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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분간 휴대폰 불통 패닉…재난 강국 일본도 못 막았다

공중전화 앞에 줄이 늘어서고, 콘서트장에선 본인 확인을 위한 ‘QR 코드’를 다운받지 못한 관객들이 발을 동동 굴렀다. 지방 TV프로그램의 시청자 대상 생방송 퀴즈 코너는 전화 연결이 안돼 방송되지 못했다.  6일 약 4시간 30분간 걸친 휴대전화 불통 사태가 낳은 풍경들이다.
 
6일 통신장애로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게된 고객들이 신주쿠의 한 소프트뱅크 매장앞에 모여있다. [TV아사히 화면 캡쳐]

6일 통신장애로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게된 고객들이 신주쿠의 한 소프트뱅크 매장앞에 모여있다. [TV아사히 화면 캡쳐]

일본 전체 계약건수의 23.4%에 해당하는 4300만건의 계약건수를 보유한 3위 이동통신업체 소프트뱅크의 통신장애는 6일 오후 1시 39분쯤부터 6시 4분까지 이어졌다.
 
이제 일상생활의 일부가 돼버린 휴대전화가 무용지물로 변하자 일본 각지가 쇼크에 빠졌다.
 
TV아사히를 비롯한 일본 언론에는 허둥대는 일본 열도 구석구석의 모습이 상세하게 묘사됐다.
 
거래처 사람과의 약속을 잡지 못한 회사원은 급히 공중전화 부스를 찾았지만 역시 소프트뱅크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상대방과의 통화에 실패한 뒤 결국 거래처를 직접 방문할 수 밖에 없었다.
 
데이터 불통으로 ‘지도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할 수 없게 된 사람들은 파출소로 몰려가 길을 물었다. 
6일 통신장애로 휴대전화 불통으로 지도 어플리케이션을 쓸 수 없게된 이용자들이 도쿄의 한 파출소를 찾아가 길을 묻고 있다 [TV아사히 화면 캡쳐]

6일 통신장애로 휴대전화 불통으로 지도 어플리케이션을 쓸 수 없게된 이용자들이 도쿄의 한 파출소를 찾아가 길을 묻고 있다 [TV아사히 화면 캡쳐]

 
구체적인 약속장소를 따로 정하지 않고 지방에서 상경한 어머니는 딸과 시부야에서 만난 뒤 “기적적으로 만났다”고 기뻐했다. 
 
신주쿠를 비롯한 시내 곳곳의 소프트뱅크 매장엔 휴대전화 관련 문의가 쏟아졌고, 소프트뱅크가 제공하는 와이파이를 사용하기 위한 고객들로 매장주변은 장사진을 이뤘다. 대리점 직원은 “본사에선 ‘언제 복구될지 모른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나도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구마모토에서 도쿄로 수학여행을 온 여고생은 “시부야에서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지 못해 아쉽다”고 푸념했다.  레스토랑마다 전화 예약이 줄어 울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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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를 통한 상품 결제도 막혔다. ‘휴대폰 결제 서비스로 물건을 사면 20%를 할인해주는’ 캠페인에 참가하려 90여km 떨어진 시모노세키에서 후쿠오카를 찾은 남성은 결국 허탕을 쳤다.
6일 통신장애로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게된 고객들이 신주쿠의 한 소프트뱅크 매장앞에 모여있다. [TV아사히 화면 캡쳐]

6일 통신장애로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게된 고객들이 신주쿠의 한 소프트뱅크 매장앞에 모여있다. [TV아사히 화면 캡쳐]

 
후쿠시마 TV방송국의 한 프로그램은 전화로 연결된 시청자가 퀴즈를 맞추면 상품을 주는 코너를 진행하려했지만 소프트뱅크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시청자와의 연결에 두 차례나 실패해 결국 단념했다.
6일 통신장애로 시청자와의 연결이 불발된 후쿠시마의 한 TV프로그램.[TV아사히 화면 캡쳐]

6일 통신장애로 시청자와의 연결이 불발된 후쿠시마의 한 TV프로그램.[TV아사히 화면 캡쳐]

 
나고야의 인기 록 밴드 공연장에선 관객들이 본인 확인을 위한 ‘QR코드’를 다운받지 못했다. 
결국 주최측은 종이 티켓만 받고 입장을 허용했다. 요즘엔 티켓의 전매를 방지하기 위해 본인 확인을 위한 ‘QR 코드’를 요구하는 공연장이 많다.
 
일본 총무성 소속 소방청의 뿌린 알림장. '긴급전화는 타인의 휴대전화와 유선전화를 이용하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일본 총무성 소속 소방청의 뿌린 알림장. '긴급전화는 타인의 휴대전화와 유선전화를 이용하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소방청은 “긴급시엔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나 유선전화를 이용해 119 긴급번호로 연락하시거나, 아니면 직접 소방서에 오셔서 신고하라”는 안내문을 뿌렸다.
 
인간관계를 엮어주던 SNS가 당연히 막혔고, 휴대전화를 통한 열차표와 비행기표 예매도 타격을 입었다. 소프트뱅크 회선을 이용해 탑승권을 인식하는 저가 항공사의 단말기가 불통이 되기도 했다.
 
영업활동에의 영향을 호소하는 회사들도 많았다.    

 
거리를 걷는 사람들 사이에선 “차라리 삐삐 시절로 돌아가는 게 낫겠다”는 푸념까지 나왔다.
 
지난 11월말 KT 아현지사 화재로 인한 통신 장애때 한국에서 “내 삶이 멈췄다. 초연결사회의 공포를 느꼈다”는 말이 나왔을 때와 같은 현상이 이번엔 일본에서 벌어진 셈이다.
 
이번 통신장애는 소프트뱅크가 사용하고 있는 스웨덴 통신기업 에릭슨의 교환 설비 이상 때문에 빚어졌다고 한다.
 
에릭슨 교환설비의 소프트웨어 운영 방식을 구 버전으로 되돌리고 나서야 통신은 겨우 복구됐다. 
 
4시간 30분동안 전국에서 정확히 몇 명의 이용자가 피해를 봤는지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소프트뱅크 뿐만 아니라 영국이나 베트남 등 에릭슨의 교환 설비를 사용하고 있는 11개국의 통신회사에서 같은 시간대에 비슷한 장애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영국에서도 대형 통신사업자인 O2의 고객 등 3000만명의 휴대전화 데이터 이용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동안 재해때만 가동할 수 있는 광역 기지국을 확충하는 등 통신장애 대책을 적극적으로 세웠다고 평가받는 일본이라 충격이 더 큰 분위기다.  특히 소프트뱅크의 경우 이런 통신장애가 올해 들어서만 벌써 3번째다. 
 
이시다 마사토시(石田真敏) 총무상은 7일 이번 사태를 ‘중대 사고’로 규정했다. 
일본의 전기통신사업법상 '중대 사고'는 '3만명 이상이 영향을 받는 상황이 2시간 이상 지속될 경우'다.
 
이시다 총무상은 “극히 유감이며, (소프트뱅크가)이번 사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원인과 대책을 빨리 보고하도록 요구했다.
19일 도쿄 증권거래소 상장을 앞둔 소프트뱅크로선 큰 악재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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