국인 미용성형 의료관광 시장의 수요를 타깃으로 마케팅을 해 연간 1만여 명의 의료관광객을 유치하고 제주 의료관광산업을 활성화 시키겠다고 설명했다. 제주의 관광 인프라를 활용한 연계 패키지 상품 등을 개발해 의료 휴양 목적의 장기체류형 외국인 의료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복안이었다.  
 
제주도는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도 이번 조건부 허가의 근거로 내세웠다. 올해 1월 보건복지부는 제주도의 질의를 받고 "허가 조건을 이행하기 위해 내국인 진료를 하지 않는다면 진료거부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해석을 내렸다. 따라서 내국인 진료를 거부해도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는 해석이다. 
하지만 이런 복지부의 유권해석만으로는 내국인 진료 제한의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의료법에는 진료 거부를 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를 구체적으로 명문화하고 있지 않다. 제주도가 제주특별법을 개정해 제한을 둔다 해도 상위법인 ‘헌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 
지난 5일 오후 제주도청 앞에서 영리병원 개원 반대 기자회견을 마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도청 진입을 시도하다 경비 관계자들과 충돌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일 오후 제주도청 앞에서 영리병원 개원 반대 기자회견을 마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도청 진입을 시도하다 경비 관계자들과 충돌하고 있다. [연합뉴스]

 
따라서 향후 녹지병원 측이 이와 관련해 행정소송 절차를 진행하거나 내국인이 외국인 전용 영리병원 진료를 요구했다가 거부당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경우 법적 다툼이 불가피하다. 
이에 대해 제주도 관계자는 “허가는 재량권으로, 허가권자가 조건을 다는 경우가 있다. 병원 쪽이 억울하다면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이고 제주도도 법적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지난 3일 녹지국제병원이 들어설 서귀포시 동홍동 주민들과 간담회를 진행중이다. 최충일 기자

원희룡 제주지사가 지난 3일 녹지국제병원이 들어설 서귀포시 동홍동 주민들과 간담회를 진행중이다. 최충일 기자

 
본지는 녹지 측이 공문을 보낸 이유와 내국인 진료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녹지병원에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응답을 들을 수 없었다.
 
한편 원희룡 제주지사는 지난 5일 녹지국제병원에 대해 내국인 진료는 금지하고, 제주를 방문한 외국인 의료관광객만을 진료대상으로 하는 ‘조건부 개설 허가’를 했다. 허가 전 발표된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의 개설불허 권고를 뒤집었다. 원 지사는 당시 "진료과목은 성형외과·피부과·내과·가정의학과 등 4개과로 한정했고, 국민건강보험법과 의료급여법도 적용되지 않으므로 건강보험 등 국내 공공의료체계에는 영향이 없다"고 개설 허가 이유를 설명했다. 또 “향후 녹지국제병원 운영 상황을 철저히 관리‧감독해 조건부 개설 허가 취지 및 목적 위반 시 허가 취소 등 강력한 처분을 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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